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1

2011.06.13

뚱뚱이 영웅 포, 신나는 3D 액션

여인영 감독의 ‘쿵푸팬더 2’

  • 정지욱 영화평론가, 한일문화연구소 학예연구관 nadesiko@unitel.co.kr

    입력2011-06-13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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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뚱이 영웅 포, 신나는 3D 액션
    내 아내는 일본인이고, 내 딸은 고양이다. 그리고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나는 외계인(?)이다. 글로벌을 뛰어넘어 유니버셜한 내 가족이다. 초여름 신록과 함께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관객을 휘어잡을 유쾌한 ‘뚱뚱이’ 포가 우리를 찾아왔다. 알다시피 뚱뚱이 포는 판다요, 그의 아버지는 거위니, 내 가족을 능가할 만큼 특이한 이력을 가졌음에 분명하다. 6월 초 더위는 뚱뚱이 판다가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무술을 펼치는 신나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2’로 이겨내자.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에 대한 내력을 중국 종이인형극 형식으로 설명하면서 시작하는 ‘쿵푸팬더 2’는 전편보다 더 동양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게다가 1편의 악당 ‘타이렁’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악당 ‘셴’ 선생은 쿵푸의 달인으로, 뛰어난 지적 능력과 우아한 날개를 자랑하는 매혹적인 공작이다. 타이렁이 강한 힘과 능력을 가진 악당이었다면, 셴은 얌전하고 고상하며 매혹적이지만 삐뚤어진 심성을 지녔다.

    공멘시를 다스리던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폭죽기술에서 불꽃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 셴은 “악행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에는 희고 검은 용사에게 화를 당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지만, 중국을 모두 점령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채 공멘시를 떠난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몸놀림,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꼬리를 지닌 셴은 깃털을 활짝 펴서 자기 몸을 방어하거나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아름다움과 화살 같은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악당이다. 그가 펼치는 무술동작은 마치 리듬체조의 움직임처럼 느껴질 정도다.

    평화의 계곡은 그 이름처럼 늘 평화롭고 고요하다. 포와 무적 5인방의 기합소리만 도장 문밖에서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귀청을 뒤흔들 뿐이다. 하지만 이 기합소리의 실체는 만두 40개를 한입에 넣는 포의 경이적인 능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뚱뚱한 포의 몸매는 그가 쿵푸 달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돌출한 배와 둥근 몸매, 바람을 가르는 주먹소리보다 꼬르륵거리는 배고픔 소리가 캐릭터에 더 잘 맞는 포. 그에게 어울리는 ‘만두 내공’은 2편에서도 엉뚱하고 기발한 장면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마음의 평화를 가져라”라는 시푸 사부의 가르침에 놀라며 기가 죽는 포지만, 철을 빼앗기 위해 평화의 계곡을 습격한 늑대 일당을 무적 5인방과 함께 통쾌하게 무찌르고 이웃을 보호한다. 늑대 일당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그들의 놀라운 팀워크와 중간 중간 배치한 코믹 장치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어져 관객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편에 이어 보강한 액션에 새로운 3D 영상으로 눈요기가 쏠쏠하다. 하지만 포는 늑대 대장의 갑옷에 새겨진 무늬를 보는 순간 감춰진 트라우마가 깨어나고, 동료들과 이웃의 걱정을 뒤로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거위 아버지와 판다 자식으로 이뤄진 가족.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민하던 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국수집에 찾아가고, 아버지에게서 입양 사실을 확인한다. 거위 아빠의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아기 포의 귀여운 모습(채소 상자에서 나오는 장면)이 무척 사랑스럽다. ‘동양인 입양’에 대한 재미교포 여인영 감독의 생각이 살짝 묻어나는 대목. 영웅의 숨겨진 과거와 운명적인 현재를 입양이라는 고리로 무난하게 연결한 솜씨는 예사롭지 않은 전개를 추측게 한다. 다만 ‘입양’에 대한 서양인의 측은지심이 바닥에 짙게 깔렸음은 부인할 수 없다.

    강력한 신무기를 앞세워 쿵푸 사부를 해치고 공멘시를 점령한 셴은 늑대 대장에게서 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잡아올 것을 명한다. 한편 공멘시 소식을 전해들은 시푸 사부는 포와 무적 5인방에게 쿵푸를 지킬 사명을 내리고 그들을 공멘시로 보낸다. 공멘시에 가는 동안 포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하지만, 더 열심히 수련에 정진하고 ‘마음의 평화’를 갈구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영화는 ‘억지춘향’이라는 오명을 얻는다. 셴과 포의 운명적인 인연 및 만남을 예견하는 단순한 이야기인데도, 무리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려다 보니 불필요하게 코믹하거나 지나치게 감성적인 장면이 많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옥에 티다.

    뚱뚱이 영웅 포, 신나는 3D 액션
    마침내 포와 무적 5인방이 공멘시에 도착한다. 늑대가 우글거리는 도심을 지나 공멘 탑까지 가기 위해 ‘스텔스모드’를 외치며 시작하는 즐거운 잠입. 관객은 이 장면에서 드림웍스의 빛나는 테크닉과 즐거운 상상력이 빚어낸 ‘신나는 놀이 한마당’에 빠져든다. 특히 공멘감옥에서 탑으로 향하는 추격전은 ‘몽키’ 목소리를 연기한 성룡의 영화를 빼닮았다. 홍콩 골목길의 추격전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게다가 3D의 감칠맛 나는 효과는 실사영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영화 곳곳에서 나오는 유머는 그 독특함에 무릎을 치게 되지만, 지나치게 자주 등장해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다. 하지만 포가 공멘 탑에서 가장 큰 ‘적수’인 셴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셴의 틀에 박힌 소심한 캐릭터나 억지웃음은 다시 봐도 어색하다.

    앞서 말했듯 ‘쿵푸팬더 2’를 연출한 감독은 재미교포 여인영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 가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졸업 후 1999년 에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영화전문 채널 HBO의 ‘스폰(Spawn)’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다. 그 후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해 ‘마다가스카’ 제작에 참여했고, ‘쿵푸팬더 1’의 스토리 총괄을 맡았으며,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감독을 맡아 ‘쿵푸팬더 2’를 연출했다.

    서울 기자회견에서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 그는 드림웍스 최초의 여성감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아기 포가 ‘엄마’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솔직히 영어도, 한국어도 아니다. 여러 언어 가운데 가장 귀엽고 매력적이어서 선택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시대에 한국적인 것을 뛰어넘어 동양적인 이미지를 서양 매체에 가장 잘 녹여낸 그의 뛰어난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의 역사, 문화를 동양적 감성과 이미지에 담아 세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감독이 되리라 기대해볼 만하다.

    ‘쿵푸팬더 2’는 볼거리가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3D의 충분한 효과는 물론, 동양의 화려한 색감과 단아한 이미지를 스크린에 가득 녹여냈다. 게다가 뿌리에 대한 정체성과 교훈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담아냈으니 아이와 관람해도 좋을 듯하다. 뚱뚱이 영웅 포가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을 어떻게 해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어떻게 찾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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