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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별들의 ‘헤드윅’ 짝사랑

혼자 무대 장악해야 가능한 록 뮤지컬…조승우·윤도현 등 남성 스타 거쳐 가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별들의 ‘헤드윅’ 짝사랑

별들의 ‘헤드윅’ 짝사랑

2011년 ‘헤드윅’에 출연하는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

“제가 여장한 사진을 보고 ‘신화’ 멤버 5명 모두 눈물 이모티콘과 함께 ‘힘들게 먹고사는구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좋아서’ 이 역을 하는 거예요.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바로 ‘하겠다’고 했죠.”

원조 아이돌 ‘신화’의 멤버 김동완은 5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헤드윅’ 프레스콜에서 “정말 하고 싶어 ‘헤드윅’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인 헤드윅 역을 맡은 그는 이날 화려한 메이크업에 풍성한 가발을 쓰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무대에 섰다. 그러고는 “여장을 한 제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부끄럽고 지금도 몸 둘 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관객과 함께하면 전혀 창피하지 않다”며 “마치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0년 제대한 후 복귀작을 고르던 그에게 뮤지컬 ‘헤드윅’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여성 분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사와 노래도 많은 데다 2시간여 동안 공연을 홀로 이끌어가야 하기에 쉽지 않은 역이었다. 김동완의 소속사에서도 과연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가 이 역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신화’ 김동완 “정말 하고 싶은 배역”

“하지만 저는 마냥 감사하고 영광스러웠어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이 역에 몰두하기 위해 다른 스케줄까지도 미뤘을 정도예요. ‘헤드윅’은 연예인의 삶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옷을 벗어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서 연예인인 제 모습, 즉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제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또 콘서트 요소가 많은 뮤지컬이라 가수인 제가 적응하는 것도 조금은 수월했고요. 힘든 점은 제모 정도? 무척 따갑더라고요. 매일매일 제모하는 여성에게 경의를 표합니다(웃음).”



1998년 미국에서 초연한 후 최고의 록 뮤지컬로 인기를 끌고 있는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인 ‘헤드윅’이 그의 남편 ‘이츠학’, 록 밴드 ‘앵그리인치’(‘화난 1인치’라는 뜻)와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여자아이 같은 소심한 소년 헤드윅은 완벽한 여성이 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수술 실패로 여성의 그것 대신 정체불명의 살덩어리 1인치를 몸에 남기게 된다. 왜 헤드윅이 ‘실패한’ 트랜스젠더인지, 원제목 ‘헤드윅 앤드 더 앵그리 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에서 말하는 열 받은 1인치의 사연이 무엇인지를 이 뮤지컬은 생생하게 설명한다.

‘헤드윅’은 2005년 국내에서 초연한 이후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1대 헤드윅인 조승우와 오만석 이후 지금까지 총 16명의 헤드윅이 탄생했다. 8월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진행되는 2011년 ‘헤드윅’에는 김동완 외에 모델 겸 배우 김재욱, 뮤지컬 배우 조정석, 최재웅이 캐스팅됐다. 흥미로운 점은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송창의, 윤도현 등 수많은 남성 톱스타가 헤드윅을 거쳐 갔다는 사실.

1대 헤드윅인 조승우 역시 순전히 본인 의지로 출연했다. 제작사인 쇼노트 임양혁 이사는 “기획 단계부터 조승우에게 대본을 보냈지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영화 ‘말아톤’으로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소규모 공연인 ‘헤드윅’에 출연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조승우는 “정말 하고 싶은 역”이라며 흔쾌히 무대에 올랐다. 임 이사는 “조승우뿐 아니라 헤드윅 역을 맡은 배우 가운데 톱스타가 참 많았다”며 “배우 출신이 아닌 가수 윤도현도 이 역을 무척 하고 싶어 했고, 실제로도 참 잘해냈다”고 덧붙였다.

여장을 해야 하고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을 보여야 하며, 실패한 트랜스젠더라는 ‘센’ 역에 이처럼 남성 스타가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임 이사는 “‘헤드윅’은 가창력과 연기력, 혼자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모두 갖춰야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배우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역”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전문 잡지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도 “남자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 폭을 실험해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실제로 ‘헤드윅’은 출연 배우가 헤드윅과 이즈학 단 2명뿐이다. 마치 미국식 ‘스탠드 업 코미디’처럼 헤드윅이 ‘쇼 호스트’가 돼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노래 역시 헤드윅이 다 부른다(물론 이즈학이 함께 부르기는 한다). 게다가 외로웠던 유년기, 여성이 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했지만 실패한 슬픈 과거, 1인치의 살덩어리 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버림받은 아픔, 그럼에도 자신의 ‘반쪽’을 찾고자 하는 갈망 등 쉽지 않은 감정을 모놀로그 형식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별들의 ‘헤드윅’ 짝사랑
2011년 헤드윅 중 한 명인 김재욱 역시 출연 전부터 뮤지컬과 영화를 수십 번 봤을 정도로 ‘헤드윅’ 팬이었다고 한다. 그는 “우는 장면은 물론 웃는 장면에서도 슬픔이 느껴졌고,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온전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여정에 무척 공감했다”며 “헤드윅이 갖고 있던 슬픔과 용서를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렬한 록 음악도 남성 스타들을 잡아끈 요인이 됐다. ‘헤드윅’의 대본과 가사는 오리지널 캐스트인 존 카메론 미첼, 곡은 오리지널 ‘앵그리인치’의 기타리스트 스티븐 트래스크가 만들었다. 박 편집장은 “록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가 정말 좋다”며 “록 가수인 윤도현은 음악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뮤지컬 평론가)도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배우에겐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헤드윅’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적 매력인데, 록 음악이기에 특히 남성 스타에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기와 노래 ‘미모’까지 뽐내?

별들의 ‘헤드윅’ 짝사랑

역대 가장 예쁜 ‘헤드윅’으로 손꼽히는 모델 겸 배우 김재욱.

또 모든 남성이 가졌지만, 꼭꼭 숨겨둔 여성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남자 배우에게 매력적인 도전일 수 있다. 원 교수는 “여성적인 캐릭터를 맡은 남자 배우들은 종종 ‘내 안에 소녀 있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남자 배우들도 짙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하이힐을 신고, 여성스러운 말투로 얘기하다 보면 그 자체를 점차 즐기게 된다는 것.

김동완은 “이번 공연에서 헤드윅 역을 맡은 4명의 배우가 서로 ‘누가 더 예쁜지’ 경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매니큐어를 발라도 다른 배우의 색깔이 더 예쁘다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 너도나도 뷰티에 신경 쓴다는 것. 그는 “그렇게 예뻐지려고 노력하다가 문뜩 혼자 거울을 보면서 ‘내가 왜 이럴까’ 한심해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김재욱은 연습할 때도 하이힐을 신고 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프레스콜 자리에서도 새치름한 표정으로 앉아 입을 가리고 웃는 등 여성적인 모습을 마음껏 드러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 헤드윅이 특히 예쁘다는 사실. 내용상 실패한 트랜스젠더인 헤드윅이 꼭 예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서구의 헤드윅은 아주 남성적인 배우가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헤드윅은 ‘꽃미남’ 배우가 많이 맡았고, 얼마나 예쁜지가 늘 화제였다. 다음은 원 교수의 설명.

“전 세계적으로 ‘헤드윅’ 마니아를 ‘헤드헤드(Hed Head)’라고 불러요. 록 음악이 중심이기 때문에 남성 팬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여성 헤드헤드가 매우 많습니다. 주로 여성적 느낌이 강한 잘생긴 배우가 헤드윅을 맡기 때문에 캐릭터가 아닌 배우를 좋아하는 팬도 많죠. 그렇게 ‘헤드윅’은 우리나라에서 잘생긴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뮤지컬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와 노래는 물론, ‘미모’를 뽐내고 싶은 남성 스타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주간동아 2011.05.23 788호 (p62~63)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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