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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제3의 한류, 웹툰 02

대박 바람 불어라, ‘웹투노믹스’

일본 망가노믹스 대적할 한국 웹툰…‘미생 효과’ 활활 1조 원 시대 열릴 것

  • 박석환 만화평론가·한국영상대 교수 comicspam@naver.com

대박 바람 불어라, ‘웹투노믹스’

대박 바람 불어라, ‘웹투노믹스’
망가(manga)라고 부르는 일본 만화 ‘나루토’가 11월 10일 70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쳤다. 망가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를 시작한 지 15년 만의 완결이다. 일본 주류 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에 전했고 여러 면에 걸쳐 이 작품의 경제적 효과와 문화적 파급력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주류 언론도 ‘나루토 완결’을 빅이슈로 다뤘다. 왜 그랬을까.

‘나루토’는 1996년 ‘주간 소년 점프’ 신인상으로 입문한 신예작가 기시모토 마사시(40)가 99년 같은 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망가의 전통과 가치관을 반영한 작품으로, 고아 소년 나루토가 닌자 훈련소인 ‘나뭇잎 마을’에서 사스케, 사쿠라 등과 함께 최고 닌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나루토’는 일본 현지와 아시아권에서는 ‘원피스’라는 작품에 밀려 2인자 신세였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포켓몬스터’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망가 콘텐츠로 큰 인기를 누렸다. 동양 사람보다 서양 사람이 더 좋아하는 ‘나루토’는 아베 정부의 ‘쿨 저팬(Cool Japan)’ 전략과 맞물리며 ‘일본, 일본 문화, 일본 상품’의 긍정성을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 구실을 했다.

일본 ‘쿨 저팬’ 슬로건 내걸고 견제

망가는 전통적으로 ‘잡지 연재 후 도서 발행’이라는 과정을 지킨다. 판매 부수가 많은 잡지에 망가를 게재해 인지도를 높인 후 단행본 도서를 시리즈로 발행해 판매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기가 검증된 망가의 경우는 ‘△TV 애니메이션 제작 방영→△캐릭터 상품 출시→△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상영→△게임 출시 및 온라인 서비스→△실사 영화 및 공연 콘텐츠 제작’ 등 다종의 상품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잡지 소비자를 도서 소비자로 만든 것처럼 방송을 통해 망가를 접한 이를 그 망가를 원작으로 한 캐릭터나 영화, 게임 소비자로 만드는 전략이다. 다른 미디어나 상품을 통해 ‘망가의 세계’에 진입한 소비자는 망가 발원지인 잡지의 신규 소비자가 된다. 이 같은 망가 콘텐츠산업의 선순환 구조는 다른 미디어의 소비자, 다른 연령대의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른바 망가의 미디어믹스(media mix) 전략인 셈이다. 인기 망가를 잡지에 장기 연재하는 것 역시 소비자 노출도와 관심도를 장기간 유지해 인지 과정과 판매 과정의 ‘긴 시간을 관리’하기 위한 요소였고, 망가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제 구조, 즉 망가노믹스(manga+economics)의 초석이 됐다.

확장 일로에만 있을 것 같던 망가노믹스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쇠락한 건 사실이다.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본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94년 총매출 5745억 엔이던 일본 만화시장은 2012년 4340억 엔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망가가 디지털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진격의 거인’ 등 신흥 히트작이 등장하면서 망가노믹스는 20여 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4400억 엔이다. 일본출판과학연구소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낸 후 다수의 일본 경제연구소는 “그간의 상황은 ‘망가의 쇠락’이 아니라 ‘종이(잡지, 도서)의 쇠락’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이 ‘쿨 저팬’이라는 슬로건을 빼든 것은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 열풍에 대한 자기반성이자 ‘카피 본능’이 작용한 결과다. 일본이 견제할 만큼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높아졌고 이에 대한 반응 역시 거대하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를 산업화하고 매출로 전환하는 방식은 아직 ‘쿨’하지 못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콘텐츠산업통계조사’에 의하면 콘텐츠산업 11개 분야의 총매출액은 87조 원, 수출은 46억 달러, 종사자는 61만 명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5.2%, 수출은 7.2%, 종사자는 1.1%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증가세에 있고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 규모도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계 콘텐츠시장도 2조22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미국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 중인 데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고성장을 유지하고 스마트 단말기 이용자의 증가로 디지털 콘텐츠시장도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류 열풍’은 한국만의 독자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말인데, 실질 매출 측면에서는 비교 우위 성장이나 독자적 성장세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한류가 문화적 붐만큼 산업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문화적 붐이 한국 콘텐츠의 무단 사용, 불법 활용 등으로 이어지며 산업적 판매 가치를 상쇄하는 듯하다.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화, 모바일화, 컨버전스화하는 콘텐츠산업의 추세에 비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좀 더 고도화, 정밀화될 것이다. 즉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거나 팔 상품이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박 바람 불어라, ‘웹투노믹스’
2015년 3조 원 규모 예상

단일 콘텐츠를 15년간 연재하며 다종다양의 상품을 만들어내 세계가 주목하게 한 ‘나루토 효과’, 그리고 일본의 미디어믹스 상품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망가노믹스는 이 점에 비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 망가가 있다면 한국에는 만화(manhwa)와 웹툰(webtoon)이 있다.

이미 국제무대에 독자적 브랜드를 알린 이들 콘텐츠는 망가와 유사한 콘텐츠 생애 주기를 지니고 있어 인지도를 확대하고 다종다양한 상품군을 생산한 뒤 이를 실질적인 판매로 연결하는 길고 긴 과정을 감당할 수 있다. 다른 장르로의 전이나 파급, 융합도 용이하다. 게임이나 음원, 영화, 드라마와는 다른 콘텐츠인 셈이다. 최근 TV 드라마로 방송 중인 ‘미생’이 바로 이런 경제 구조, 즉 웹투노믹스(webtoon+economics)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된 웹툰 ‘미생’은 완료 후 도서로 발행됐다.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고, TV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단기간에 50만 부가 추가 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유료로 전환된 웹툰 판매도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는 특집 5부작 형식으로 새로 연재된 번외편이 큰 구실을 했다. 포털사이트의 기존 소비자를 재유입하고 TV를 통해 생성된 신규 소비자를 추가 유입하는 장치가 된 것이다. 이처럼 만화와 웹툰은 자신의 주력 미디어뿐 아니라 다른 미디어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판매도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한국 만화시장은 10여 년 이상 매출 7000억 원 규모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미생’ 같은 웹툰 붐이 일면서 머지않아 ‘만화시장 1조 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경제연구소는 2015년 한국 만화시장이 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만하면 ‘나루토 효과’가 아닌 ‘미생 효과’에 주목하고, 망가노믹스가 아닌 웹투노믹스를 그려봐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964호 (p14~15)

박석환 만화평론가·한국영상대 교수 comicsp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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