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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의 Job Revolutionist(직업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 스토리⑨

워드프레스 무료 공개 공짜 생태계 키우기

컴퓨터 프로그래머 맷 멀린웨그

  •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워드프레스 무료 공개 공짜 생태계 키우기

워드프레스 무료 공개 공짜 생태계 키우기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모습.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앱) 세상으로 변했다. 아침 알람, 스케줄, 지하철 및 버스 시간표, 교통체증 실시간 통보, 사무실 회계 처리, 주변 맛집 정보 및 예약, 데이트 선물 구매, 은행 결제 처리, 당뇨 및 혈압 확인, 영어·중국어·일본어 학습 등 온갖 기능과 정보를 가진 수많은 앱이 생기고 또 없어진다. 일종의 스마트폰 생태계가 일상생활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든 이가 있다. 잡스와 달리 공짜 생태계를 만든 맷 멀린웨그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29세인 멀린웨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미지를 올리고 글을 남기면서 인터넷을 배웠다. 미국 휴스턴 실용예술고를 다니던 16세 때만 해도 색소폰 연주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하루는 여행을 다녀온 뒤 블로그에 이미지를 올리다가 용량이 큰 파일이 잘 올라가지 않는 걸 보고 그는 블로그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기존의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서로의 생각이 오갈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던 ‘B2’라는 블로그 콘텐츠 관리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B2’는 휴대전화 속 이미지와 글을 블로그에 연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당시에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멀린웨그는 사람들이 글을 쉽게 올리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원활히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대화하길 좋아한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워드프레스’라는 블로깅 시스템소프트웨어로 발전한다. 그 덕에 사람들은 각종 이미지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쉽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글꼴과 템플릿을 다운로드하려고 카드결제를 했지만, 이제는 색다르게 표현하려는 사람들조차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유료였던 것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미지, 콘텐츠 무료로 제공



이후 워드프레스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라는 진일보한 시스템을 통해 좀 더 강력한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다. 2003년 멀린웨그가 개발한 워드프레스가 2004년 CBS 계열사 CNET에 사용되면서 그는 이 회사에 입사했고, RSS(Rich Site Summary) 서비스들과 각종 미디어 블로그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생태계에 대한 미련이 남아 결국 2005년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오토매틱(Automattic)’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워드프레스를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한 것이다. 당시 23세였던 멀린웨그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 ‘뉴욕타임스’와 CBS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끝내 놀라운 선택을 한다.

“워드프레스를 완전히 오픈하자.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하자.”

그리고 그는 인터넷 복제는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특정 누군가에 의한 프로그램이 아닌,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단행했다. 프로그램 원본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일종의 공짜 생태계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 결과 인터넷 유저들은 자발성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런 그의 선택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기업들이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선택하면서 워드프레스가 표준이 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린웨그는 이미 인터넷 스타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24세였던 2008년에는 잡스, 스티븐 발머, 제프 베저스 등과 함께 ‘비즈니스위크’지(誌)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상장했듯이 그도 워드프레스를 상장하리라 예측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생태계 창조주로서 통제자가 아닌, 그것의 일부가 됐다.

모든 프로그램 사회에 기부

2010년 멀린웨그는 ‘워드프레스 재단’을 만들어 자신이 만든 워드프레스의 모든 프로그램을 사회에 기부한다. 일종의 사회 환원이었다. 그리고 그의 회사 오토매틱은 워드프레스 생태계의 하청업체로 남았다. 당시 모든 외신 기자가 그의 결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오토매틱은 하청업체임에도 연 매출 45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달성했다. 미국 내 수많은 기업이 가장 쉬운 홈페이지와 콘텐츠 관리시스템으로 워드프레스를 선택하면서 오히려 멀린웨그에게 콘텐츠 관리시스템 운영을 유료로 맡겼던 것이다. 이런 놀라운 결과는 멀린웨그의 직업관과 직업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원하는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할 때 돈은 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생태계는 순환의 힘으로 움직인다. 일단 재능 있는 개발자들을 위해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더 많은 이가 쓸 수 있도록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 이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오늘도 하는 일이다.”

그의 꿈은 이뤄졌다. 이미 전 세계 8500만 유저가 워드프레스를 사용한다. 사이트 개설 수만 6500만 개가 넘는다.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7위가 됐다. 그리고 전 세계 웹사이트의 17%, 블로그와 콘텐츠 관리시스템의 55%가 워드프레스다. 더 놀라운 사실은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수많은 파트너가 지속적으로 워드프레스 버전을 발전시키고, 자신들이 만든 글꼴을 공유하며, 이미지를 편집하고, 영상과 콘텐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매년 유료로 나오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멀린웨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해줬으면 하는 것일 수 있다. 처음엔 누군가가 해주기만 한다면 그다음은 모두가 주인이 돼 더 멋진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3.05.20 888호 (p40~41)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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