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0

2010.08.16

사채업자와 벌이는 ‘송의 전쟁’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8-16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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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0호 커버스토리 취재를 하면서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민생연대는 2008년 3월 문을 연 이후 채권·채무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상담 및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리사채나 임대차 관계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든든한 보호막이 돼주는 시민단체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송 사무처장은 민생연대에서 2년째 사채업자들과 홀로 ‘송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법 사채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 사채업자들을 형사고발하고, 부당하게 초과 지급한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시킵니다. 그가 피해자들을 도와 1년에 처리하는 고소 건수가 100건이 넘습니다.

    그의 전공 분야는 원래 소유·지배 구조와 경기순환입니다. 한때 ‘자본론’ 강의로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고리대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 민생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싸움은 외롭습니다. 한 달 활동비는 50만 원. 3인 가족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후원금과 회원들의 회비로 겨우 사무실을 꾸려갑니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나마저 이것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돌려 먹었습니다.

    사채업자와 벌이는 ‘송의 전쟁’
    송 사무처장은 진보정당이 나가야 할 길도 바로 ‘민생’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진보정당을 내세웠던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이 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띠를 두른 노동자들의 데모 때문이 아니라, 민생연대의 전신이며 민생을 총괄했던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같은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념이나 계급 다툼에 골몰할 게 아니라 당장 하루 사는 게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서민들의 절망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정당이 갈 길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친서민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친서민 정책’보다 민생연대와 같은 ‘풀뿌리 민생활동’이 훨씬 와 닿습니다. 민생 각 분야에서 ‘송의 전쟁’을 벌이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서민의 파수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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