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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차는커녕 중고차도 품귀현상

일본 부품공장 가동률 50% 불과 … 고급 외제차 수입도 ‘브레이크’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신차는커녕 중고차도 품귀현상

동일본 대지진 발생(3월 11일 오후 2시 46분) 30여 분 후, 동북지방 연안지역을 강타한 약 15m의 쓰나미에 휩쓸려 수많은 자동차와 선박이 주택가 등지에 마치 장난감처럼 둥둥 떠다녔다. 쓰나미가 지나간 뒤 이들 자동차와 배는 시가지나 논밭에 부서진 채로 널브러졌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3개 현의 피해 자동차는 보유 대수의 10%에 해당하는 약 41만 대에 이른다. 피해 선박은 총 21만여t으로 추산된다.

“전시용 차도 없어 못 팔아”

이들 자동차와 선박 가운데 사용 가능한 것도 일부 있지만 바닷물에 침수됐거나, 진흙으로 뒤범벅이 돼 폐차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 거대 쓰레기로 변한 이들 자동차와 선박의 처리에 해당 자치단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월까지는 모두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자동차 소유주 중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이가 많기 때문이다.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방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닛산, 미쓰비시 등 일본 유명 자동차회사의 부품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탓에 각 자동차회사는 지진 발생 후 한 달 이상 생산을 중단했다. 4월 중순 생산을 재개했지만 5월 중순 현재 가동률은 지진 전의 50% 선에 불과하다.



일본 지동차회사의 4월 신차 판매 대수(약 11만 대)는 전년 동월에 비해 절반(47.3%) 수준이다. 제1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았던 1974년 5월의 45.1% 감소 기록을 웃도는 사상 최대 폭이다. 자동차회사별 감소 폭은 도요타가 68.7%로 가장 컸고, 혼다 48.5%, 닛산 37.2% 등이었다.

각 회사는 생산을 재개했지만 납기가 지연된 차를 먼저 생산해 신규 수주한 자동차가 언제 고객에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생산 정상화 시기도 도요타는 올해 11~12월로 전망하고 있으며 혼다, 닛산, 스즈키 역시 올가을 또는 연말로 예상한다. 그러나 도요타 본사(아이치 현 도요타 시)에 가까운 시즈오카(靜岡) 현의 하마오카(濱岡)원전이 5월 14일 가동을 전면 중단해 전력 공급 문제가 도요타 자동차공장의 정상 가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최근 일본에서는 새 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신차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약 120대 주문을 받아놓았지만 언제 납품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고객이 쇼룸의 전시용 자동차를 ‘이거라도 상관없다’며 사고 있다.”

지진 발생 후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초순, 도쿄 다이토(台東) 구에 있는 도요타 계열 판매점장의 말이다. 그는 지진 후 신차를 한 대도 공급받지 못했고, 연간 신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회계연도(일본은 매년 4월 1일이 회계연도 시작일) 말인 3월 판매 대수가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지진 전에는 인기 자동차인 ‘프리우스’ ‘마크X’ 등 여러 종을 전시하던 판매점은 시승용차를 청소해 전시해놓은 상태다. 근처의 닛산 계열 판매점은 해외에서 생산한 소형차 ‘마치’만 진열해놓았다.

대지진은 외제차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바라기(茨城) 현의 히타치나카(常陸那珂) 항을 통해 독일과 미국에서 벤츠 등을 들여오던 메르세데스 벤츠 재팬은 정전과 단수 때문에 인근 신차 정비공장을 아이치 현의 항구 등으로 일시 이동했다. 정비 등이 늦어져 신차 구입 수요가 가장 많은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를 보였다. 아우디 재팬은 아우디 신형 모델 수입으로 1월 79%, 2월 34%의 호조를 보였지만 3월엔 2% 증가에 불과했다. 회사 측은 “지진으로 소비 마인드가 얼어붙어 고급차 구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서 약진

이번 동일본 대지진은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규모 9.0의 대지진에 쓰나미, 원전사고까지 겹쳤다. 특히 쓰나미로 인명 피해는 물론 가옥, 건물, 도로 등 기존 생활기반이 큰 피해를 당한 동북지방 연안부 주민은 거의 집집이 자동차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선 중고차 값이 폭등했다. 중고차라도 구하려는 주민들 때문이다.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다(陸前高田) 시의 한 주부(47)는 집에 있던 자동차 3대를 모두 쓰나미에 잃어버렸다. 장남(21)의 출근용으로 3월 중순 중고차를 한 대 겨우 구입했지만 대대로 이어오는 가업인 다다미점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재료 운반용 소형 트럭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는 트럭 없이는 가게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4월 말 영업을 재개한 시내 중고차 판매점에는 주행거리 5만km도 더 된 2004년식 소형 자동차가 지진 전 가격의 약 2배인 70만 엔이 넘는 가격에 나와 있다. 이 지역 대형 자동차 판매회사의 점장은 “중고차 조달이 지진 전보다 약 70% 줄어들어 소형 트럭 판매가격은 15만~20만 엔 올랐다”고 말했다. 이곳 자동차정비센터 직원은 “8만 엔 정도의 녹슨 고물 자동차가 20만 엔이나 한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연안지역에서 중고차를 구할 수 없자 내륙지방으로 원정을 가는 사람도 늘었다. 리쿠젠타카다 시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이치노세키(一關) 시의 중고차 판매점에는 많은 날은 하루에 15명 이상이 찾아오지만, 판매할 자동차가 없는 실정이다. 이곳 판매점장은 “찾는 사람이 가장 많은 20만 엔대의 소형 자동차는 도쿄 자동차 옥션에 참가해 물건을 확보하려 해도 하루 3대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신차 생산이 반감하자 지진 피해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중고차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도요타는 지진 발생 후 미국에서의 판매 대수가 3월에는 전년 동월에 미치지 못했고, 4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진으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이유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차 포함)는 4월 중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셰어가 9.4%를 기록, 사상 처음 9%를 넘어서는 등 신장세를 보였다.

일본 매스컴은 최근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약진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성장세도 자주 보도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4월 18일자에서 ‘현대자동차 늘어가는 존재감… 판매 세계 5위’라는 제목으로 “일본은 대지진으로 생산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벌 현대는 그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5월 13일자에서 “신차 생산의 정체로 미국 GM과 한국 현대자동차에 셰어를 뺏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본 자동차회사가 지진 여파로 주춤하는 ‘기회’를 현대자동차가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1.05.23 788호 (p58~59)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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