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2

2011.04.11

한 연고지 두 팀 더비 경기는 아드레날린

  •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 lunapiena7@naver.com.

    입력2011-04-11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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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연고지 두 팀 더비 경기는 아드레날린
    달력을 보니 벌써 4월이다. 국내 프로축구가 개막해 경기가 한창 벌어지니, 진정 봄이 왔음을 느낀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는 중반을 넘어 막바지로 치달아 서서히 순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각 리그에서는 전통 클럽이 역시 강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선두를 달리고, 아스널과 첼시가 뒤쫓는 양상이다. 맨유는 남은 리그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지 않으면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가 추격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아A에서는 AC밀란이 선두를 달리고, 나폴리와 인터밀란이 뒤쫓는 중이다. 특히 밀라노를 연고지로 삼은 라이벌 팀 AC밀란과 인터밀란의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두 팀은 얼마 전까지 승점 2점 차이였다. 그러나 4월 2일 운명을 건 더비(Derby,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 간 경기)에서 AC밀란이 승리를 거두며 한 발짝 앞으로 치고 나갔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했을 당시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보여준 격렬한 반응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탈리아인의 축구에 대한 집착은 거의 광적이다. “아내는 바꿔도 축구팀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다. 친숙한 경지를 넘어 인생의 낙, 살아가는 이유다. 이탈리아 클럽 중에서도 이 두 팀은 열정적인 팬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 똑같이 밀라노가 연고지이지만, 팀 컬러는 상당히 다르다. AC밀란은 1899년 밀란 크리켓 앤 풋볼 팀으로 창단됐다. 이후 팀 내분으로 1908년 구단이 하나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인터밀란이다.

    초창기 블루칼라 노동자가 서포터스의 중심이던 AC밀란은 이탈리아 자국 선수와 축구 종주국 영국 출신 선수를 주로 기용하는 시스템을 고수했다. 반면 화이트칼라, 기업인 팬을 넓게 확보한 인터밀란은 스위스, 독일 등에서 외국인 선수를 적극 영입했다. 이후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양 구단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만큼은 여전하다.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일 때는 선수는 물론, 팬들도 흥분한다.

    두 팀이 2005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맞붙었을 당시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인터밀란 팬들이 경기장으로 물병과 화염병을 던져 AC밀란의 골키퍼 디다(브라질)가 부상을 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AC밀란은 3대 0 몰수 승을 거뒀고, 인터밀란은 30만 스위스프랑(2억50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또한 UEFA는 인터밀란이 향후 챔피언스리그 4경기를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 치르도록 징계했다.



    한 연고지 두 팀 더비 경기는 아드레날린
    4월 2일 경기는 어땠을까. 경기장 분위기는 역시 험악했다. 원색적인 응원 문구가 관중석 곳곳에 나붙었고 칼, 방망이, 폭발물 등으로 중무장한 열성 팬도 나타났다. 하지만 철통 경비 덕분에 별다른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고, AC밀란이 승리했다. 불상사만 없다면 양 팀의 서포터스가 아님에도 더비를 관전하는 팬들의 손에는 땀이 난다. 선수들은 평소 경기보다 더 격정적으로 경기를 소화한다. 아슬아슬한 태클, 몸싸움, 그런 상황에서 터지는 골. 축구의 재미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더비는 아니지만, 서울과 수원의 경기가 빅 라이벌 매치로 꼽힌다. 이들이 경기를 하면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린다. 축구를 더 알고 싶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더비에 주목하자.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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