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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 구경 갔다 ‘멀뚱멀뚱’

연극 ‘애자’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울고 싶어 구경 갔다 ‘멀뚱멀뚱’

울고 싶어 구경 갔다 ‘멀뚱멀뚱’
시청률 높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경은? 바로 병원이다. 부모의 암 발병으로 반목하던 형제들은 화해를 하고, 아내가 급성 백혈병에 걸리면 남편은 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으로 그녀를 돌본다. 치매, 단기 기억상실증, 뇌종양 등 병명도 다양하다. 이쯤 되니 주인공이 픽 쓰러지거나 배를 짚으며 갸웃하는 장면만 봐도 시청자들은 ‘또?’ 하면서 식상해한다.

연극 ‘애자’(연출 권오성)도 마찬가지다. 2009년 개봉해 190만 관객을 모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도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이 주요 소재다. 쥐뿔도 없으면서 성격까지 못된 박애자는, 서른이 되도록 어머니한테 생활비를 타 쓰면서도 죽어라고 엄마 말을 안 듣는다. 그러나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엄마가 암 재발 진단을 받아 시한부 삶을 살게 되고, 딸은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상투적일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동명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애자의 발랄함 덕분이었다. 영화에서는 애자의 감수성과 재능, 장애인 오빠 때문에 차별받는 애자의 억울함 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애자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딸’이었다. 하지만 연극에서 애자는 엄마한테 억지 악다구니를 쓰거나 엄마의 죽음에 목 놓아 울 줄밖에 모른다. 극으로 봐서는 애자가 엄마한테 왜 그토록 대들었는지, 그랬던 애자가 왜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심청이보다 더한 효녀가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습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만큼 배우들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사투리 연기가 너무도 어색하다. 간혹 이북 사투리인지, 전라도 사투리인지 헷갈릴 정도. 배우들은 부족한 사투리 연기를 보완하기 위해 동작을 과장되게 하는데, 그것이 더욱 어색한 대사 처리를 두드러지게 한다. 마치 대학교 연극단의 실험극을 보는 것처럼,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서울 태생인 기자가 보기에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사투리 연기를 그대로 무대에 올린 연출자가 대범한 건지, 안일한 건지 가늠하기 힘들다.

관객들은 울 준비가 돼 있다. 실제 몇몇 관객은 그 엉성한 연극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연극 ‘애자’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하도 악다구니를 쓰며 우니, 대부분 관객은 그 광경을 멀찍이서 멀뚱멀뚱 지켜본다. 차라리 클라이맥스인 벚꽃 구경 장면에서, 애자가 지친 엄마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해주면서 극이 끝났다면 더 큰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2월 27일까지, 대학로 인아소극장, 02-747-5811.



주간동아 2011.02.14 774호 (p81~81)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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