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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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아시아 패권 양보 못 해!”

중국 영향력 확대 저지에 총력戰…‘경제협정+미군 유지’ 투 트랙 전략 강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1-11-07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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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아시아 패권 양보 못 해!”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10월 26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한미 장병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패네타 장관은 이날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방한했다(왼쪽). 2010년 9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질서의 리더로 계속 남으려면 더욱 많은 경제, 외교, 군사적 에너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해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11월호에 기고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1세기의 진정한 기회를 미국에 제공한다”면서 “앞으로 10년간 미국은 이 지역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 하루가 다르게 박차를 가하는 이른바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East Asia Reengagement Policy)’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념하느라 동아시아를 소홀히 해왔다. 반면 중국 베이징은 이 틈을 이용해 동아시아에 대한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제 중국은 경제적으로 동아시아의 ‘맹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을 비롯해 홍콩, 마카오를 규합해 중화경제권을 사실상 완성했으며, 지난해 초부터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아세안과도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서해 등에서 패권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를 지켜보는 미국의 시선은 불안하다. 중국이 동아시아 지배권을 더욱 확대할 경우 자칫 패권경쟁에서 패배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 중이다. 게다가 세계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2014년경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자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동아시아에 적극 진출하지 못할 경우 지금의 경제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한다.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한 진짜 이유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은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누어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한 여세를 몰아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Treaty)을 체결하는 것이다. TPP는 2005년 6월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칠레 등 4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FTA다. 2015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한다는 이 협정은 야심찬 내용에도 당초에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은 2008년 2월 이 협정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같은 해 8월 호주, 베트남, 페루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2010년 10월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이들 9개국은 현재 협정 내용을 협상 중이다.

    TPP는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관세를 100% 철폐하고 투자와 금융, 서비스 등에서도 장벽을 없애는 등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다. 즉, 가장 개방적인 경제통합 협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당연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자는 목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동아시아와 미국을 연결하는 고리”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11월 12일부터 이틀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까지 TPP의 대략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 처지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아시아 지역을 끌어안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려면 TPP가 필요하다”면서 조속한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주력하는 것은 일본에 대한 TPP 참여 설득 작업. 오바마 대통령은 9월 21일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TPP는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며 참여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일본이 TPP에 참여할 경우 경제적 이득을 얻음은 물론, 더 효과적인 중국 견제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미 의회가 한국과의 FTA를 비준한 것 역시 일본을 자극해 TPP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 이후 일본 재계에서는 “한국에 미국 시장을 모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위상 유지를 위해 미국이 선택한 두 번째 카드는 국방예산 삭감과 관계 없이 이 지역 국가와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는 워싱턴이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므로 역내 미군 병력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싱턴의 첫 번째 행보는 바로 이러한 전망을 불식시키는 것.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국방예산 삭감 압력을 받지만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동아시아에 배당하는 예산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국방예산 현 수준 유지

    미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 등에 8만50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을 순방한 패네타 장관은 “미국은 21세기 태평양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후 첫 동아시아 방문에서 그가 이러한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뜻이다. 순방 기간에 패네타 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예의 주시한다”며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남중국해에서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싱가포르에 차세대 고속 스텔스함을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월 취역한 신개념 연안전투함 LCS-2 인디펜던스호가 그것이다. 최대 시속 45노트까지 항해할 수 있는 이 함정은 선체 외부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미국이 남중국해에 이 함정을 배치한다는 사실은 중국의 해군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해군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미국은 7월 남중국해에서 일본, 호주 등과 사상 처음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동티모르 민병대 학살의 배후라는 이유로 12년간 금지해왔던 인도네시아 특수부대에 대한 훈련도 재개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취하는 전략의 핵심은 지금까지 소원했던 국가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해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국과 일본 같은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는 더 강화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은 또한 이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전투기 F-35, F-22를 증강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11월 18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사상 최초로 참가하면서 더욱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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