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영화사 집]
그런데 경제 영화는 제작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아무래도 경제라는 것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국가부도의 날’은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또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부패’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무능과 무지’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곧 국가가 부도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부의 경제담당자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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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은 충무로에서 만든 경제 드라마라는 데 우선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서다. 영화는 소위 ‘헬조선’의 원흉으로 IMF를 지목하고, 만약 그때 정부가 더욱 지혜롭게 대처했다면 경제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처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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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발적 의지가 포함된 부패와 당리당략은 처벌 대상이 되지만, 비자발적 ‘무능과 무지’는 비판하고 처벌할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 학살의 실무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죄로 지목한 무능함을 경제 관료에게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을 계몽하려 든다. 무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깨어 있자는 것이다. 그 선의는 이해되지만, ‘자각’은 주관적이고 또 누군가에겐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움을 강요받는 건 관객 처지에서 썩 흔쾌한 경험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