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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선택 2012 03

“글쎄유…아직은 몰러”

대선 풍향계 충북 민심 르포… 후보와 선거공약 저울질 한창

  • 청주·충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글쎄유…아직은 몰러”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른 다섯 번의 대통령선거(대선) 결과를 보면 예외 없이 충청북도에서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했다. 여야 맞대결 구도로 치른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충북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보다 5만4579표를 더 얻어 당선했고,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충북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5만2456표 차로 앞서 당선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충북 승리=대선 당선’이라는 얘기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12월 19일 치를 제18대 대선에서 충북 표심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1월 26일부터 선거운동 개시일인 11월 27일까지 충북 일원을 돌며 대선 초반 충북 민심을 살펴봤다.

세대별 지지 후보 뚜렷이 갈려

“박근혜가 될 거라고들 하던데, 잘 모르겄어유.”

충주시청 인근 연수로터리에서 만난 신명희(52·여) 씨는 대선 분위기를 한마디로 이렇게 전했다.



“(대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얘기가 아직 없네요.”

로터리 인근 S마트 사장은 대선 얘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복권을 구매하러 마트에 들어선 60대 초반 남성은 “(대선) 얘기가 나올 때가 되긴 됐는데…”라면서도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는 “모르겠슈”라고 답했다.

충주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40대 초반 여 사장도 “누구를 찍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11월 26일) 안철수 후보 지지자가 ‘문재인 후보 사퇴하라’며 투신하려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인터넷에도 뉴스가 떴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충주로 이동하는 동안 최신 뉴스를 접하지 못한 기자에게 인터넷과 TV를 통해 대선 관련 최신 뉴스를 접하고 전해준 그는 정작 “정치를 잘 모른다”고 겸손해했다.

투표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과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충북인의 특성이 “모르겠슈”라는 한 단어에 압축된 것처럼 느껴졌다.

충주버스터미널 인근 S헤어숍 여사장은 “50대, 60대 여성 손님은 ‘그래도 박근혜 후보가 낫다’고 얘기한다”고 민심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40대 중반 여 사장 자신은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쎄유…아직은 몰러”
휴대전화 판매매장에서 일하는 허모(32·남) 씨는 “안철수 후보를 많이 지지했는데, (안 후보가) 사퇴해 이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들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이라며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은 대부분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 비해 유독 세대별 투표 성향이 크게 엇갈리는 이번 대선 민심이 충북에서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50,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박근혜 후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20, 30대 젊은 유권자층에서는 안철수 후보 지지세가 강했다가 안 후보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 지지로 선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유권자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채 유보적 견해를 보였다.

충주버스터미널에서 제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제천 출신 50대 중반 남성은 “아직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 먼저 (TV 토론 등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 했고, 20대 초반 공군 병사들은 “원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는데, 안 후보가 사퇴했으니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에서 충청대로를 따라 청주로 이동하는 길에 음성군에 잠시 들렀다. 음성군에 들어서면 ‘UN 사무총장 반기문의 고향’이라는 팻말을 자주 접한다. 음성군 수정로에 위치한 C문구 사장은 “박근혜, 문재인 반반인 것 같다”고 지역 여론을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안철수 후보 인기가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졌다”며 “결국 사퇴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워낙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해서 지금 분위기는 박 후보가 유리해 보인다”면서도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서서히 올라가 판세가 바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서서히 사그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25일과 26일, 미디어리서치(KBS청주방송총국 의뢰)가 충북 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는 22.3%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박근혜 후보(38.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문 후보로 15.5%에 그쳤다. 그러나 11월 12일 조사(KBS청주방송총국 의뢰,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지지율 격차에 변화가 나타났다. 박 후보는 44.4%로 더 높아졌고, 안 후보는 18.1%로 낮아졌다. 문 후보는 20% 지지율로 2위로 올라섰다.

음성군을 지나 청주로 더 내려오면 증평군이 나온다. 증평터미널에서 만난 20대 후반 남성은 “부모님은 박근혜를 선호하고, 주변 친구들은 안철수를 좋아했다”며 “나도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안 후보 사퇴로 이번 대선에 투표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증평터미널 부근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초반 여성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으니, 문재인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북 남부 ‘박풍’ 북상 못해

“글쎄유…아직은 몰러”

11월 2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충북은 크게 보은, 옥천, 영동 남부권과 충주, 제천, 단양 동부권, 그리고 청주, 청원, 증평, 진천, 괴산, 음성 등 중부권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박근혜 후보의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군이 포함된 남부권에서는 자타 공히 ‘박근혜 바람’이 거셌다.

충북에서 활동하는 한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보은, 옥천, 영동에서 박 후보 지지율은 70% 가까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영동 출신 60대 남성은 “물어볼 것도 없이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라고 힘줘 말했고, 옥천에 산다는 50대 후반 남성도 “육 여사가 우리 고향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박 후보가 정치를 잘 해왔지 않느냐”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다는 그는 10여 분간 서울에서 만난 새누리당 어느 선거운동원보다 더 열심히 ‘박근혜 대통령 당위론’을 기자에게 설파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충북 남부권에 부는 ‘박근혜 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했다.

문제는 충북 남부권 인구가 충북 전체 유권자를 고려하면 그 비중이 낮다는 데 있다. 충북 인구 158만 명 가운데 65만 명이 청주에 모여 살고, 충주가 25만 명 정도 된다. 보은, 옥천, 영동 인구를 다 합해도 1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충주, 제천, 단양 등 동부권과 청주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민심은 충북 남부권과 온도차가 확연했다. 남부권의 거센 ‘박풍’이 아직 청주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과 충주를 중심으로 한 동부권까지 북상하지 못한 것이다. 동부권 민심은 겉으로는 박근혜 우세가 감지됐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한 음성군 한 문구점 사장의 얘기처럼 아직은 안갯속이었다.

청주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 민심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호각세를 이룬다는 여론이 많았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한 의료계 인사는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한 후보로 민심이 기울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청주 인근 청원군에 위치한 오창과학산업단지 민심은 전국 대선 민심의 표본이라 할 만했다. 오창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대표는 “오창은 전국 민심 집합소”라면서 “오창 인구 4만 명은 호남 출신, 영남 출신, 수도권에서 내려온 사람이 혼재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과 관련해 “어느 후보가 더 유리한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며 “다만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오프라인 활동이 눈에 많이 띄고,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대선 초반 ‘충북 민심’과 관련, “박근혜 후보가 약간 우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지역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2~3% 내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면, 충북에서는 5% 이상 문 후보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박 후보 지지자들은 유동층이 거의 없을 만큼 지지세가 견고해 본선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며 “충북 옥천이 박 후보 어머니 고향이라는 점도 박 후보 지지표 이탈을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한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하지만, 표심에 끼치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에도 충북에서 문 후보 지지율 약진이 두드러지지 못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제18대 대선에서 충북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이번 대선에서도 ‘충북 승리=대선 당선’ 공식이 이어질까. 후보 등록 이후 도로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 11월 27일 현재 충북 민심은 대체로 “모르겠슈”였다.



주간동아 2012.12.03 865호 (p18~20)

청주·충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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