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2011.11.07

상쾌한 출근길 만드는 법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1-04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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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복잡한 지금 시간에 그렇게 밀고 들어오면 어떡해요.”

    아침 출근길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한 노인과 젊은 직장인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밀치며 지하철 선반에 놓인 신문을 수거해가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새삼스러운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신문을 수거하는 노인은 불청객입니다. 사람 틈에 끼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도 힘든데, 이처럼 사람을 밀치고 불쑥 들어올 때면 불쾌감을 느낄 때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지하철도 여러 차례 단속을 했지만 별반 효과는 없습니다. 이 일을 하는 노인들에겐 폐지 수거가 생계를 잇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열심히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모읍니다. 폐지 1kg을 모아봐야 손에 쥐는 돈은 단돈 100원 남짓이지만, 마땅한 직업이 없는 이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돈입니다. 이들에게 지하철은 폐지 수거를 위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무가지 신문을 비롯해 하루에도 꽤 많은 양의 폐지가 쏟아지는 데다, 지하철만 왔다 갔다 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닙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지하철 내 선반에서 비롯합니다. 무거운 가방이나 짐을 잠시 올려놓으라고 만든 것인데, 언제부턴가 신문을 버리는 곳으로 변질됐습니다. 선반에 신문이 있으니 폐지를 모으는 노인은 지하철을 돌아다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승객은 불쾌함을 느끼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상쾌한 출근길 만드는 법
    선반을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승객의 불만과 노인의 생계라는 두 가지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묘수를 찾아야 합니다. 사실 그 묘수라는 게 그리 거창한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선반이 아닌 지정된 폐지수거함에 신문을 버리면 될 테니까요. 선반에 신문이 없으면 노인이 굳이 복잡한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수거해가지는 않을 겁니다. 상쾌한 출근길을 위해 나부터 실천에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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