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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마무리 하나 열 선발 안 부러워

절체절명의 순간 확실한 게임 정리…선발과 마무리 능력은 또 다른 문제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철벽 마무리 하나 열 선발 안 부러워

철벽 마무리 하나 열 선발 안 부러워

‘돌직구’라고 불리는 직구를 주무기로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신기록’까지 보유한 삼성 오승환 투수.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인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오명을 가진 LG 트윈스. 올해는 시즌 초부터 부쩍 좋아진 공수짜임새를 바탕으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초반에 반짝하다 이내 고꾸라졌던 LG지만 올해에는 탄탄한 선발투수진을 밑바탕 삼아 6월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G가 가을잔치 한을 풀 수 있을지는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예년과는 달리 자신감으로 무장한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힘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뒷문 꽁꽁 틀어막는 미친 존재감

짜임새 있는 선발투수진과 막강한 화력을 갖춘 LG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 바로 확실한 마무리투수의 부재다. 시즌 초반 김광수에게 소방수 구실을 맡겼던 LG 박종훈 감독은 그가 수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2군으로 강등시켰다. 그 대신 임찬규, 이동현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마무리로 기용한다. “확실한 마무리투수만 있다면 LG는 올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라는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의 말처럼, LG는 마무리투수 부재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마무리 고민을 안고 있는 팀이 비단 LG만은 아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는 오승환. 세이브 1위를 달리는 오승환을 보유한 삼성, 정대현이 있는 SK, 작년 세이브왕 손승락이 버티는 넥센은 비교적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보유했지만 나머지 팀은 그렇지 못하다.

임태훈이 이탈한 두산도 그렇고, ‘선발 왕국’으로 부를 정도로 막강한 선발투수진을 갖춘 KIA도 유동훈이 있긴 하지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롯데는 시즌 초반 고원준을 마무리로 쓰다 선발로 보직 이동시킨 뒤 마무리 고민을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현상이 올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여러 팀이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해 속앓이를 했다.



각 팀이 문제점을 알면서도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마무리투수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 게임을 끝낼 수 있는 마무리투수는 단시일에 손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수 보직이 선발-불펜-마무리로 확연히 구분되는 현대 야구에서 세이브 상황의 박빙 승부를 매조지할 수 있는 ‘확실한 마무리투수’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 선동열 전 감독이 해태 마무리로 활약하던 1990년대 초반, 상대 팀은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지레 겁을 먹고 게임을 포기하곤 했다. 선동열 같은 ‘확실한 마무리’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반대로 제대로 된 마무리투수가 없을 경우 그 팀은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상대팀은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게임 막판 역전패는 1패 이상의 치명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마무리투수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마무리투수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스포츠동아 양상문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무리투수의 특성상,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는 박빙 리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담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마무리투수는 빼어난 구위와 제구력이 있어야 한다. 강심장은 제구력과 연결된다. 아무리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 해도, 승패가 걸린 결정적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 볼을 뿌리려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흔히 마무리투수는 다양한 구종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빼어난 직구 하나만 가져도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타자의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요즘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위기에서도 흔들림 없는 배짱은 기본

철벽 마무리 하나 열 선발 안 부러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발투수이자 마무리투수였던 선동열.

현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오승환을 통해 마무리투수가 갖춰야 할 점을 확인해보자. 오승환은 입단 2년째였던 2006년 63경기에 등판, 4승 3패 47세이브 방어율 1.59를 기록했다. 47세이브는 ‘단일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다. 2008년까지 3년 연속 마무리왕을 차지했다. 그는 2009년부터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아 고전하다 2010년 7월, 결국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쉬운 수술이 아니었지만, 지난해 가을 마운드에 복귀했고, 올해 다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11년 오승환 부활의 가장 큰 원동력은 되찾은 ‘돌직구’에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라는 단조로운 레퍼토리에도 그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묵직한 ‘돌직구’ 덕이다. 또한 ‘돌부처’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어느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터프 세이브(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나가 있는 상태에서의 세이브) 상황에서도 제 볼을 뿌린다.

오승환은 1이닝에 평균 20개 안팎의 볼을 던지는데, 그중 제구가 안 돼 의도하지 않은 곳에 볼이 들어가는 경우는 많아야 2, 3개다. 특히 오승환은 ‘5분 대기조’처럼 벤치에서 기다리다 불펜에서 10개 안팎의 볼을 던진 후 곧바로 마운드에 오른다. 등판 준비시간이 다른 투수에 비해 훨씬 적다.

그렇다면 ‘최고 선발=최고 마무리’는 성립할까.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 그는 최고의 선발투수이자,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LG 박종훈 감독은 “100%라고 볼 수 없다”고 단정한다. 박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마무리투수가 등판하는 상황 특수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는 대부분 등판 1시간 전부터 충분히 몸을 풀고 불펜에서 30개 안팎의 볼을 던진 뒤 예정된 시간에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마무리투수는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회 말에 역전하면 9회초에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선발에 비해 몸 푸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사흘 연속 등판하기도 한다. 박 감독이 “최고 선발투수라면 최고 마무리가 될 기본 능력은 가졌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최고 선발이 최고 마무리인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선동열을 비롯해 송진우와 구대성(한화), 김용수와 이상훈(LG)은 최고 선발투수가 최고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이 반드시 좋은 마무리투수가 되리라는 확신은 갖기 어렵다.



주간동아 791호 (p50~51)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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