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아현지사 통신구에 화재가 났습니다.
02. 이 화재로 서대문구, 중구, 마포구, 용산구와 은평구, 경기 고양시 일부에서 유선 인터넷, 유선전화, 휴대전화를 쓸 수 없었습니다. 작은 지사에 불이 났는데 왜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통신장애가 생겼나 싶은데요. 이는 백업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03. 통신국사는 전국망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에 따라 A, B, C, D 4개 등급으로 분류되는데요. A~C등급은 통신망 손상 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게 돼 있습니다.
04. 하지만 KT아현지사 같은 D등급은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되죠. 따라서 회선을 복구해야 통신이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05. 사고 당시 서울시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11월 24일 중 70% 복구, 유선전화와 인터넷, 카드 결제 복구는 1~2일 걸린다고 했습니다.
06. 하지만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날 용산구에서는 오후 10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이 안 됐습니다. 유선전화는 상황이 더 심각했죠. 사고 발생 일주일 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유선통신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07. 왜 이렇게 복구 기간이 길어진 걸까요. 통신 회선은 크게 광케이블과 전화만 연결되는 동케이블로 나뉩니다. 이용자가 많은 광케이블을 먼저 복구하다 보니, 동케이블 복구가 늦어진 겁니다.
08. 통신 서비스를 받지 못한 데 대한 손해배상은 약관에 규정돼 있습니다. 먼저 불통 시간이 3시간이 넘어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연속 3시간 혹은 한 달 누적 6시간 동안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면 해당 기간 통신요금의 6배를 받을 수 있죠.
09. 3시간 동안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 월 통신요금을 시간 단위로 환산해 6배를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하루 종일 전화, 인터넷을 쓰지 못했다면 엿새치 통신요금을 받게 됩니다.
10. KT는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피해 고객의 한 달 통신요금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당일 해당 지역에 일이 있어 3시간 이상 머무른 이동통신 이용자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11. 가장 비슷한 사례로 4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SK텔레콤 고객들이 음성통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은 약관대로 피해 고객 730만 명에게 600~7300원을 배상했습니다.
12. KT도 불편을 겪은 고객들을 찾아낼 예정입니다. KT 측은 “통신장애 기간 및 해당 지역에 거주, 근무, 방문한 고객 정보 등을 분석해 배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3. 일주일 이상 통신 복구가 안 됐다면 배상액은 더 커집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일주일 이상 통신장애를 겪은 고객에겐 3~6개월의 통신요금을 감면해줄 예정”입니다.
14. 통신장애 피해가 특히 큰 곳은 영업점이었습니다. 통신장애 초기에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수많은 손님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죠.
15. 그중에서도 음식점의 피해가 컸습니다. 보통 유선전화로 예약을 받는데, 전화가 안 되니 예약 손님을 많이 놓치게 된 겁니다.
16.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통신장애로 겪은 2차 피해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카드 결제 등을 못 하고 예약도 못 받아 손님이 줄었고, 통신요금 감면으로는 손해를 다 만회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17. 실제로 12월 3일 KT 아현지사 부근 가게 10곳을 둘러본 결과 3곳에서 아직 유선전화를 쓸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12월 3일 기준으로 카드 결제 시스템은 거의 다 복구됐으나, 아직 유선전화 사용이 어려운 곳이 많다”고 했습니다.
18. 하지만 KT가 2차 피해 배상을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11월 25일 KT는 정부 대책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차 피해 배상의 경우) SK텔레콤의 배상 수준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 여기서 언급한 ‘SK텔레콤의 배상 수준’이란 2014년 3월 6시간 동안 통신장애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배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 SK텔레콤은 2차 피해 배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20. 당시 대리기사 등 20여 명이 2차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약관에 따른 배상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21. KT는 보고서의 2차 피해 배상 관련 문구에 대해 “실무진에서 원론적으로 접근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2차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안은 아직 없는 셈입니다.
22. KT 측은 피해지역의 가게를 더 이용하는 ‘상권활성화 프로그램’ 등 사내 캠페인을 열 예정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사고 책임을 임직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