“전국서 모여든 자원봉사 간호사들, 1인 3역”

• 자동 문진 시스템 도입…발열, 기침 등 5개 항목 환자가 체크하면 자동 집계

경북 영덕 대구경북3 생활치료센터에서 정철 삼성의료원 교수(맨 왼쪽)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환자 진료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정철]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자 우리 정부는 ‘생활치료센터’라는 전례 없는 실험을 개시했다. 중증 이상 환자의 치료 병상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 감염을 차단하고자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켜 완치할 때까지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 10일 오전 8시 기준 총 12개 생활치료센터에 2071명의 경증환자가 입소해 있다.

구급차 상시 대기…증세 나빠진 환자는 대구로 바로 보내

생활치료센터가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를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 다급하게 만든 데다, 경증환자가 중증으로 증상이 심화되는 경우도 적잖기 때문이다. 또 일부 생활치료센터는 주요 대형병원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어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북 영덕군 병곡면의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이하 영덕 생활치료센터)는 경북권 상급종합병원 4곳이 모두 위치한 대구와 180km 떨어져 있다. 

영덕 생활치료센터를 진두지휘하는 정철 삼성의료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수원검진센터장·예방의학 전문의)는 3월 9일 ‘주간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사나흘 동안 체계를 잡아가는 데 매진했다”며 “보건복지부, 대구시, 그리고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준비하는 의료진과 경험을 교류하며 시스템을 진화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9일 현재 이곳에는 환자 209명이 입소해 있으며 삼성의료원이 의료 지원을 맡고 있다. 

- 영덕에는 언제 왔나. 

“생활치료센터가 개소한 3월 4일 오전 10시 강북삼성병원 소속 간호사 2명과 함께 도착했다. 그날 바로 205명의 경증환자가 대구에서 왔다.” 

- 의료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의사는 나와 공중보건의 3명을 합해 4명이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17명이다. 강북삼성병원 소속 간호사 2명을 제외한 15명의 간호 인력은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온 자원봉사자다.” 



- 환자들 상태는 어떤가. 

“대부분 젊고 상태도 안정적이다. 20대가 가장 많고, 50세 이상은 두세 명에 그친다. 가장 어린 환자는 8세로 코로나19 확진자인 엄마와 함께 입소했다. 가장 고령인 환자는 61세로 두 분이 있다.” 

- 영덕 생활치료센터는 대구 도심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증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환자는 대형병원 근처 생활치료센터에 배정하는 게 맞다. 대구시도 이곳 위치를 고려해 경증환자 중에서도 증세가 좀 더 가벼운 환자 위주로 보내고 있다. ‘경증환자 분류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공문도 오늘 보내왔다.” 

- 응급 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나. 

“호흡 곤란 증세를 다소 보이는 환자 두 분을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심각한 응급 상황은 아니었고, 폐렴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보여 바로 보냈다. 119구조대가 상주하고 있어 환자를 바로 구급차에 태울 수 있다. 대구까지 새로 고속도로가 뚫렸고, 요즘은 도로가 한산해 생각보다 빨리 간다.”

변비약부터 산소포화도 측정기까지 갖춰야

3월 4일 대구 지역 코로나19 경증환자를 태운 버스가 경북 영덕 대구경북3 생활치료센터로 향하고 있다(왼쪽). 정철 삼성의료원 교수(오른쪽 사진 가운데) 주재로 회의 중인 대구경북3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단. [뉴스1, 정철]

- 별다른 준비 없이 다급하게 생활치료센터 문을 열었다. 

“개소하고 사나흘 동안 필요한 의료장비와 시스템 등을 하나씩 갖춰나갔다.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다른 생활치료센터와도 열심히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생활지원센터 개소를 준비하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도 연락이 와 초기에 아쉬웠던 사항을 다 말씀드렸다. 생활치료센터 시스템이 점점 충실해지고 있다고 본다.” 

- 막상 와 보니까 뭐가 필요하던가. 

“이곳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라 행여 넘어져 피부가 찢어져도 다른 병원에 갈 수 없다. 따라서 간단한 의료 조치를 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증세는 기침, 발열, 두통, 소화불량이다. 각자 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운동 부족으로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비한 약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호흡 보조기구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필요하다. 우리 팀은 인근 영덕보건소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 급성폐렴이 나타나는 코로나19 확진자도 있어 생활치료센터에 엑스레이 촬영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증세는 엑스레이로는 안 보이고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야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폐렴 증세가 의심되는 환자는 바로 병원으로 보내는 게 낫다. 엑스레이 촬영기를 실은 버스를 보내준다기에 ‘오지 말라’고 했다. 버스 한 대를 여기에 상주시키는 것은 자원 낭비다. 버스 한 대가 두세 개 생활치료센터를 맡아 필요에 따라 이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의료진은 부족하지 않나. 

“간호사들은 서울은 물론 해남 땅끝마을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원봉사하겠다고 영덕까지 온 분들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무척 고마워 미안할 지경이다. 삼성의료원 의료진은 2주 단위로 교체되는데, 강북삼성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넘쳐나 5차 파견 인력까지 모집이 완료됐다.”(참고로, 삼성의료원은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3개 병원의 의료진을 2주 간격으로 영덕 생활치료센터에 순차적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 자원봉사자들은 본업은 어떻게 하고 왔나. 

“직장에 휴가 내고 온 사람, 이직하느라 잠깐 쉬는 사이 온 사람 등 다양하다.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지내던 간호사도 있는데, ‘청소라도 하겠다’며 왔다. 이런 분들이니 일을 정말 열심히, 잘할 수밖에 없다.”

삼성 인트라넷 활용한 ‘온라인 문진’ 큰 도움

대구경북3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 [사진 제공·삼성의료원]

- 의료진 감염도 주의해야 할 사안이다. 

“의료진을 포함해 방역요원, 경찰, 군인, 119구조대 등 총 54명의 스태프가 상주하는데, 모두 격리 대상이다. 따라서 환자들과 같은 도시락을 먹으며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스태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곳 생활치료센터를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책을 까탈스러운 수준으로 시행한다. 하루 네댓 번씩 방역하고, 환자들이 거주하는 건물로 들어가는 모든 스태프는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다.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각자 숙소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다.” 

- 환자 관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다. 이곳에 입소한 환자의 상당수가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꽤 한 분들이라 최대한 빨리 회복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할 계획이다. 오늘 환자 대부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실시했다. 음성이 나온 환자는 24시간 후 2차 검사를 해 또 음성이 나오면 퇴소하게 된다. 이번 주 상당수가 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후발 생활치료센터에 조언한다면. 

“생활치료센터 운영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간호 인력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하루에 두세 번씩 각 방을 돌며 환자의 증세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의료원 전산팀에서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해 코로나19 문진 프로그램을 만들어줬다. 환자들이 문자메시지로 받은 링크를 클릭해 발열, 기침, 콧물 등 5개 문진 항목을 체크하면 이것이 자동으로 집계되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일이 크게 줄었다. 제때 자가진단을 하지 않는 환자만 전화나 직접 방으로 찾아가 살펴보면 되니까. 이러한 아이디어가 다른 생활치료센터로도 확대됐으면 좋겠다. 이러저러한 생활치료센터 운영 노하우를 한데 모아 공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