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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달콤한 권력은 여자를 밝힌다

성상납

달콤한 권력은 여자를 밝힌다

달콤한 권력은 여자를 밝힌다

‘유디트1’, 클림트, 1901년, 캔버스에 유채, 84×42, 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소장.

최근 중국 여배우 장쯔이의 정치인 성상납 의혹이 화제다. 중국 반체제 언론의 보도대로 장쯔이가 평범한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18억 원이란 거금을 한 번의 섹스로 받았다면, 그것은 남자의 권력을 이용하려는 사람 덕분이다. 권력자나 평범한 사람이나 남자는 늘 여자에게 목마르다. 여자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다만 권력자는 원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언제든 취할 수 있다. 권력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알아서 권력자의 취향에 맞는 여자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목적을 이루려고 권력자에게 자신을 바친 여인을 그린 작품이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유디트1’이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미망인 유디트는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을 침략하자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나라를 구하려고 마음먹는다. 연회에서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유디트는 그가 잠들자 칼을 꺼내 목을 베어버린다.

한쪽 가슴이 드러나게 옷을 입은 유디트가 양손으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다. 살짝 벌어진 입술과 살포시 감은 눈, 그리고 드러난 가슴은 남성을 유혹하는 여인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오른쪽 어두운 그림자에 묻힌 홀로페르네스와 화려한 금박으로 장식한 유디트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남자에게는 여자의 유혹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인은 사실적으로 그린 반면, 배경의 금박으로 된 나무 패턴과 여인의 금빛 의상은 그 경계가 모호하게 어우러진다. 클림트는 비잔틴 예술의 영향을 받아 금과 은을 작품에 사용하는 등 황금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를 모티프로 했지만 유디트를 구국의 여인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클림트는 1840년 미모를 이용해 남성을 파멸시킨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프리드리히 에벨의 연극에서 영향을 받았다. ‘유디트1’의 원래 제목은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였으며, 8년 후 ‘유디트2’를 제작했다.

조금이라도 권력을 맛본 사람은 평생토록 그것을 향해 해바라기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는 권력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달콤한 권력은 여자를 밝힌다

‘카이사르 앞의 클레오파트라’, 제롬, 1866년, 캔버스에 유채, 183×129, 개인 소장.(위) ‘1746년의 방면 명령’, 밀레이, 1852~1853년, 캔버스에 유채, 102×73, 런던 테이트 브리던 갤러리 소장.(아래)

권력을 쥐려고 스스로 성상납한 여인을 그린 작품이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카이사르 앞의 클레오파트라’다.

클레오파트라는 파라오 율법에 따라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했지만 남동생과의 권력투쟁으로 폐위된다. 그는 권력을 쥐려면 당시 이집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로마 지도자 카이사르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카이사르에게 접근하려 했으나 남동생이 이끄는 군대가 가로막았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리아 궁에 머물던 카이사르에게 접근하려고 하인에게 자신을 값비싼 양탄자에 말아 어깨에 메고 가라고 지시한다. 진상품으로 위장한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를 유혹해 남동생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클레오파트라의 등장에 놀라 업무를 보던 카이사르가 몸을 일으키고, 방에 있던 측근들도 뒤를 돌아보고 있다.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과 하반신을 드러낸 의상이 클레오파트라의 몸매를 강조한다. 그의 시선은 카이사르를 유혹하고 있다. 책상은 카이사르가 업무를 보던 중이었음을 나타내지만, 그가 입은 옷의 붉은색은 클레오파트라와의 섹스를 암시한다. 천장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방은 알렉산드리아 궁이다.

제롬은 전설을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클레오파트라의 발밑에 양탄자와 하인을 배치했다. 클레오파트라가 관능적인 여인임을 나타내려고 세미누드로 그렸다.

가정주부는 돈이나 쾌락 때문에 옷을 벗지 않는다. 하지만 가정을 위해서라면 옷을 벗을 수 있다. 가정을 위해 성을 상납한 여인을 그린 작품이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의 ‘1746년의 방면 명령’이다. 남편을 구하려고 자신을 희생한 여인의 현실을 섬세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맨발에 아이를 안은 여인이 쪽지를 관리에게 보여주고, 관리는 명령을 확인하려고 여인이 내민 쪽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은 채 깁스한 남자는 여자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꼭 잡았지만 눈은 다른 데를 향했다.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을 한 남자가 깁스를 한 모습은 고문으로 다쳤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개 한 마리가 발을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개는 부부간 충절을 상징한다. 두 남녀가 부부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의 얼굴에 시선을 두지 않는 것은 남편 때문에 성상납을 해야 했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남편에 대한 원망이 뒤섞인 결과다.

밀레이는 이 작품을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 전시회에 출품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인의 맨발이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고, 그가 두른 푸른색 천이 하늘의 숭고함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여성의 인권을 다룬 이 작품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든 통에 경찰관까지 출동했다고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성상납이 성행하는 이유는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률이 높은 만큼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6.04 840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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