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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자연주의 캠핑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내성천 350도 굽이치며 최고의 풍광 만들어…순환형 트레킹코스 꼭 체험해 볼만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회룡포 전망대에서는 내성천 물길에 에워싸인 회룡포마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경북 예천 회룡포마을은 물돌이동이다. 봉화군 물야면의 선달산(1235m) 기슭에서 발원한 내성천 물길이 350도로 굽이치며 회룡포마을을 보듬고 흐른다. 마을은 폭이 60여m에 불과한 조롱목에 매달려 간신히 섬 처지를 면했다. 내성천 물길에 둘러싸인 회룡포마을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처럼 아름답다. 같은 물돌이동인 안동 하회마을이나 영주 무섬마을보다 자연풍광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문화재청이 명승 제16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회룡포마을을 껴안은 내성천은 낙동강 지류 가운데 하나이다. 이 마을을 크게 에돌아 흐르는 내성천은 다시 180도로 방향을 틀어 굽이치다 삼강나루께서 낙동강 본류와 합류한다. 유달리 모래가 많은 내성천 물빛은 깨끗하다. 모래의 탁월한 자정작용 덕택이다. 물길 폭이 매우 넓고 수심도 얕아서 물살은 순한 편이다. 큰물 지는 때만 아니라면 바짓가랑이만 걷어 올려도 웬만한 곳은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회룡포마을 주민들도 옛날에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내성천을 건너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강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이용하고, 강물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외나무다리나 섶다리를 놓아 건너다녔다. 지금은 뿅뿅다리가 회룡포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물 위에 뜬 연꽃 모양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회룡포마을과 용포마을 사이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제2뿅뿅다리.

회룡포마을의 뿅뿅다리는 길이가 100m쯤 된다. 용궁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이 제안해 1997년 처음 가설했다. 쇠파이프로 교각을 세운 다음, 건설공사장에서 비계(飛階)를 설치할 때 쓰는 철판을 다리 상판으로 깔았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차오르면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처음에는 퐁퐁다리라 불렀다. 그러다 한 언론매체가 뿅뿅다리로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지금은 본래 이름 대신 뿅뿅다리로 유명하다.

내성천 물 위를 가로지르는 뿅뿅다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출렁거린다. 사람의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그 출렁거림이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처음에는 섣불리 걸음을 내딛지 못하던 사람도 금세 다리의 율동감에 매료돼 일부러 두어 번쯤 왕복하는 경우도 있다.



뿅뿅다리가 없다면 회룡포마을은 절해고도나 다름없다. 그래서 한때는 죄인들의 유배지였고, 전쟁 때는 피난처로 활용되기도 했다. 6·25전쟁 때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조선 후기 고종 때 예천과 가까운 의성 땅 주민이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마을 이름도 10여 년 전까지는 의성포라 불렀다. TV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해지자 의성군에 가서 의성포를 찾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천군에서 마을 이름을 회룡포로 바꿨다.

회룡포마을의 총 넓이는 49만m2(약 15만 평)이다. 그중 농경지가 22만m2(6만6500여 평)에 이른다. 현재 여덟 가구가 사는 마을 규모에 비해 농경지는 비교적 넓은 편이다. 옛날에 이 마을은 해마다 어김없이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내성천의 하상(河床)이 지금보다 5m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마을도 원래는 지금 터보다 높은 남쪽 구릉에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이후 내성천을 따라 제방이 축조된 뒤로 강물이 범람하지 않게 되자,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지금의 터로 집을 옮겨지었다.

한두 달 장기 체류자들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회룡포마을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기를 안은 엄마처럼 내성천 물길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안은 데다, 강 건너편에 우뚝한 비룡산(240m) 줄기가 병풍처럼 드리워진 덕택이다. 하룻밤쯤 머물며 느긋하게 쉬어가고픈 마음이 절로 꿈틀거린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캠핑장이 근래 회룡포마을 안에 조성됐다.

2012년 여름 개장한 회룡포 오토캠핑장은 회룡포마을의 아름다운 낮과 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강둑과 맞닿아 있어 내성천변의 둑길이나 백사장을 거닐기에 좋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헤아리기도 좋고, 새벽마다 온 세상을 뽀얗게 뒤덮는 안개에 파묻히는 운치도 맛볼 수 있다. 이 캠핑장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아예 한두 달씩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룡포마을 일대에는 순환형 트레킹코스가 여러 개 개설돼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가를 따라가며 회룡포마을을 한바퀴 도는 올레길(2.6km)도 있고, 회룡포마을과 삼강주막, 원산성까지 두루 섭렵하는 강변길 코스(13.65km)도 있다. 하지만 가장 권할 만한 코스는 회룡포 등산길 2코스다. 회룡포마을에서 뿅뿅다리 2개를 건너 회룡포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환상(環狀) 코스이다. 약 5.1km인 이 코스는 비교적 순탄해서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고, 뿅뿅다리 2개와 전망대 2개, 회룡포마을 등을 두루 거치기 때문에 다채로운 풍광을 섭렵할 수 있다.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회룡포 오토캠핑장의 안개 자욱한 새벽 풍경.

특히 ‘육지 속 섬’ 회룡포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회룡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울 만큼 상쾌하다. 강변 조망대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을 만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웅장하고도 독특하다. 회룡대에서 완만한 산등성이 길을 따라 1.2km쯤 더 가면 제2전망대인 용포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회룡대 전망대 못지않게 탁월한 전망을 누릴 수 있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보다 훨씬 더 장엄하고도 호쾌한 풍광이다.

회룡포마을과 인접한 예천 풍양면 삼강리에는 옛 삼강나루가 있다. 강원도 태백 땅에서 발원한 낙동강 본류와 경상도 선달산에서 시작된 내성천, 충청도 죽월산에서 발원한 금천 등 강 3개가 여기서 하나가 된다. 그래서 삼강에서는 ‘한 배 타고 세 물을 건넌다’는 말이 전해온다. 그 옛날 낙동강 하류 쪽에서 실려 온 온갖 공물과 화물이 이곳 삼강나루 건너편 문경 백포나루에서 바리 짐으로 다시 묶인 다음, 노새나 수레에 실려 문경새재를 향해 출발했다. 예천 이남의 경상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갈 때도 어김없이 이 나루터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늘 뱃사공, 짐꾼, 견마잡이, 장사꾼, 선비 등으로 북적거리던 삼강나루에는 주막과 색주가가 번성했다고 한다.

삼강나루가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반듯하고 편리한 신작로와 다리를 곳곳에 개설함에 따라 낙동강 물길이 교통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500m도 넘었다는 백포나루와 삼강나루 사이 강폭은 안동댐 건설 이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나그네의 발길이 뚝 끊긴 삼강나루에서는 유옥련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은 주막집을 운영했다. 그러다 1900년경 처음 지었다는 삼강주막마저 마지막 주모였던 유씨 할머니가 2006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듬해 예천군에서 슬레이트지붕을 올린 데다 벽체 곳곳까지 갈라 터져 폐가나 다름없던 삼강주막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삼강주막서 막걸리 한잔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비룡산 솔숲 사이로 조붓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오늘날 삼강주막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번듯하게 복원된 주막집 방 안에도 들어가 보고 부엌도 기웃거리면서 마지막 주모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방팔방으로 문이 나 있는 독특한 부엌 구조와 벽에 빗금을 새겨 표시한 외상장부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주막집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면 문득 해물파전 한 장이나 도토리묵 한 접시에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막 옆에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간이주막을 운영한다. 내력 깊은 삼강나루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유난히 혀에 감기면서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여행정보

● 회룡포 오토캠핑장 이용 안내


화장실, 급수대 같은 필수시설뿐 아니라 배전반도 설치해놓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캠핑장 이용료는 무료이고, 사전예약도 받지 않는다. 먼저 자리 잡는 사람이 임자이다. 제1뿅뿅다리 부근 제방 안쪽에 조성한 야영장도 이용 가능하다. 야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장이 있다.

뿅뿅다리 건너 회룡포 치명적 매력

단골식당의 순댓국과 순대.

● 숙식

회룡포마을 안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회룡교 옆에 위치한 회룡포쉼터(054-655-9143)이다. 용궁면 향석리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회룡포여울마을(054-655-7120)이 있다. 삼강나루에는 삼강나루터펜션(010-3157-2406), 춘하추동(070-4195-2797)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용궁면소재지는 단골식당(054-653-6126), 흥부네토종순대(054-653-6220), 박달식당(054-652-0522) 등의 토종순대 전문점이 몰려 있는 순대마을이다. 돼지막창에 선지와 당면을 넣은 용궁순대는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토종순대 전문점에서 숯불에 구운 오징어불고기를 함께 내놓는 점도 이채롭다. 삼강주막 옆에는 삼강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주막이 있다. 부침개와 도토리묵, 두부, 막걸리 등의 메뉴가 있다.

●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나들목→문경시내(점촌)→34번 국도 예천, 안동 방면→용궁면소재지→924번 지방도(용개로)→회룡길→회룡교→회룡포마을



주간동아 913호 (p60~62)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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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5호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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