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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패스…한국축구 Go! Go!

조광래호 새 포메이션, 새 피 수혈 ‘쾌조의 출발’

  • 신진우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niceshin@donga.com

패스, 패스…한국축구 Go! Go!

패스, 패스…한국축구 Go! Go!

정교한 패스와 신예들의 활약으로 조광래호는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대표팀 첫 소집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조광래 감독.

고작 한 경기. 하지만 그가 공언한 축구의 바탕 색깔은 그 경기에 그대로 묻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캡틴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짧은 시간 손발을 맞췄지만 선수들이 어느 정도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해냈다.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 발전의 예고편”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모두가 “성공적인 데뷔전”이라며 찬사를 쏟아낼 때 한 사람만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선수들에게 전술 공부도 꾸준히 시키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조광래(56) 감독 얘기다.

조광래호가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전임 허정무 감독의 바통을 받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8월 1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의 감독 데뷔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최근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비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리턴매치’ 승리를 거둔 것도 기쁘지만 더 인상적인 부분은 조광래 축구만의 색깔. 프로축구 감독 시절 ‘공부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조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그가 강조한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촘촘하게 중원 장악, 경기 장악

나이지리아전에서 드러난 조광래 축구의 핵심 키워드는 패스. 후방에서 길게 찔러주는 패스나 일단 올리고 보는 ‘나 몰라’ 크로스는 거의 없었다. 예전 대표팀 경기와 비교해 원 터치, 투 터치로 이뤄지는 짧고 간결한 패스 비중이 20% 이상 높아졌다. 후반 22분엔 수비진에서부터 무려 18번 패스를 성공시키며 슈팅까지 연결하는 집중력도 보였다.

실제 조 감독은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선수들을 소집한 직후 ‘패스’란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훈련 때 드리블이 길거나 패스 타이밍이 느린 선수에겐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선수들과의 첫 미팅에선 A4 용지 5장과 영상물이 담긴 DVD를 나눠주며 그의 패스 철학을 전파했다. 대표팀에 윤빛가람(20·경남), 백지훈(25·수원), 조영철(21·니가타) 등 전진 패스가 좋고 시야가 넓은 미드필더를 과감하게 발탁한 것도 이 때문.



조 감독은 역대 대표팀 감독 가운데 미드필더 출신으로는 최초다. 현역 시절 ‘컴퓨터 패스’로 유명했던 그의 ‘패스 사랑’은 지도자로 옷을 바꿔 입고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는 평소 스페인 대표팀 경기와 클럽 팀 가운데 바르셀로나(스페인) 경기를 즐겨 본다. 중원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짧고 세밀한 패스 축구를 한다는 측면에서 그의 축구 철학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입버릇처럼 “사람이 공보다 빠를 수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짧고 빠르고 정교한 패스가 있어야 압박이 심하고 공수 경계가 무의미한 현대 축구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달라진 포메이션도 눈여겨볼 부분. 조 감독은 프로 감독 시절 즐겨 썼던 3-4-3 포메이션을 대표팀에도 접목시켰다. 수비 안정과 미드필드 장악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최적의 전술이란 게 그의 얘기다. 일단 나이지리아전만을 놓고 볼 때 미드필드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4명의 미드필더가 중원에 포진하면서 스리백(3명의 수비가 일자로 서는 수비) 가운데 중앙 수비수가 공격 시 미드필드까지 올라옴에 따라 중원이 두터워져 점유율 또한 높아졌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영표(34·알 힐랄), 최효진(27·서울) 등 측면 미드필더들과 윤빛가람, 기성용(21·셀틱), 백지훈 등 중앙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빠른 패스가 돋보였다. 미드필드에서부터 촘촘하게 압박해 개인기가 좋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에게 발재간을 부릴 여유를 거의 주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특히 공격력이 좋지만 다소 기복 있는 플레이로 대표팀과 크게 인연이 없었던 최효진은 이번 경기에서 특기인 공격력을 잘 살려 2대 1로 앞서는 결승골을 넣은 데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 커버 플레이까지 원만하게 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수비 스리백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 일반적인 상황에선 2명의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내려오고 스리백이 중앙에 포진함에 따라 안정감을 줬지만 상대 역습 시 약점이 노출됐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공격을 전개하다 패스가 차단되거나 순간적으로 상대 침투 패스가 성공했을 때 측면이 비어 찬스를 내줬다. 수비 커버플레이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트플레이 상황에서도 약점이 드러났다. 수비수들이 서로 미루다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고 결국 동점골도 이러한 상황에서 내줬다. 조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수비 기본 틀은 스리백을 유지하겠지만 상대 역습 상황에서 드러난 수비 불안 등 문제점은 앞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황태자 1순위는 윤빛가람?

“‘○○○호의 황태자’는 누가 될 것인가”란 말은 대표팀 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나이지리아와 데뷔전을 치른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도 마찬가지. 조광래호에선 단연 신예 미드필더 윤빛가람이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주목받은 윤빛가람은 2007년 국제축구연맹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신 뒤 자신감이 꺾였다. 그가 다시 주목을 받은 건 프로축구 경남에서 조 감독의 조련을 받고 난 뒤. 조 감독과 함께 경남 돌풍을 이끌며 이번에 대표팀 부름까지 받았다.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 선발 출전한 윤빛가람은 선제골까지 뽑으며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경기가 끝난 뒤엔 “개인적으로 오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쓴소리에 귀 기울여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도 보였다.

윤빛가람이 황태자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건 단지 대표급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 가장 잘 부합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황태자가 되려면 단순히 경기에 많이 출전한다거나 실력만 좋은 걸로는 부족하다.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아떨어져야 진정한 황태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면에서 ‘빠르고 정교한 패스, 넓은 시야, 축구 지능’ 3박자를 갖춘 윤빛가람은 이른 감이 있지만 조광래의 황태자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후보는 스트라이커 지동원(19·전남). 지동원은 선수 보는 눈이 정확하기로 소문난 K리그 스카우터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공격수’ 1순위로 꼽히는 선수다. 유태목(성남) 스카우터는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공격수가 지동원”이라며 “경험만 갖춘다면 앞으로 한국 축구 10년을 책임질 대형 스트라이커”라고 극찬했다. 차종복(전북) 스카우터도 “힘, 기술, 위치 선정과 슈팅 능력 모두 나무랄 데 없다. 가장 영입 욕심이 나는 선수”라고 했다. 실제 조 감독도 나이지리아전에 앞서 대표팀에 지동원을 합류시키며 “2014년 월드컵 때 일을 낼 가능성이 큰 잠재력 있는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조영철(21·니가타)도 만만치 않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갖춘 데다 올 시즌 J리그에서 6골을 기록할 만큼 득점력도 좋아 조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조영철은 “평소에 생각하던 축구와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맞아떨어져 기대가 크다. 반드시 살아남아 다가오는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싶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새 피를 수혈하고 자신만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조광래호. 쾌조의 첫출발만큼이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패스, 패스…한국축구 Go! Go!

8월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선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결승골을 터뜨린 최효진 그리고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왼쪽부터).





주간동아 2010.08.16 750호 (p72~73)

신진우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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