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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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사냥에 당하고 땅 칠 텐가

  • 김익수/ 국제경영 iksu@korea.ac.kr

    입력2005-08-11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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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업사냥에 당하고 땅 칠 텐가
    중국 기업들이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 전략 아래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은 1990년대 말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했는데, 주로 해외 증시에의 기업공개, 직접투자, 외국기업 인수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 추이는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3년 전의 18억 달러에서 2003년 말 현재 50억 달러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이 2004년에 해외로부터 유치한 투자총액 606억 달러의 8.3%에 해당하는 액수다.

    중국 기업이 이처럼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격화일로에 있는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과 경쟁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해외 자원을 개발·확보하고 선진 지식과 기술을 흡수하려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다. 특히 2003년 이후부터는 취약한 기술 분야의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데 몰두하고 있는데, 2004년 말까지 수행한 300억 달러 규모의 누적 해외투자액 중 절반가량이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분야 인수·합병(M&A)이었다. 2004년 ‘레노보(聯想)’는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했고, 올해에는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와 ‘하이얼(海爾)’이 각각 미국의 ‘유노칼(Unocal)’과 ‘메이텍(Maytag)’ 인수를 시도했다.

    기술보안등급제 시행 필요

    한국 기업도 사냥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하이닉스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인 ‘하이디스’가 ‘징둥팡(BOE) 테크놀로지’에 인수된 데 이어, 2004년에는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온라인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가 자신의 중국 투자 파트너인 ‘셩다(盛大)’에 인수당한 일도 있었다.

    중국 기업은 이 같은 공세적 글로벌화 전략을 통해 선진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는 강한 가격경쟁력과 결합돼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몇몇 기업은 이렇게 강화된 경쟁력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1위 종합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국내 시장에 진출해 할인점과 홈쇼핑 채널을 통해 소형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32인치 LCD TV 등을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핵심기술 특허 및 브랜드가 중국 측에 통째로 유출·복제되거나 자동차, TFT-LCD, 온라인 게임 분야의 알짜배기 기업이 헐값에 팔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일부 핵심 첨단 IT 업종에 대해 ‘기술보안등급제’를 시행하고, 핵심 IT 기업의 대외 매각에 대한 위원회 심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소극적 단속과 심의절차만으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확대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산업 정책과 외자유치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국내 벤처와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상의 유인을 확대해 4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개발·육성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전략적 제휴, 외자유치, 자체 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확대해나가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IT 벤처의 경우 재정 능력이 부족해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그에 대한 금융 지원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국내 투자 환경 개선에 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미온적이고, 기업이 밖으로 나가는 데에만 신경 쓸 경우, ‘주식회사 한국호’는 앞으로 10년도 못 가 중국 우량기업들의 글로벌화 공세에 몰려 좌초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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