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미국의 포춘지가 2005년 현재 세계 500대 기업 중 4년 연속 1위로 선정한 기업이다. 월마트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거나,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로 만들어낸 제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을 하는 회사일 따름이다.

그런 월마트가 오늘날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월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경쟁업체에서 판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월마트에서 쇼핑하기를 원한다. 원하는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마트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싸게 마련하여,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월마트는 POS(Point of Sale)시스템, 재고관리시스템, 그리고 전국 매장을 엮는 네트워크시스템 등의 정보시스템을 통해 지역별·기간별 소비자 욕구와 구매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구매 품목과 물량을 정한다. 그리고 구매 물품을 일괄 조달함으로써 공급원가를 최소화한다. 또한 매장별 판매 현황을 실시간 파악해 판매 불균형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재고로 인한 원가부담을 낮춘다. 월마트는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정보화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했고, 정보시스템을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하게 됐다.

기업·조직·사회의 사활 결정하는 영향력

20세기 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급격한 생산 자동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대량생산체제로 이어졌고 그로부터 대량소비가 가능하게 되었다.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은 가격이었다. 미국의 포드는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저가로 자동차를 생산·공급해 승용차 보편화를 실현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가 오늘날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 또한 ‘포니’라는 모델의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그를 통한 수출 경쟁력 획득이었다.



이런 자동차산업·제철산업·조선산업·반도체산업 등을 장치산업이라 하는데, 장치산업에선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자본투자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한 생산설비로부터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다. 이를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라 한다. 그러나 대량생산 체제는 판매 예측, 생산 계획 및 일정 수립 등에서 더욱 복잡한 관리시스템을 요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정보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로써 서구 산업화의 발전된 생산기술이 개발도상국으로 점차 보편화되던 20세기 중반, 기업은 새로운 차원의 경쟁 원천을 요구받게 됐다. 고객은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품질, 더 뛰어난 디자인과 사후 관리 등 끊임없는 요구로 기업을 압박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분석해, 그 결과를 생산·판매 등 경영업무에 반영하기 위해서도 정보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복잡해질수록 기업의 사활과 경쟁력은 더욱더 정보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보시스템이 기업경영 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격 또한 바뀌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 보험 등 금융산업은 일반적으로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제는 아니다. 과학적 분석 및 예측, 합리적 의사결정을 토대로 한 시장분석·고객관리·신상품개발·위험관리·자산관리 등 금융산업의 핵심업무들은 정보시스템에 의해 처리되고 수행된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선진 금융기법 및 금융상품 개발은 첨단 정보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융산업도 이제 장치산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정보사회라 한다. 사회 변화의 중심에 정보시스템이 있음이다. 기업과 조직, 사회의 사활 또한 정보시스템이 결정한다. 정보시스템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 혹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