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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무조건 외우고 머리에 밀어넣기 NO 수학도 이젠 소통 없이 안 된다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⑤ - 아이와 눈높이 맞추기

  • 이설 채널A 정치부 기자 snow@donga.com

무조건 외우고 머리에 밀어넣기 NO 수학도 이젠 소통 없이 안 된다

5월 3일 열린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5부작 교실’ 다섯 번째 시간. 경복고등학교 최수일 교사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수학교육 방식에 회의가 들어 3년간 학교를 휴직했다. 그때 수학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꼬집는 대한민국 수학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단절과 정답 강박증. 교사와 학생이 다른 눈높이로 수업에 참여하고, 과정 대신 정답만 추구하는 태도를 고쳐야 수학 교실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무조건 외우고 머리에 밀어넣기 NO 수학도 이젠 소통 없이 안 된다
수학은 아이들과 멀어진 수학자 혹은 선생님의 세계일까. 그에 대한 답을 구해보고자 한다. 오랫동안 수학교사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 아이들은 수학을 싫어하고, 교과서 등 수학교육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 실망해 3년간 휴직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의 수업을 들었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관찰했다. 아이들이 수학을 거부하는 것은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초등학생에게 1부터 100까지의 홀수를 모두 더한 값을 구하라고 했더니 무작정 101×50의 값을 2로 나눠 2525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공식화해 외워 왔던 것. 하지만 틀린 답이다. 1+99=100, 3+97=100…49+51=100이므로 100×25=2500이다. 초등학생이 이렇게 사고했으면 정답을 구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과정을 모르면 정답을 구해도 옳지 않다.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 방식대로 풀어야 수학을 제대로 소화한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시각으로 수학을 가르치면 아이들의 소화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눈높이 맞추기가 중요

다음은 한 논문에 나온 글이다.



교사 : 7 다음에 오는 수는 뭐지?

학생 : 8이에요.

교사 : 7에서 8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 : 7에다 1을 더하지요.

교사 : 잘했다. 어떤 정수를 x라고 하면, x 다음에 오는 정수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x보다 하나 더 많은 정수를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학생 : 그것은 y예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인데, 우스갯소리지만 학생들의 사고를 잘 보여준 글이다. 답만 알고 원리는 모르는 아이들의 현실이 드러나 있다. ‘7+1’과 ‘x+1’은 아이들에게 천지차이인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시민의식 관련 지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 등 타인을 인정하고 관계 맺는 ‘능력’은 세계 꼴찌다.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지적 능력 개발만 중시하는 우리 교육정책을 꼽았다. 오래된 글이지만 지금 상황과도 관련 깊다. 경청 능력은 수업태도와도 직결된 부분이다. 학교에서 수업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듣는 능력이 정말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안다고 생각하거나 학원에서 공부하면 된다고 여겨서인지 설명을 안 듣는다. 심각한 문제다. 무너지는 교육의 가장 큰 원인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가져야

무조건 외우고 머리에 밀어넣기 NO 수학도 이젠 소통 없이 안 된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수업을 듣고 흘려버리면 들으나 마나다. 교사는 수업할 때 이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바보 만들기’(존 게토 지음/ 김기림 옮김/ 민들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26년차 교사일 때 이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이 내게 배우면 다 바보가 됐다”면서 저자가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중 인상적인 부분이 종소리다. 저자는 종을 아이들이 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업시간을 아이들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이 지루하면 종소리를 기다리고, 재미있으면 종소리를 잊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다행히 최근 학교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남한산초등학교, 조현초등학교, 삼우초등학교가 그 예다. 이 학교들은 수업을 바꾼 모범 사례다. 하지만 아직 지역이나 학교별로 편차가 심하다. 서울, 경기, 강원도는 수업이 개선됐는데, 나머지는 예전 그대로다. 예를 들어, 전북의 한 학교 교사는 전국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연구했다. 그 교사가 내린 결론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교사는 A를 가르치고, 학생은 B를 배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 역시 눈높이 문제다. 학교는 이제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은 가정교육은 경시하면서 사교육에만 힘쓴다.

이제 수학 이야기를 해보자. 수학 학습 태도에서 문제점은 △문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문제 풀이 과정을 암기한다 △선행학습으로 적당히 공부한다 △해답과 풀이에 의존한다 △학원에서 요약 강의를 듣는다 △답에만 관심 있다 △유형 문제집을 좋아한다 △수동적으로 공부한다 등이다. 아이 대부분이 이런 잘못을 저지른다. 공부법을 제대로 못 배운 탓이다. 수학 문제를 자세히 관찰하고 추론하는 즐거움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이 안타까워 아이들을 설득해도 한 학기에 한두 명 설득에 성공하는 정도다. 공식과 정답을 찾는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답 없는 교재를 만들어 수업한다. 답이 없으면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게으른 수학교사다. 수학교사는 게을러야 한다고 본다. 이게 무슨 뜻이냐. 수학 학습 총량 보존의 법칙을 살펴보자. 50분 수업시간에 일어나는 학습량은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많이 가르치면 아이는 학습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유롭게 두면 알아서 100을 공부한다. 가르치는 것은 듣는 것이다. 한 교육학자의 말처럼 교사는 아는 것도 모른 척해서 아이들의 머리를 열어야 한다.



주간동아 2011.05.23 788호 (p46~47)

이설 채널A 정치부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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