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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왕상한의 ‘왕성한 책읽기’

고유가 위기 해답이 ‘송도 신도시’라고?

‘석유 종말시계’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고유가 위기 해답이 ‘송도 신도시’라고?

고유가 위기 해답이 ‘송도 신도시’라고?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시공사 펴냄/ 356쪽/ 1만5000원

석유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석유가 점점 없어진다는 사실이 지금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무한한 자원은 없다. 석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언젠가 고갈될 것임은 분명하다. 석유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쓸모없는 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다.

석유 고갈, 유가 폭등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신선하지 않은 ‘토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든 어느 방향,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석유 종말시계’는 미래 학자, 환경운동가들이 환경문제 차원에서 암울한 시각으로 다룬 것도 아니고 음모론에 입각해 만든 소설도 아니다. 토목기사 경력을 지닌 경제기자가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 찾아낸 문제와 해법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석유 종말시계’의 구성은 간단하다. 1갤런당 유가가 2달러 오를 때마다 경제와 사회, 일반인의 생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하나씩 정리해준다. 실제 경제불황과 맞물려 2달러 내외를 유지하던 1갤런당 유가가 4달러까지 접근했던 2008년도 전후 미국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폭등하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주력 생산하던 업체들이 침몰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있었다. 1갤런당 유가가 4달러를 넘어 6달러, 8달러, 10달러 그리고 종국에는 20달러의 시대가 됐을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포브스’지의 수석기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가 예측한 1갤런당 20달러 시대의 모습은 불이 꺼진 암흑 속 도시나, 빈번한 전쟁으로 지옥처럼 변한 끔찍한 그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상승으로 생겨난 거대한 중산층과 ‘나노’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소유할 수 있는 자동차의 등장은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한 단계 발전한 삶을 꿈꾸게 하는 희망의 뉴스처럼 전해졌다. 하지만 ‘도요타 충격’으로 시름에 빠진 투자가들에게 책 속의 ‘1갤런당 6달러-멈춰 선 SUV의 무덤’ ‘1갤런당 8달러-사라진 항공기, 텅 빈 하늘’ 내용은 한마디로 재앙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저렴한 유가와 커다란 자동차 소유욕이 만나 일궈낸 SUV의 부흥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지적처럼 몇 년 만에 미국 자동차회사 쇠락의 도화선이 됐으며, 8달러 시대에 차례로 사라질 항공사 리스트에는 안타깝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포함돼 있다.



무서운 속도로 커져가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생겨난 신흥 중산층의 소비로 유가 상승은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게 확실하다. 이제 멈춰 설 항공기와 자동차를 대신해 철도망이 부활하고, 역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문화가 발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경제계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한편 유가 상승으로 저가 생산 물류망을 상실한 월마트의 퇴각, 원거리 어업과 운반비의 폭등으로 대중음식에서 상류층을 위한 특별 식단으로 변모할 초밥의 운명은 모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사람들은 값싼 물품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쇼핑의 기회를 잃을 것이며, 바다와 대륙을 건너온 맛있는 음식을 즐길 여유를 빼앗기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장들과 해외에서 생산한 저렴한 물건을 유통하던 업체들도 새로운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노란색 스쿨버스는 자취를 감추고, 걸어서 순찰하는 경찰이 다시 등장하는 한편 자동차와 항공사를 비롯해 고유가 그림자에 가려져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기업도 속속 등장하겠지만 반대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맞춰 사람들은 자리를 잡아갈 것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국가와 기업들은 새 도약을 준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런 고유가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해답’으로 ‘송도 신도시’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내부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자립형 구조에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과학적 설계와 친환경적 배치 등을 향후 전 세계가 지켜봐야 한다는 내용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저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공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답게 화학, 건축, 토목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이 석유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또 양어장의 수산업 종사자와 항공업 관계자, 지하철 토목 전문가와 철도 경영자까지 다양한 취재를 통해 석유가 걸프만 지역의 사막에 묻혀 있는 검은 액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편으론 현재의 일상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구체적인 단면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멀지 않은 장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0.03.23 728호 (p84~85)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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