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내 8개 기업체가 우승을 다투고 있는 한국 바둑리그에서 신성건설의 주장을 맡은 박영훈 9단의 진가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3라운드를 마친 현재 3전 전승(조훈현-최철한-유창혁)을 거두며 팀을 선두에 올려놓은 것. 특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유창혁 9단의 공격을 단숨에 무력화하며 승기를 잡은 이 대국은 백미였다.
중앙 흑 넉 점이 백의 수중에 갇혀 있는 형국. 위기를 맞은 상황인데 여기서 흑1로 먼저 하나 젖혀둔 다음 3에 끼우고 5로 끊은 수순이 기막힌 타개책이었다. 만약 흑1의 수로 먼저 3에 끼운다거나, 백4의 단수 때 흑5에 끊지 않고 덥석 A로 두었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바둑은 수순’임을 새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6의 이음 또한 어쩔 수 없다. 백1로 따내는 것은 흑2~4로 그만 실책이 될 수 있다. 흑 의 끊음이 왜 절묘한 타이밍이었는지 알 수 있다.
흑7 다음에도 백은 A로 따낼 수 없다. 흑B로 단수 치고 C에 뻗으면 백이 몽땅 잡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은 8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이후 흑B로 백 두 점을 털도 안 뽑고 먹으면서 대마를 타개, 승기를 잡았다. 261수 흑5집 반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