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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부풀려야 산다!? 취업률 뻥튀기

대학가 생존 위해 치열한 홍보전 … 취업률 따라 학자금 대출도 다르게 적용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부풀려야 산다!? 취업률 뻥튀기

부풀려야 산다!? 취업률 뻥튀기
#1.순천청암대-졸업생 취업률이 95% 이상인 적이 한 번도 없음에도 2000년 이후 95% 이상 취업률로 광고

#2.삼육대-광고 당시 장학금 수혜율이 66.7%임에도 과거의 수혜율인 98.1%를 최근 수혜율인 것처럼 광고

8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신입생 모집 시 부당광고를 한 19개 대학의 명단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홈페이지, 입시책자, 신문광고, 버스광고 등을 통해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특정 시험 합격 실적과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한 대학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경고 조치를 취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가 올바른 정보에 근거해서 대학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사전에 광고에 대해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고, 비영리단체인 대학이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너도나도 “우리 대학이 최고”



그러나 대학들이 취업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입을 모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수험생의 대학 선택 기준에 취업률이 중요한 요소가 됐고, 학령인구(만 6~21세)가 꾸준히 감소해 대학끼리도 신입생 유치가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고등교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8.2%로 정규직 취업률은 39.6%에 그쳤다. 정규직 취업률은 2006년에 조사된 49.2%에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8월 초 취업·인사 포털인 인크루트가 4년제 대학생 505명을 대상으로 ‘전문대가 아닌 4년제 대학 입학을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를 물은 결과 64.8%의 학생이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이들 중 87.8%가 그 이유로 취업률을 꼽았을 정도다. 전국대학취업실과장협의회의 신정 회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학생과 대학 모두 취업문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들이 취업과 관련해 예산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고 관련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 중이다. 명문대조차 요즘은 취업이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의 선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실정이다.”

지방대는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취업률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발표한 명단에 포함된 건양대는 버스, 신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취업률 1위’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다. 건양대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만든 기준으로 보면 졸업자 수가 한 해 1000명 이상에서 2000명 미만이므로 C그룹에 속한다. 공정위는 건양대가 광고에 C그룹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아 마치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처럼 수험생에게 혼동을 줬다고 판단했다. 실제 19개 대학 중 그룹을 표기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대학은 7곳이다. 건양대 관계자는 “그룹명을 넣지 않은 것은 불찰이지만 A, B, C라는 알파벳이 서열을 나타내는 것 같다. 지방대는 취업이 잘된다고 광고를 해야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봐주는 것이 현실이다. 작은 문구 하나도 신입생 모집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한탄했다.

지방 사립대인 동양대는 장학금 지급액과 관련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은 경우다. 과거 특정 해에 학생 1인당 장학금 지급액이 전국 5위였음에도 해당 연도를 표기하지 않아 몇 년 내내 5위인 것처럼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동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다. 동양대 관계자는 “지방대가 특성화 대학을 만드는 등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수도권 대학보다 더 노력해도 학생들이 외면한다”고 털어놓았다.

부풀려야 산다!? 취업률 뻥튀기

공정위가 적발한 대학들의 허위·과장 광고.

이번에 적발된 대학 중에는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도 있다. 명문대라 불리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경영대학을 신문에 광고하면서 장학금 지급 조건을 표기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서강대는 입시 안내책자에 교과부가 운영하는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기준이 아닌 본교의 기준으로 장학금 수혜율을 밝혔음에도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경희대는 대학교 전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를 회계·세무학부의 합격자 수인 것처럼 광고했다. 입학 정원이 넘치는 이들 대학이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입학 정원이 부족하지 않은 학교 간에도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우수한 학생들이 경영학 등 취업이 잘되는 실용적인 학과로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기학과의 경우 좀 더 나은 인재를 데려오고자 장학금과 관련한 광고를 낸다.”

인구 감소에 구조조정 시간문제

교과부의 대학지원사업이 취업률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교과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 등 재정적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졸업률, 취업률과 관련한 지표가 포함된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대학이 취업률에 목을 매고 홍보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을 봐도 취업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인기가 없는데,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7월 30일 교과부는 대학별 대출한도 설정 정책토론회를 열고 취업률이 낮은 대학에 대해 학자금 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말에 정확한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 논의된 단계는 이렇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률, 1인당 교육비, 학자금 대출 상환율, 등록금 인상 수준 등 8개 지표를 반영해 대학별 점수를 매기고, 하위 15% 대학에 학자금 대출을 70%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업률과 충원율의 반영비율은 각각 20~35%가 될 예정이라, 이 정책으로 인해 대학이 더욱 취업률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장학금 지급률 등은 대학발전기금 모금액과도 연관이 있어 지방대에 더 불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 대학장학지원과는 현재 대학과 사회에서 취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또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할 능력이 없는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대학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더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위 15% 대학이라도 저소득층 학생은 예외로 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 양 교수는 “대학 교육이 취업률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문제지만,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켜 취업까지 이끌어갈 수 없는 수준의 대학이라면 존재 가치에 의문이 든다. 그런 경우에는 입학하는 학생에게도 불이익이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감소해 대학 정원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3년에 고교 졸업자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20만 명가량 부족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응해 대학의 정원감축, 통폐합 등 양적 구조조정과 학과 개편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하는데, 사실 지방의 중소 규모 사립대는 경영컨설팅 지원을 받아도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학 스스로 도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대학 고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0.08.16 750호 (p54~55)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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