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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상대방 특허 서로 사용 굳이 완승할 필요는 없다

특허전쟁에서의 가처분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상대방 특허 서로 사용 굳이 완승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 특허 서로 사용 굳이 완승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오른쪽)과 애플의 아이패드.

삼성과 애플이 특허전쟁 중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사용료를 요구하는 한편,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청구했다. 현대 사회에는 여러 종류의 지적재산권이 있는데 예술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저작권,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특허권이 중요해지고 있다.

법은 재판을 한번 시작하면 보통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임시조치를 할 수 있게 규정한다. 예를 들어,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 경우 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나중에 판결문을 받아 집행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집을 가압류해둘 수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집 등기를 빼앗아간 사람을 상대로 등기 이전을 요구하려면 먼저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하도록 처분 금지 가처분을 해두어야 한다. 이런 것이 전통적인 임시조치다.

경쟁업체가 우리 회사 디자인을 도용해 제품을 판매한다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먼저 그 제품의 판매를 중지시킬 필요가 있다. 제품이 팔리는 만큼 손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조 및 판매 중지 가처분이 그것이다. 그런데 법원으로서는 경쟁업체의 디자인과 기존 회사의 디자인이 유사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일방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러한 종류의 가처분에서는 양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해 서로 자신을 변론한다. 이 때문에 말이 가처분이지 일반 재판과 다를 바 없다.

특허권을 근거로 가처분을 요구하는 것은 경쟁업체를 공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한 번 판매 중지 가처분을 받으면 법원의 또 다른 결정으로 이를 변경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려, 그사이 제품을 팔 수 없다. 그러면 대부분의 회사는 도산을 면치 못한다.

특허권 침해의 경우 더 큰 문제가 있다. 하나의 제품에 보통 수십 가지 특허가 연관될 수 있는데, 그중 어느 한 가지 특허를 침해했다고 곧바로 판매 중지 가처분을 하면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특허 침해 여부’와 ‘임시조치의 필요성’은 가처분 결정을 할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두 가지 핵심사항이다.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분명한데도 임시조치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다. 따라서 부품 하나와 관련해 특허침해가 인정돼 가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규모가 작은 생산회사는 하루아침에 쪽박을 찰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간에 이뤄지는 가처분은 글자 그대로 임시조치에 불과하다. 결국 최종 재판에서 이겨야 한다.

애플은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강자로 독특한 운영체제(iOS)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제품의 거대 생산자인데,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모바일 영역에서 애플과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대기업은 서로 상대의 여러 가지 특허를 사용하므로 어느 한쪽이 후련한 승리를 거두기는 힘들다. 결국 각각의 특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사용료를 인정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를 정산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 애플과 삼성 사이에 이뤄진 가처분 소송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운영체제 전쟁의 속성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어느 하나가 ‘사실 표준(de facto standard)’이 돼 승리하기까지 특허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승자는 그 순간부터 막대한 이윤을 얻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서 후방에서 삼성을 지원한다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면 막대한 이윤을 얻을 것이 뻔하다. 구글이 이를 포기할 리 없다. 그래서 벌써 유료화의 암시를 보낸다. 이런 점에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삼성은 이기되, 굳이 완승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주간동아 2011.11.07 811호 (p41~41)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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