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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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행복을 위한 가면 쓰기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

  • | 영화평론가 hans427@hanmail.net

    입력2018-11-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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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필름몬스터]

    [사진 제공 · 필름몬스터]

    ‘완벽한 타인’은 2016년 발표된 이탈리아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원작은 곧바로 여러 나라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 이뤄졌다. 이미 스페인판 ‘완벽한 타인’(2017)이 흥행 성공을 거뒀고 프랑스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판 ‘완벽한 타인’은 원작의 큰 테두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몇몇 캐릭터와 내용을 한국 사정에 맞게 일부 바꿨다. 

    네 커플의 저녁식사 이야기다. 손님을 초대한 주인은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분)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분) 부부. 석호의 고교 동창들이 손님이다. 보수적인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와 전업주부 수현(염정아 분), 바람기 많은 식당 주인 준모(이서진 분)와 새댁인 수의과 의사 세경(송하윤 분)이 함께했고, 이혼남인 체육 교사 영배(윤경호 분)는 혼자 왔다. 

    그날은 서양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약간 미치는, 월식이 일어나는 밤이다. 예진이 제안하길, 참석자 전부 휴대전화를 식탁에 올려놓고 모든 연락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자고 한다. 그 제안을 거절하면 뭔가 비밀을 숨기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올려놓는다. 

    석호의 말대로 ‘휴대전화는 인생의 블랙박스’라는데, 이런 게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쉽게 예상될 것이다. 토머스 하디의 소설 ‘테스’ 속 주인공의 운명을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난다. 알다시피 테스는 비밀을 고백함으로써 떳떳해지려 했는데, 결과는 엄청난 불행을 몰고 온다. 

    준모는 이제 갓 결혼했는데 여전히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했음이 들통 난다. 준모뿐 아니라 참석자 모두 숨기고 싶은 비밀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다. 가장 압권은 보수적인 변호사 태수가 체육 교사 영배의 ‘특별한 성 정체성’으로 오해받은 일이다. 영배는 자신만의 비밀을 친구들에게도 고백하지 못했다. 태수는 잠시지만 영배의 처지가 돼보니, 그가 얼마나 외롭고 오해받아 왔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굳이 사실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유해진의 답답해하는 연기를 상상해보라). 



    [사진 제공 · 필름몬스터]

    [사진 제공 · 필름몬스터]

    원작과 다른 점이 우리의 특별한 문화일 테다. 우리의 부부 관계가 남성 중심적이라면 이탈리아는 수평적이다. 특히 변호사 태수는 전업주부 아내에게 명령하듯 말한다. 초대된 동창들의 직업이 의사, 변호사, 식당 주인, 체육 교사다. 어울리는 데 무리가 없다. 반면 원작에선 식당 주인 대신 택시기사가 포함된다. 우리에 비해 관계가 개방적이다. 

    두 영화의 공통된 주제는 결국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의 강조다. 인물들은 ‘가면(페르소나)’을 벗고 싶어 했지만, 실은 그 가면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데 동의한다. 즉 행복을 바란다면 테스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전통적 가치의 옹호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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