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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이자 지옥에 빠진 돌려막기 인생②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물주’라고?

전체 여신 금액 중 8~9% 대출…대부업체들은 연 40%로 서민에 빌려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물주’라고?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물주’라고?

서민에게 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캐피털 이자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닙니까, 금융위원장. 사채하고 똑같잖아요.”

7월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잔잔하던 금융계에 돌멩이를 던졌다. 캐피털은 신용도가 낮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서민을 상대로 최고 연 30%대의 높은 금리로 대출해왔다. 이 밖에도 은행,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금리는 높고 자격조건이 까다로워 문턱이 높다. 자격이 안 되는 서민은 어쩔 수 없이 연 40% 이상 고금리를 요구하는 대부업체라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리대 뺨치는 제1, 2 금융권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연 7~13%. 하지만 성인 절반 정도만 이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 연10%이하 금리로 대출받으려면 신용 1~2등급의 최우량이나 3~4등급의 우량 고객이어야 한다. 이들은 해당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아 꾸준히 거래하고, 다양하고 우량한 신용거래 실적을 보유해야 한다. 단기 연체조차 없어야 한다.

얼마 전 전세자금 3000만 원을 대출받으려던 장모(28) 씨는 8년간 거래한 은행에서도 대출을 거부당했다. 5개월 전 100여만 원의 카드값을 10일간 연체했다는 게 이유였다. 월수입 370만 원에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실도 소용없었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으로선 개인 대출이 은행 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므로 조금만 의심이 가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 대출 연체이자다. 시중은행은 대출이자가 1개월만 연체돼도 바로 연 14~18%의 고금리를 적용한다. 시중 대부분 은행은 연 14~17%의 연체이자율 하한선을 정해놓았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대출을 받아 연 6%(월 50만 원)의 이자를 내던 사람이 한 달만 연체해도 100만 원 이상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 은행업계는 “연체이자는 벌금성 금리다. 이를 통해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고 해명하지만,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불가피하게 연체한 고객에게 가혹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금리가 올라도 변동이 거의 없는 예금금리와 달리 대출금리는 대폭 올라 부담을 더한다. 7월 9일 한국은행이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 예금금리를 올린 곳은 하나은행 한 곳이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소폭 올렸다 오히려 다시 내렸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일제히 대출금리를 0.12~0.17%포인트씩 올렸다.

캐피털, 보험,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 20~40% 수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4.5%, 저축은행은 33%에 이른다. 높은 금리에도 제2금융권에서 신규대출을 받는 비중이 2009년 전체 신규대출의 25%인 12조2000억 원으로 2006년 말 17%에 비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금융 사각지대로 밀려난 서민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라도 돈을 빌리기 때문이다.

그중 캐피털사는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금융기관이다. 최저 연 10% 안팎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처럼 광고하지만 이는 최저이고 실제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30%를 웃돈다. 업계를 이끄는 업체는 현대, 롯데, 우리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자회사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기업은 몇천억 원, 몇조억 원씩 이익이 났는데 없는 사람은 죽겠다고 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다음 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간담회 자리에서 “캐피털사의 금리가 굉장히 높다”고 비판하며 “캐피털사의 고금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조만간 실태조사팀을 구성, 자금조달 및 영업비용을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캐피털사는 고금리 논란에 대해 “자금 조달금리가 높아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캐피털사는 예금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일반 은행과 달리 회사채 발행, 은행 일반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캐피털사는 전체 자금의 60%가량을 회사채를 통해 조달하고, 은행 단기차입으로 30% 정도, 나머지 10%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전체 조달금리는 6~8%. 시중은행 조달금리 2~3%와 비교하면 거의 3배다.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물주’라고?

MB는 서민에게서 캐피털 대출 이자율을 듣고 깜짝 놀랐다.

또한 캐피털업계 주요 고객은 신용등급 5~8등급의 저신용자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상대로 영업하다 보니 연체율과 대손 비용, 리스크 심사 시스템 구축 등 일반관리 비용이 높아져 자연히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캐피털사의 평균 대손비율은 20%대로 매우 높다. 또한 대부분의 캐피털사는 대출모집인을 통해 고객을 끌어오기 때문에 별도의 모집인 수수료도 지급해야 한다. 최근 캐피털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외국계 캐피털뿐 아니라 대다수 캐피털사가 대출모집인을 두고 있다. 한 캐피털 대출상담사는 “대출금리 연 35%로 거래를 성사시키면 그중 4%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말했다. 수수료는 당연히 대출인이 내는 이자에서 나간다.

제2금융권 저신용자에 연 20~40% 고리대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도 고금리 신용대출을 하고 있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4%대지만 대출금리는 가중평균 여신금리 기준 연 12% 선이다. 특히 일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는 평균 연 30% 선에 달한다.

카드사 역시 연 20%대의 고금리를 받고 있다. 최대 카드회사인 신한카드의 올 1·4분기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 비율은 연 24.38%. 즉, 소비자가 현금서비스로 100만 원을 빌렸을 때 1년간 24만3800원의 이자를 내는 셈이다. 올 초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내리며 금리가 1~2%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급전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소비자들에게 연 20% 중반의 금리를 물리고 있다.

고금리도 문제지만 대출 시 엄격한 자격요건도 문제다.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용등급은 신용정보사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1000점 만점으로 신용점수를 계산해 1~10등급까지 부여하는 것. 하지만 신용등급만으로 대출 여부를 따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소금융 지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시중 캐피털 금리는 40%”라고 말해 고금리 논쟁에 불을 지핀 서울 강서구 양화점 운영자 정모(44) 씨 역시 연 35%에 2군데 캐피털 업체에서 각각 300만 원, 500만 원을 대출했는데 신용등급이 8개월 만에 5등급에서 8등급으로 떨어졌다. 이자와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 연체한 적도 없지만, 신용등급이 3단계나 낮아진 것은 캐피털사에서 대출할 때 신용등급을 조회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카드론, 저축은행 대출, 할부금융을 이용했거나 대부업체 등에서 신용을 조회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기도 한다. 현재의 신용등급 평가에는 실제 대출 여부나 대출 상환 내역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모 경제 전문가는는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신용평가만으로 은행이 대출 여부를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부업체를 이용했더라도 이미 빚을 갚은 사람은 훗날 금리가 저렴한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신용등급 평가의 변화를 촉구했다. 홍익대 경영학과 김종석 교수는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수능점수가 낮더라도 가능성 있는 학생을 구제하듯, 은행들도 대출 희망자를 세밀히 검증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평가해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에게는 엄격한 제1, 2금융권 대출. 하지만 대부업체에 쉽게 대출을 해줘 물주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007년 정기국회 당시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애실 의원(한나라당)에게 낸 자료를 보면, 11개 시중은행이 2007년 상반기에만 1203억 원을 대부업체에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의 대부업 대출은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1017억 원, 1436억 원이었다. 은행별로는 SC제일은행 412억 원, 하나은행 368억 원, 농협 159억 원, 우리은행 77억 원, 수협 70억원이었다. 당시 금감원이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라”고 창구지도를 내린 이후 대출이 사실상 금지됐지만, 현행법상 대부업체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받는 데는 법적 하자가 없다.

제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은 지금도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5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중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은 8~9%다. 금감원은 지속적으로 ‘여신규모를 5% 이내, 총 500억 원 내로 하라’는 지침을 보내지만 저축은행은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을 서민들에게 연 40%가 넘는 고금리로 빌려주는 것.

대출 자격조건 더 강화되나

고금리를 지적받은 제도권 금융사들은 일제히 금리 낮추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7월 말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캐피털이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연 36.9%에서 29%로 7.9%포인트 인하했고 현대캐피털은 연 39.99%에서 34.99%, 롯데캐피털은 연 39.99%에서 34.9%로 약 5%포인트 내리는 등 대부분 캐피털사가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역시 신용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최고금리를 연 42%에서 37%로 5%포인트 낮춰 평균 신용대출금리를 현재 20% 후반에서 20% 중반까지 낮출 예정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HK상호저축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서민대출 상품 개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4~6등급 회색지대, 즉 저신용자는 아니지만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연 10%대의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자 검토에 들어갔다. 각 은행이 판매하는 희망홀씨 대출 대상을 현행 6등급 이하에서 4등급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의 대출금리 낮추기 바람에 소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자격조건이 더 까다로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돈을 빌리려 모여들고, 그렇게 되면 대출 자격조건이 엄격해지기 때문. 이에 홍익대 김 교수는 “정부 주도의 금리 인하는 단기적 성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업체끼리 가격경쟁을 해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주유소 기름값을 비교할 수 있는 ‘오피넷’이 한 예다.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값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고, 그 결과 가격경쟁이 심해져 무분별하게 기름값을 높게 받는 업체가 줄어들었다. 여신금융협회는 같은 취지로 올 하반기에 금리 비교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캐피털사의 신용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7월 말 출시된 햇살론과 기존의 희망홀씨 대출, 미소금융 등을 통해 금융 소외계층에 제1, 2금융권 문턱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3000만 원 대출”문자는?

대출모집인이 무작위 발송…상대하지 않는 것이 최선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물주’라고?
‘00캐피털 이00 팀장입니다. 고객님은 저금리 1000만 원 무(無)방문 당일 승인 가능하십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오는 대출 관련 문자메시지. 도대체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내는지 가끔은 그 정성이 갸륵할 정도다.

이들 문자메시지 상당수는 금융회사와 고객을 이어주는 대출모집인이 보내는 것이다. 대출모집인이란 금융회사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을 원하는 고객과 금융사를 연결해주는 사람으로 시중은행, 보험,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대다수 금융회사는 대출 확대를 위해 대출모집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CP캐피털’ 등 한국에 판매망을 많이 마련하지 못한 외국계 회사에서 많이 이용한다. 이들은 보험외판원과 같이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다. 대출모집인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등록되지 않은 법인에서 운영한다거나 금융감독원에서 정한 교육 시간을 채우지 않은 경우는 불법이다.

경우에 따라선 발신인이 사설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부업체는 ‘하나’ ‘신한’ ‘우리’ 등 유명 금융회사 이름을 연상시키는 업체명으로 소비자가 오해하게 만든다. 부정확한 정보를 줘 막대한 금리로 대출을 받게 하는 것. 하지만 대포폰을 이용하는 탓에 적발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 이상석 선임조사역은 “불법 대출 문자메시지를 방지하기 위한 금감원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믿을 만하지 않으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0.08.16 750호 (p26~29)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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