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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우리 이웃집 그 여자 혹시 외계인?

이종(異種) 간 로맨스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우리 이웃집 그 여자 혹시 외계인?

우리 이웃집 그 여자 혹시 외계인?

인간과 외계인의 사랑을 그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왼쪽)와 이승기가 반인반수 청년 역을 맡은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외계인 도민준이 톱 여배우 천송이를 사로잡았다. 세상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허락지 않았던 도도한 천송이는 도민준에게 집착까지 할 정도로 목을 맨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천송이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등장해 구해주는 특별한 초능력. ‘플러스알파’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가 외계인이라는 것 자체로 이들의 사랑은 특별해진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과 김수현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 천송이와 도민준에 관한 이야기다.

10%대 중반으로 시작한 ‘별에서 온 그대’ 시청률은 현재 30%에 육박하고, 인터넷 세상도 도민준과 천송이에 관한 이야기로 뒤덮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앞다퉈 이 드라마를 패러디하니, 열풍은 열풍이다. ‘외계인과 여배우의 사랑’은 예능에서도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오늘날 시청자가 도무지 만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동화와 다름없는데, 시청자들이 이만큼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힘은 바로 이종(異種) 간 사랑이다. ‘외계인 도민준과 인간 천송이의 사랑이 이뤄질 것인가’를 놓고 초반부터 시청자는 눈에 불을 켰다. 일부 시청자는 “재벌2세에 이어 초능력자와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로맨스물은 여자의 끝없는 욕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인간과 다른 종족 간 로맨스는 그 역사가 유구하다.

팀 버턴 감독의 영화 ‘가위손’이나 월트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도 있고,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뱀파이어 시리즈물도 있다. 최근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 늑대인간의 삼각 로맨스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지 않았나. 2012년 흥행 영화 ‘늑대소년’ 역시 인간과 이종 간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사실 히어로물인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역시 이종 로맨스를 변형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동화와 비슷한 이야기에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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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인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영화 ‘트와일 라잇’(위)과 송중기가 늑대 유전자를 지닌 인간 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늑대소년’.

국내 방송가에서도 인간과 이종 간 로맨스를 꾸준히 다루는 추세다. 지난해 방송한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는 반인반수 청년 역을 맡아 인간 소녀 수지와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을 완성했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이종석이 사람 마음을 읽는 신비한 초능력을 가진 소년을 연기했다.

돌이켜보면 세상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 되는 신화 역시 인간과 타 종족 간 로맨스를 토대로 한다. 지금 발붙이고 사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그것을 상상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이처럼 원초적이다. 이종은 이런 인간의 상상력을 형상화한 형태며, 인간이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 거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작품에서 이종은 월등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신화에서 이종은 특히 인간보다 훨씬 우월해 신비와 숭배, 경외 대상이 된다. 이런 우월한 이종에게선 인간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의지를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종은 변화한다. 인간보다 우월한 면을 지니지만, 인간에게 배척당하며 상처를 입는다. ‘가위손’ 속 에드워드나 ‘미녀와 야수’ 속 야수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괴물과 흡사한 외모로 그려진다. 외부 세계에 배타적이던 인간의 시선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이종이 등장하는 과거 콘텐츠는 주로 인간으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생기는 이들의 아픔과 인간 세계와의 갈등, 나아가 인간의 편협함에 관한 자기반성을 다룬다.

반면 요즘은 이종과 인간의 연결고리가 견고해졌다. 이들은 인간 세계에 들어와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다. 그러면서 인간과의 감정 교류도 깊어진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구가의 서’ 최강치,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와 늑대소년 등 이런 부류의 이종은 인간과 다르다는 점에서 태생적 비극을 지닌다.

그럼에도 그것은 로맨스에 최적화한 형태로 구현되곤 한다. 과거 이종과 인간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다수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고, 인간과 사랑을 이루기 위한 장치로 이들의 외모도 훌륭하게 그려진다.

상상력만큼 이종 형태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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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신비한 초능력 소년으로 변신한 배우 이종석.

어쩌면 이종 로맨스가 점점 늘어나는 것 자체가 외부 세계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이종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인간 세계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 상상을 구현해낸 다른 세계에 대한 공포는 이렇듯 호감으로까지 흘러오게 됐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전’처럼 이뤄지기 힘든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비극을 전제로 한 로맨스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좋아하는 장르다. 오늘날 사랑에는 국경이나 신분 같은 걸림돌이 없으니 이종이라는 장치가 로맨스의 비극적 전제로 활용되는 듯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판타지는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에서 유행한 소재고 당분간은 유행할 것”이라며 “현재 제작하는 드라마 중에도 판타지물이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현실적 소재의 드라마와 다양한 판타지물이 균형을 맞추는 분위기”라며 “판타지물 중에서도 기초 설정을 제외한 구성 요소는 현실감 있게 그리는 작품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밝혔다.

외계인, 뱀파이어, 신수와도 사랑에 빠진 인간. 점점 커지는 상상력의 크기만큼 이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400년 전부터 지구를 떠돌며 살아온 도민준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다음에는 또 어떤 이종이 등장해 달달한 로맨스를 선사할까.



주간동아 2014.02.24 926호 (p66~67)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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