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8

2001.08.23

“21년이 흘러도 우린 친구 아이가”

권종국씨 시애틀 거주 중학 동창 이광욱씨 찾아 … 友情 확인 조만간 방미 예정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18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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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이 흘러도 우린 친구 아이가”
    21년 만에 친구 이광욱씨와의 전화 상봉을 앞두고 권종국씨(37, 한빛은행 홍보실 대리)는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광욱이 사진은 봉천중학교 3학년 때 동구릉으로 소풍 가서 찍은 것밖에 없어요.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네요. 광욱이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한때 무술배우가 되고 싶어했어요.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결혼은 했지요?”

    기자에게 조금이라도 사전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권씨. 미국에 있는 친구 이광욱씨와 먼저 전화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흘렸다. 이씨는 아내 이미경씨와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진이 등 세 식구의 가장으로, 시애틀에 거주하며 현재 버스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 직장에서 귀가하는 시간이 늦기 때문에 미국 시간으로 자정이 가까워서야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귀띔했다.

    권씨에게 이민 가서 17년 동안(83년까지 편지 왕래가 있었다)이나 연락이 끊긴 친구를 꼭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첫번째 단짝친구라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권씨는 문득 친구 생각이 날 때마다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하며 이산가족 사이트를 뒤졌는데 워낙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나중에는 어디에 접수했는지 잊어버려 한참 고생했다고 쑥스러워한다. 그러던 중‘주간동아’에서 다섯 번째 당첨 소식을 듣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21년이 흘러도 우린 친구 아이가”
    미국의 이광욱씨 역시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에게서 처음 연락을 받고 너무 오랜 만에 듣는 ‘권종국’이라는 이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탐정은 권종국씨가 접수한 사연에서 이광욱이라는 이름과 태어난 해(1964년), 그의 형이 광호씨라는 ‘팁’을 활용했다. 영문 스펠링이 없기 때문에 이광욱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영문 스펠링을 몇 가지 추리고 1964년생에 해당하는 사람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다. 그리고 가족 중 이광호라는 사람이 있는 경우를 추려내니 비록 나이 정보가 한 살 잘못 되었지만 어렵지 않게 이광욱씨를 찾을 수 있었다.

    강탐정은 죽마고우인 권종국씨가 이광욱씨를 찾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시애틀로 띄웠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아 혹시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인을 위해 뉴저지에 거주하는 광욱씨의 형 광호씨에게 연락했으나 늦은 시간까지도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실례를 무릅쓰고 밤 11시경 광호씨 집에 전화해 시애틀에 사는 광욱씨가 동생이 맞는지 확인하려 하자, 곧바로 광욱씨를 바꿔줘 강탐정도 놀랐다고 한다. 광욱씨네 가족은 휴가를 맞아 형님 댁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편지나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친구들과 전혀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권종국이라는 이름과 봉천중학교(두 사람의 모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그러나 곧 옛 영화처럼 그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이씨가 고국과 단짝친구를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87년 잠시 한국에 왔을 때 친구가 살던 상도동을 가봤지만 너무 많이 달라져 친구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친구와의 첫 통화를 끝낸 후 권씨는 “시애틀에 한번 갈 계획이다”고 마음부터 바빴다. “친구가 오라는데 가야죠.” 그러면서 영화 ‘세 친구’를 연상케 하는 20여 년 전 사진을 한 장 보여준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해 다섯 번째 당첨자까지 발표한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 캠페인이 항상 흐뭇한 결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찾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당사자까지 확인했는데도 끝내 한국의 가족과 만나기까지 시간을 더 달라고 한 이도 있고, 아예 전화상봉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두 달이 넘도록 새로운 당첨자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안타까움 속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 번째 당첨자 홍삼분 할머니처럼 30년 만에 만난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은 감동적인 경우가 있었기에 ‘주간동아’와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은 이 캠페인을 계속하고자 한다. ‘주간동아’ 다음 호에서는 상봉에 실패한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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