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2014.04.21

수원 왕갈비부터 불도장까지 골라 먹는 재미

아주대 주변 맛집 거리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4-21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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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왕갈비부터 불도장까지 골라 먹는 재미

    호텔캐슬 중식당 비취원의 동파육.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주변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학교 옆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있고 아파트와 호텔이 빼곡하게 자리한 덕에 유명 식당도 많다. 돼지국밥 같은 서민 음식뿐 아니라 불도장(佛跳牆) 같은 최고급 요리를 파는 식당까지 사이좋게 몰려 있다. 수원을 대표하는 왕갈비 명가 ‘본수원갈비’ 본점도 이곳에 있다.

    수원 왕갈비는 1945년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에서 문을 연 식당 ‘화춘옥’에서 50년대 중반부터 팔던 음식이다. 갈빗대 길이가 13cm 전후로 커서 왕갈비란 이름이 붙었다. 수원 왕갈비는 기본 간을 소금으로 했다. 현재는 소금간과 간장간을 한 갈비를 두루 사용한다. ‘화춘옥’ 갈비구이가 인기를 얻자 60년대부터 주변에 갈빗집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영동시장 갈비거리가 만들어진다. 79년 이 갈비거리는 수원 도심개발에 밀려 지금의 수원갈비 골목이 형성된 수원지방법원 주변으로 이전한다.

    ‘화춘옥’은 싸전거리가 없어지면서 문을 닫았다. ‘화춘옥’에서 갈비요리를 배운 사람들이 주변에 가게를 차리면서 화춘옥식 갈비가 수원갈비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화춘옥’은 다시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재 수원갈비 명성은 ‘본수원갈비’ ‘가보정갈비’ ‘신라갈비’ 같은 후발 주자가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아주대 부근에 자리한 ‘본수원갈비’도 그중 하나다. 마블링이 가득한 생갈비가 인기지만 수원 왕갈비를 제대로 맛보려면 역시 양념갈비가 제격이다. 이 집 양념갈비는 단맛이 특징이다. 점심시간에만 파는, 진한 국물에 왕갈빗대가 들어간 갈비탕은 갈비구이 못지않은 인기 메뉴다. 가까이에 있는 돼지국밥집 ‘태화장’은 토박이와 뜨내기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부산에서도 국밥집을 운영한 덕에 부산 돼지국밥 맛을 볼 수 있다. 돼지국밥과 더불어 수육백반도 맛있다. 경상도 국밥에서 빠지지 않는 정구지(부추)도 반갑다. 정구지가 빠지면 부산식 돼지국밥이라 할 수 없다.

    호텔캐슬 중식당 ‘비취원’도 유명하다. 한국중식요리협회 부회장인 진생룡 ‘수석셰프(주방장)’가 요리한 중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셰프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진생룡의 손끝에서 나오는 정통 중화요리는 정직하고 깊다. 승려조차 담을 넘게 한다는 불도장과 전복의 졸깃함이 인상적인 비녀전복 같은 요리도 유명하다.



    불도장은 중국 광둥과 푸젠 지방 요리로 다양한 식자재가 어우러진 중국 대표 요리다. 메추라기 알, 말린 해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생선 껍질, 새우, 돼지 심줄, 표고버섯, 닭가슴살 같은 재료가 작은 탕 안에 망라돼 있다. 비녀전복은 전복 사이에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비녀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생전복으로 요리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마른 전복을 물에 불려 만든다. 사실 생전복은 식감이 질기다. 전복의 감칠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말렸다가 불린 뒤 먹는 전복은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에서 한국식 생전복 맛을 압도한다.

    중국인은 해삼, 상어 지느러미, 전복 같은 해산물을 말려서 보관한 뒤 요리해 먹는다. 이 3가지 재료의 공통점은 자체 맛보다 식감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국물이나 다른 재료 맛이 식감 좋은 이런 재료와 어울리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비취원’에 비싼 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점심으로 짜장면도 괜찮고 더운 날에는 칭다오 생맥주도 좋다.

    수원 왕갈비부터 불도장까지 골라 먹는 재미

    호텔캐슬 중식당 비취원의 비녀전복(왼쪽)과 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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