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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자연주의 캠핑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인천 옹진군 무인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인근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최고 풍광 자랑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1 승봉도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남대문바위. 썰물 때 찾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사승봉도는 모래섬이다. 그래서 사도(沙島)라고도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한 무인도다.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주민이 없어 정기 여객선도 다니지 않는다. 집 한 채가 있지만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캠핑을 즐기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무인도 캠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 교통편이다. 먼저 승봉도(승봉리)에 가서 배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승봉도와 사승봉도 사이에는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이용객이 많은 피서철이나 봄가을 주말과 휴일에는 수시로 운항한다. 그러나 비수기와 평일에는 적잖은 뱃삯을 지불해야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를 이용할 수 있다.

캠핑 위해 약간의 불편 감수는 기본

승봉도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10여 분 만에 사승봉도에 도착한다. 사승봉도에는 선착장이 따로 없다. 배는 주로 승봉도와 대이작도가 마주 보이는 북쪽 해변에 닿는다. 모래톱에 뱃머리를 걸쳐놓고 사다리만 내리면 그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하선 과정이 다소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런 것도 사승봉도 같은 무인도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사승봉도는 물때에 따라 섬 넓이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사이에는 밀물과 썰물 때 넓이 차이가 곱절도 넘는다. 썰물 때는 약 54만2000m2(16만4000평)나 되지만, 밀물 때는 21만1500m2(6만4000평)가량만 육지로 남는다. 33만m2(10만 평)가량의 모래톱과 해변이 바다로 변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승봉도에서는 밀물 때도 안전한지 꼼꼼히 확인한 뒤 캠핑 장소를 구축해야 된다.



사승봉도 해안은 둘레가 3km쯤 된다. 북쪽 해안은 짧고 동서쪽 해변은 길쭉한 삼각자 모양이다. 북쪽과 서쪽 해안은 모래해변인 반면, 동쪽은 거칠고 경사가 급한 갯바위 해변이다. 캠핑은 북서쪽 모래해변에서만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북쪽 해안의 무성한 풀밭이 캠핑하기에 가장 좋다. 매트를 깔지 않아도 될 만큼 바닥이 푹신한 데다 굵은 장대비도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 만큼 물 빠짐이 좋다. 소금기 하나 없이 깨끗한 암반수가 솟구치는 샘(우물)과 간이화장실도 모두 북쪽 해변에 있다.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2 사승봉도에는 선착장이 따로 없다. 배를 대고 사다리를 내린 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3 승봉도 부두치 해변의 데크 산책로. 마침 썰물 때라 해변 끝 목섬이 승봉도와 연결됐다.

사실 사승봉도는 곽재우(58) 씨가 운영하는 사설 캠핑장이다. 사승봉도 전체를 소유한 개인으로부터 땅을 장기임대해 캠핑장과 극기훈련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사승봉도 이모님’이라 부르는 그는 인심 좋은 캠핑장 주인으로도 유명하다. 우물과 화장실뿐 아니라, 사승봉도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 파도에 떠밀려오거나 피서객, 야영객, 관광객이 여기저기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로등도 전기도 없는 사승봉도의 밤은 유난히 깊다. 서쪽 해변과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이 채 스러지기도 전에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저녁 9시만 돼도 도시의 자정 무렵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캠핑장비 설치와 저녁식사 준비는 가급적 날이 어둡기 전 끝마치는 것이 좋다.

낮보다 밤이 훨씬 아름다워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승봉도 남대문바위와 주랑죽공원 사이의 해안절벽 아래 형성된 해식동굴.

사승봉도에서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인공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파도소리, 풀벌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천지에 가득하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말 그대로 강처럼 흐르고, 바다 저편에는 어느 민가의 불빛이 아련하다.

무인도인 사승봉도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낚시, 독서, 산책 외에는 할 게 없어도 무료하지 않다. 섬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는 시간의 제약이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마음이 절로 느긋해지고 몸도 덩달아 게을러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만끽하는 것이 무인도 캠핑의 매력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사승봉도 캠핑을 계획했다면, 적어도 한나절은 승봉도에 할애해야 된다. 서해 경기만의 숱한 섬 가운데 승봉도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곳도 흔치 않다. 특히 바위해변과 모래해변, 자갈해변이 교대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승봉도 해안은 최적의 트레킹코스다. 모래해변이 끝날 즈음 자갈해변이 시작되고, 자갈해변을 지나면 바위해변에 들어서기를 끊임없이 거듭한다. 걷는 내내 풍광 변화가 다채로워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승봉도는 사승봉도보다 네 곱절쯤이나 더 큰 섬이다. 그래 봤자 2.2km2(66만5000여 평)에 불과하다. 해안선 길이도 10여km밖에 되지 않는다.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걸어도 섬 전체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원점회귀형 일주코스다. 선착장에서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까지 약 800m와 촛대바위 구간의 일부만 중복된다.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에서 곧장 직진하면 이일레 해변 입구, 당산 산책로 입구, 부두치 해변, 촛대바위, 삼형제바위, 주랑죽공원, 해식동굴,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을 두루 거쳐 출발지인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반대로 왼쪽 길을 선택하면 맨 처음 부채바위를 지나고, 이일레 해변 입구를 마지막으로 경유해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어느 쪽을 택해도 트레킹코스 길이는 6.5km쯤 된다. 그러므로 어디부터 둘러볼지는 물때를 따져서 결정하면 된다. 특히 승봉도 최고 절경인 남대문바위를 보려면 만조(滿潮) 때는 피해야 한다. 부채바위와 남대문바위 사이 바닷길이 바다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사승봉도의 북쪽 해변에 자리를 잡은 부자(父子) 캠퍼가 텐트 안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눈이 호강

남대문바위를 뒤로하고 거친 자갈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400m쯤 걸어가면 작은 해식동굴이 나타난다.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동굴이다. 언뜻 멀리서 보면 한 사람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작은 것 같지만, 실제 동굴 내부는 여남은 명이 앉거나 서 있어도 될 정도로 널찍하다.

해식동굴에서 주랑죽공원 앞을 지나 촛대바위로 가는 길에는 울퉁불퉁한 바위해변과 자갈해변, 굵은 모래해변이 잇달아 나타난다.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활처럼 구부러진 해변의 조화가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마을과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 발길은 뜸한 편이다. 그 대신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꼬마물떼새, 제비물떼새 등 바닷새가 곧잘 눈에 띈다.

승봉도의 맨 동쪽 해안에 위치한 촛대바위부터는 더는 바닷가를 따라 걷기가 어렵다. 인접한 부두치 해변까지 100여m에 불과한 바위해변 일부가 늘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바닷길 대신 잡목과 억새가 무성한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지름길도 있지만, 길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가시덤불이 많아 초행자에게는 권할 만한 길이 아니다.

촛대바위 남쪽의 부두치 해변도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다.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섞인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해변 끝에는 썰물 때면 승봉도와 하나가 되는 목섬이 있다. 목섬 입구까지만 놓였던 데크 산책로가 최근 200m 이상 연장된 덕에 부두치 해변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부두치 해변에서 승봉도 마을까지는 승봉도 최고봉인 당산(68m) 기슭의 울창한 솔숲을 가로지른다. 바람결에 느껴지는 솔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길가에는 대표적인 가을꽃인 쑥부쟁이와 수크령이 하늘거린다. 인천 앞바다의 이 작은 섬에도 어느덧 가을빛이 완연하다.

여행정보

● 숙식


캠핑장비가 없어도 사승봉도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장 운영자인 ‘사승봉도 이모님’(곽재우 씨· 010-5117-1545)에게 미리 전화하면 텐트를 비롯한 캠핑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사승봉도에서 캠핑하려면 1인당 1만 원의 입장료(청소비)를 내야 한다. 당일치기 관광객의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승봉도에는 일도네펜션(032-831-8941), 바다가 보이는 집(032-762-9688), 승봉도비치펜션(032-831-5588), 승봉마린펜션(032-831-3616), 바다풍경펜션(032-431-4515) 등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펜션이나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선창식당(032-831-3983), 이일레식당(032-832-1034) 등 상설 음식점이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식사가 가능하다. 메뉴는 백반, 매운탕, 꽃게탕이 주종을 이룬다.

● 가는 길

인천↔승봉도 : 자월도, 대·소이작도, 승봉도에 차례로 기항하는 쾌속선 레인보우호(032-887-2891)가 평일 1회, 주말과 휴일 2~3회 왕복 운항한다.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페리5호(032-887-6669)는 매일 1회씩 왕복 운항한다. 여객선 출항시간은 물때와 요일에 따라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것이 좋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쾌속선), 2시간(페리호).

대부도↔승봉도 :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032-886-7813)에서도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훼리2호가 매일 1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 소요. 사전 확인 및 예약은 필수다.

승봉도↔사승봉도 : 승봉도선착장에서 선창호(011-9047-3770)를 비롯한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사승봉도와 가장 가까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에서도 드나들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장의 곽재우 씨에게 미리 연락하면 배편도 연결해준다. 뱃삯은 어른 1인당 왕복 1만5000원이 기본이지만,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주간동아 908호 (p64~66)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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