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흥겨운 리듬과 선율, 연주회야 갤러리야

  • 뉴욕=박준 자유기고가

    입력2007-04-18 2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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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리듬과 선율, 연주회야 갤러리야

    파비아나가 음악에 맞춰 페인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첼시 26번가에 자리한 러시 아트 갤러리(Rush Arts Gallery)에서 얼마 전 ‘Sign of Sound’라는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열렸다. 신시사이저와 드럼,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시작되자 빨간색과 파란색 물감이 거칠게 칠해진 커다란 캔버스를 배경으로 아티스트 파비아나(Fabiana)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끌처럼 납작한 도구를 손에 쥔 그는 두껍게 칠해진 캔버스 위의 물감을 벗겨내면서 그림을 그려나간다.

    잠시 후 파비아나는 끌을 던져버리고 손가락으로, 손바닥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하다. 음악의 느낌에 따라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음악에 맞춰 그림을 지운다. 지우는 것이 그림이 되기도 한다.

    뮤지션들은 그의 몸짓과 캔버스에 나타나는 이미지에 맞춰 연주를 해나간다. 파비아나의 그림은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선율이 되고, 음악은 다시 그림으로 재탄생한다. ‘Sign of Sound’라는 퍼포먼스의 제목처럼.

    러시 아트 갤러리는 20평이나 될까 싶은 작은 갤러리다. 매주 주말이면 첼시에 있는 수백 개의 갤러리에서는 파비아나의 퍼포먼스 같은 각양각색의 이벤트와 오프닝 파티가 열린다. 뉴욕에서 갤러리가 밀집한 곳은 첼시만이 아니다. 업타운, 미드타운, 브루클린, 퀸스 등에 있는 갤러리를 모두 합치면 몇천 개가 될지도 모른다.

    이 많은 갤러리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이 현대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로서 문화 주류를 선도해 나가는 근본 에너지는 이처럼 엄청난 문화 생산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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