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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문제 깔아뭉개다 “펑!” 버스 폭발은 ‘정부 발주형 人災’

사고예방 위한 건의·조사 등 묵살 … 사고 터지자 책임 떠넘기기에 호들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문제 깔아뭉개다 “펑!” 버스 폭발은 ‘정부 발주형 人災’

8월 9일 오후 4시 57분, 서울시 행당동에서 정류장을 막 떠나려던 CNG (천연가스) 버스의 아랫부분이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회사원 이모(27) 씨의 발뒤꿈치가 절단되는(개방형 골절상) 등 17명의 승객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씨가 앉았던 곳은 운전기사 뒷자리로 사고 버스의 천연가스 연료탱크(용기) 바로 위였다. 이씨의 좌석은 너덜너덜할 정도로 부서졌다.

서울 도심에서 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대중교통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되도록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시민이 많아지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부쩍 늘었다. 심지어 “매연이 많아도 폭발 위험이 없는 경유버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00년 ‘대기환경 보존’을 내걸고 보급을 시작해, 매연 덩어리였던 경유버스를 100% 대체한 천연가스 시내버스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심이 동요하자 사고 관련 기관인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와 서울시는 잇따른 대책을 발표하느라 북새통이다. 지경부는 사고가 난 버스의 천연가스 연료용기와 비슷한 시기(2000~2001년)에 생산된 제품을 장착한 버스 731대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하는 한편, 전국 2만4500대의 천연가스 버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용기 재검사제도를 도입하고, 구형 용기의 신형 교환·가스누출 자동 검진 및 차단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운행 중인 천연가스 버스 7234대 모두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형 폭발사고의 각종 시그널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의 수사와 사고원인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이번 폭발사고의 원인을 초고압 연료용기의 결함으로 단정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이 모두 연료용기의 안전 및 검사, 누출 차단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 버스의 잔해를 보면 용기가 찢어져 위로 폭발을 일으킨 흔적이 매우 뚜렷하다.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선 이설이 없다.



천연가스 버스의 용기 결함과 관련해 보면, 정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이번 사고가 터질 것을 예상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천연가스 버스의 연료용기의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그토록 많은 대책을 사고 단 2일 만에 쏟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당연히 제기되는 상황. 실제 2000년 이후 발생한 천연가스 버스의 폭발사고 내용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 정부기관, 가스안전공사, 지자체, 버스 제조사 사이의 책임 공방을 보면 이번 사고가 완벽하게 예상된 ‘정부 발주형’ 인재(人災)였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2005년 이후 발생한 천연가스 버스 연료탱크 폭발사고로 미뤄 이번 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지금껏 공식적으로 보고된 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는 이번 사고를 제외하고 모두 5건, 이 중 용기 자체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가 4건이다. 2005년 1월과 8월 전북 전주, 2008년 7월 충북 청주, 2009년 7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났다.

첫 사고인 2005년 1월 사고는 버스에 천연가스를 주입하던 중 용기가 폭발한 것. 2009년 7월 익산에서 일어난 용기 폭발사고도 충전소에서 천연가스를 넣던 중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충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간담을 서늘케 했다. 2008년 청주에서 발생한 사고는 천연가스 용기의 폭발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나오던 버스의 용기가 폭발했는데, 사고의 여파로 버스의 절반이 파손됐고 그 파편이 수백m를 날아가 정차해 있던 버스 3대와 충전소 사무실의 유리창을 박살냈다. 이외에 용기 자체의 결함 때문은 아니었지만 인명피해가 난 폭발사고도 있었다. 2007년 12월 경기 구리시 인창동 북부간선도로를 달리던 천연가스 버스의 연료용기 폭발사고가 그것이다. 연료필터에서 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료용기가 폭발한 이 사고로 운전사가 중상을 입고 버스는 전소됐다.

천연가스 버스 연료용기의 이런 연례적 폭발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애초 초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든 연료용기를 버스에 장착하고 이후 잦은 검사를 통해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용기 결함을 미리 찾아내 막으면 된다. 가스가 새어나올 경우를 대비해 가스 누출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차단하는 장치를 단 후, 만에 하나 폭발사고가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각 지자체나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해 제시한 문제점이나 대안을 하나같이 무시했다.

천연가스 버스 연료용기 안전의 핵심은 용기가 초고압의 압력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연료용기 내의 천연가스 충전압력은 200bar(kg/㎠) 내외로, 운행 중 안전을 담보하려면 이의 1.5~2배 압력까지 견뎌내야 한다. 특히 에어컨 가동 등으로 천연가스의 소비량이 20%까지 증가하고 부피도 10% 이상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연료용기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높아진다. 이번 사고 이후 지경부가 전국 천연가스 충전소에 충전압력을 10% 줄이게 한 것도, 용기 결함으로 인한 폭발사고 중 4건이 더운 7, 8월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격적 시험정비 예산 마련

문제는 정부부처, 산하기관 중 버스에 장착된 연료용기가 초고압을 견뎌낼 수 있는지 내압시험을 해 안전성을 인증해줄 수 있는 검사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 국내에 이런 내압시험 검사 장비를 갖춘 곳은 연료용기 생산회사 한 곳뿐이다. 이 때문에 검사를 해 연료용기의 문제점을 찾아내려면 해당 용기를 만든 회사를 찾아가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다. 용기 개발업체도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새로 개발한 연료용기의 공인을 받으려면 내압시험 시설을 갖춘 외국 인증기관을 찾아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천연가스의 안전을 총괄하는 지경부는 내압검사 장비를 마련해달라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전문가 집단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그러다 8월 9일 사고가 터지고 여론이 확산되자 2일 만에 전격적으로 내압시험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을 위한 예산 141억 원을 마련했다. 이번 사고 직후 지경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천연가스 버스 용기에 대한 정밀검사 계획이 ‘여론 진정용 쇼일 뿐’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압검사 시설과 장비를 확보하는 데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린다. 지경부 에너지안전팀 관계자는 “그동안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배정이 안 됐다. 배정받은 예산으로 빠른 시간에 시설과 장비를 확보해 교통안전공단으로 하여금 현재 운행 중인 버스에 장착된 용기의 내압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와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허울뿐인 천연가스 버스의 용기 정기점검 문제를 시정할 만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건의서(‘자동차 검사 관련 법령개정 문의’)를 공문으로 받고도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시가 이렇게 2개 부처에 동시에 공문을 보낸 이유는 천연가스 버스 연료용기의 정기검사에 대한 법적 규정이 국토부 소관의 자동차관리법에만 모호하게 나와 있고, 지경부 소관인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는 언급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공문에서 “현행 버스 정기검사가 천연가스 연료용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버스업계의 민원이 쏟아지니 자동차관리법 제43조 규정에 의한 CNG 자동차 정기검사 시 충전용기, 압력조정기, 호스, 접속부와 배관 등 고압가스 관련 장비에 대해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주장은 자동차관리법상의 천연가스 버스 연료용기에 대한 정기검사가 일반 자동차의 정기검사처럼 육안검사와 연료용기 부위 연결지점에 대한 가스누출 검사 등에 그치고, 그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니 국토부가 자동차관리법을 고쳐 연료용기에 대한 내압검사 등 정기 정밀검사 규정을 신설해주든지, 아니면 지경부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이 같은 내용의 규정을 만들어 삽입해달라는 것.

문제 깔아뭉개다 “펑!” 버스 폭발은 ‘정부 발주형 人災’

CNG 버스 폭발 순간을 잡은 폐쇄회로(CC)TV 장면

서울시는 “천연가스 버스의 연료용기는 충전할 때마다 강한 압력을 받으며 장시간 이동하는 버스의 특성상 외부 충격에 많이 노출돼 안전성 유지가 절실하다. 따라서 내실 있는 용기 정기 정밀검진에 대한 법적 보완과 함께 정밀검사를 위한 전문 장비 및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두 부처는 서로 “남의 일”이라며 답변조차 주지 않았다.

또 지경부와 국토부는 천연가스 버스의 용기 폭발사고를 막으려면 현재 버스 아래에 달린 연료용기를 상부로 올려야 한다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용역보고서를 2008년 12월 제출받고도 이를 법제화하거나 버스 제조업체에 권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가스안전공사는 보고서를 통해 “운행 중 각종 이물질이 용기에 들러붙어 일상점검 시 접근이 어렵고 가스 누출 시 안전성, 검사 및 점검의 용이성, 부식 방지 등 유지 관리 측면에서 CNG 용기의 설치 위치를 객실 아래에서 루프(지붕) 위로 변경했을 때 이점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버스(대우자동차 제작)도 2000년 제작돼 2001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며 차량 하부에 120ℓ 규모의 천연가스 용기(이탈리아제 8개)가 장착돼 있다. 사고는 그중 첫 번째 용기가 파열되면서 일어났고, 그 위 놓인 좌석에 발뒤꿈치가 절단된 이씨가 앉아 있었다.

삼원화된 관리 체계부터 당장 정리를

또한 지경부는 교통안전공단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용기 관련 특별안전점검 결과 구형 연료용기의 4.7%에서 결함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도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전국 천연가스 시내버스 4300대를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 201대의 연료용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이 중 용기가 깨져 연료가 누출되는 경우가 134건이었고 용기가 부식된 경우도 18건에 이르렀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서울시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천연가스 버스 생산업체에 연료용기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구형 연료용기를 신형 재질로 모두 바꿀 것과 하단 장착방식을 상단 장착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천연가스 버스의 실제 수요자인 버스조합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보기도 했지만 각 버스 제조사는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매우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형 연료용기는 이미 10년을 사용해 검증이 끝났지만 신형은 안전성 검증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바꾸려면 1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용기의 상단 장착도 마찬가지다. 더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고 가격이 올라간다. 오히려 지경부와 버스조합 측이 이를 알고 신형 교체를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천연가스 버스의 보급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8월 10일 “연료용기 신형 대체를 검토하라”는 이만의 장관의 지시에 따라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형 연료용기 대체 운송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게 환경부의 방침.

서울시 천연가스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각 부처에 건의를 하는 과정에서 각종 모순을 절실히 느꼈다. 천연차 보급은 환경부, 전체 차량 정비검사는 국토부, 가스 용기에 대한 안전검사는 지경부가 담당하는 삼원화된 체계부터 바꾸지 않으면 천연가스 버스의 안전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8.16 750호 (p44~4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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