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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업그레이드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장

싱가포르 | 도시재개발 장기적 눈으로 접근 주민 참여 적극 유도

  • 싱가포르=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행복 업그레이드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장

행복 업그레이드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장

싱가포르는 상위 계획인 콘셉트 플랜을 바탕으로 하위 계획을 수립, 구체적인 정책을 집행한다.

“우리의 임무는 싱가포르를 생활하고, 일하며, 즐기기 좋은 훌륭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Our Mission to make Singapore a great city to live, work and play in).”

10월 4일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이하 URA) 건물에 위치한 시티 갤러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URA의 존재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한 문구였다. 시티 갤러리에선 싱가포르가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도시를 가꿔가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동안 도시계획에 따라 개발을 얼마나 진행했으며, 향후 어떻게 개발할지, 그리고 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각종 영상자료와 사진, 모형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도시계획의 청사진 ‘콘셉트 플랜’

행복 업그레이드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장
싱가포르는 1960~70년대부터 계획적인 도시 재개발을 추진했다. 무차별적 개발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도시 재개발은 장기적인 비전 아래 상위 계획과 하위 계획을 유기적으로 엮어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위 계획인 콘셉트 플랜은 40~5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계획한다. 장기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도시 재개발이 현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미래 세대에게 반드시 필요한 계획이라면, 현 세대가 조금 손해를 볼지라도 뚝심 있게 추진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도시개발 계획이 널뛰듯 바뀌는 서울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콘셉트 플랜 2011’을 통해 노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 그리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장기간의 발전 계획을 모색 중이다.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싱가포르는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 시민에게 좋은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경제성, 삶의 질을 담보하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성, 그리고 땅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환경을 고려해 개발하는 환경성이 조화를 이룰 때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전담부서인 URA가 주도적으로 도시 재개발 임무를 담당하지만, 경제·사회·환경 등과 관련한 다양한 부서가 함께 계획을 세우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은다. 물론 장기간의 계획은 구체적인 추진 과정에서 유동성이 발생한다. URA의 졸린 훈 씨는 “콘셉트 플랜은 장기간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수립하는 만큼, 인구 증가 및 경제성장 등을 고려해 10년마다 리뷰를 통해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에서 일방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상명하달식이 아닌,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개발 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URA는 콘셉트 플랜 리뷰 과정에서 온라인 서베이를 실시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URA가 웹사이트에 특정 주제에 대해 올려놓으면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URA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간다. 특히 2009년 8월 11일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서베이 2009’에선 싱가포르 시민을 대표하는 4000명을 선정한 뒤 직접 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도시 재개발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시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펼친 결과, 1960년대 연평균 성장률 10%를 웃도는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파괴된 만큼 도심에 인위적으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여가활동 등을 위해 설치한 공터나 녹지 공간)를 조성했다. 고층건물과 밀도가 높은 공공주택에서 생활하는 이가 많은 싱가포르에서 오픈 스페이스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인다.

파크 커넥터(Park Connector)는 좁은 땅에서 최대의 녹지 공간을 창출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파크 커넥터는 싱가포르에 흩어진 주요 공원과 녹지, 자연보호구역, 그리고 오픈 스페이스를 연결하는 360km 길이의 그린 웨이다. 20~30년에 걸친 장기 계획 아래 공사를 진행하는데 2008년 100km를 완성했고, 2015년까지 200km 이상 완공을 목표로 한다.

10월 2일 파크 커넥터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알렉산더 파크 커넥터를 찾았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녹음수로 명확히 구분해놓아 보행자가 안전하게 거닐 수 있다. 파크 커넥터 중간 중간에 마련해놓은 휴식 공간에서 시민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었다.

“고온 습윤한 날씨의 싱가포르에서 파크 커넥터는 도시의 기온을 낮추는 것은 물론, 시민이 쉴 수 있는 시원한 공간도 제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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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친화적 녹지 공간 확보

결혼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한 김의영(30) 씨는 “싱가포르의 파크 커넥터는 지역주민과 밀접하게 연계됐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파크 커넥터는 주거지역 인근에 조성한다. 저녁이 되면 시민은 파크 커넥터로 나와 산책을 하고, 조깅을 즐긴다. 파크 커넥터는 인근 주거단지 놀이터와 바로 연결되며,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김씨는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녹지 공간과 공원을 조성한 것이 파크 커넥터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녹지 공간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시민이 자주 찾는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시 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싱가포르지만 무작정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온고지신의 정신을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 이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그러나 싱가포르 사람들은 이런 건물을 헐어 새 아파트를 짓지 않고, 아파트 외부에 엘리베이터가 오가는 별도의 작은 건물을 건설했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 데 앞장선다. 미래 세대에게 조상이 살아온 역사를 전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건물 하나 그 나름의 사연을 담지 않은 것이 없다. 건물 역사는 곧 그곳에 산 사람의 역사다. 파괴 대신 개발을 택함으로써 싱가포르 전역에는 여전히 울긋불긋한 색깔의 2~3층 안팎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덕분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추억의 장소를 보존했다. 토미(40) 씨는 “이곳은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고 많은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이런 건물을 헐어버린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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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RA 시티 갤러리에서는 싱가포르 도시 재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 인도에서는 사람 보행이 먼저다 보니 유모차를 몰고 산책하는 시민이 자주 눈에 띈다.

인도는 인도답게 차도는 차도답게

싱가포르는 서울과 비슷한 면적(692Km2)에 4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런 탓에 끔찍한 교통지옥을 떠올리기 쉽지만 도심 도로는 소통이 원활하다. 출퇴근 시간은 편도 기준으로 평균 35분 정도 걸린다. 1975년부터 도심에 통행 억제 구역을 지정하고, 이곳에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선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리콴유 총리 시절 도입한 통행 시스템은 진화를 거듭했다. 요즘엔 전자 수신 장치를 부착한 차량이 도심에 진입해 요금 수집 아치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부과된다.

도심의 교통 문제 해결에는 정부의 엄격한 법 집행과 정해진 원칙을 제대로 지킨 싱가포르의 시민의식이 한몫했다. 싱가포르 거리를 걷다 보면 곧 서울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차이점을 발견한다. 바로 차도(車道)와 인도(人道)를 본래 목적대로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한국에선 제대로 지키지 않는 탓에 싱가포르 거리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가구 디자이너 필립(31) 씨는 “정부에서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인도에 주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갓길 주차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싱가포르에선 일반 시내도로도 마치 고속도로같이 소통이 원활하다. 자동차는 차도에 잠시도 머무를 수 없다. 도로 옆으로 노란색 두 줄을 그어놓은 곳에선 주차는 말할 것도 없고 정차도 금지된다. 이곳에선 시장에 가더라도 차를 정해진 장소에 세워둔 뒤 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또한 ‘인도에선 사람 보행이 먼저’라는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 차도와 인도 그리고 주차 공간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자동차가 사람의 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자전거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이 걷는 도로와 육교 곳곳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면 벌금 1000싱가포르달러를 부과한다’는 표지판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도로의 한 차선을 점령한 채 주차해놓은 차와 제멋대로 가판을 펼친 노점을 요리조리 비켜가거나,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요령껏 피할 필요도 없다. 보도 한가운데 떡하니 설치한 가로등도 이곳에선 찾을 수 없다. 이렇듯 ‘인도에선 사람 보행이 먼저’이다 보니 유모차를 몰고 산책을 나온 시민이 자주 눈에 띈다.

계획도시라는 명성답게 싱가포르는 지금도 도시계획인 콘셉트 플랜을 바탕으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에 맞춰 세부적으로 주민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시하며 부단히 도시의 변화를 이끈다. 훌륭한 도시를 만들려는 정부의 의지와 시민의 의식 있는 참여가 세계 제1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힘의 원천인 셈이다.

행복 업그레이드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장

3 도로 옆 노란색 두 줄이 그어진 곳에선 주정차가 금지된다. 4 파크 커넥터에서 시민은 산책과 조깅을 즐긴다. 5 오래된 아파트를 헐지 않고 외부에 엘리베이터가 오가는 별도 건물을 만들었다.





주간동아 2011.11.07 811호 (p20~23)

싱가포르=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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