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6

2009.12.22

16강 가는 길 ‘삼국지 전략’세우고 익혀라

한국, 남아공월드컵 善戰 위한 ‘맞춤형 3색 카드’

  • 최원창 중앙일보 축구전문기자 gerrard11@joongang.co.kr

    입력2009-12-18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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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강 가는 길 ‘삼국지 전략’세우고 익혀라

    축구공은 둥글다. 만만한 팀도 없지만, 못해볼 팀도 없다. 얼마나 철저하게 전략을 세우고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향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은 유럽의 그리스,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역대 월드컵에서 어김없이 유럽 2개 팀과 상대했던 한국은 8번째 출전 만에 색다른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각기 다른 대륙인 데다 천양지차의 스타일을 지닌 개성 강한 팀들과 마주한 것.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의 키워드는 상대의 약점을 꿰뚫는 ‘맞춤형 전략’이다. 이는 누구보다도 허정무 감독이 잘 알고 있다. 그는 조 추첨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완전히 이길 수 있는 팀도 없지만, 못해볼 팀도 없다. 남은 6개월 동안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략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정무호’가 가다듬을 맞춤형 전략을 미리 들여다봤다.

    # 그리스, 고집불통 레하겔을 읽어라

    독일 출신의 ‘고집불통’ 오토 레하겔(71) 감독을 이해해야 그리스 축구를 알 수 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른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단 1골도 못 넣고 10골을 내준 뒤 탈락한 그리스는 유럽 축구의 ‘동네북’으로 불리던 최약체였다.

    그러나 2001년 레하겔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성큼성큼 내딛더니 유로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포르투갈, 체코, 프랑스 등을 연거푸 꺾고 돌풍 우승을 거머쥐었다. 수비 위주의 전술에다 역습 한 방에 의존하는 매력 없는 축구지만, 레하겔의 전법에 걸리면 세계 강호들도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다. 측면 공격에 이은 헤딩 역습이 얼마나 매서운지 알면서도 당한다. 그는 “이기는 게 가장 현대적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레하겔 축구의 변치 않는 패턴이 있다. 그는 공격 때 반드시 키 크고 강한 2명의 공격수를 중앙 수비와 경쟁시킨다. 사마라스(셀틱·193cm), 카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191cm) 등이 모두 장신이다. 중앙 수비수 키르지아코스(리버풀·193cm)와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188cm)의 세트피스 가담도 위협적이다. 힘과 높이에서 밀리지 않고 중앙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레하겔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유행한 리베로 시스템(일자 수비라인 뒤에 한 명의 수비수를 더 배치하는 전술)을 여전히 애용한다. 그리스의 리베로를 무너뜨리려면 포스트플레이를 펼칠 타깃맨도 중요하지만, 2선에서 개인 기술로 돌파할 수 있는 박지성(맨유), 박주영(모나코), 이청용(볼턴)의 역할이 크다. 스페인은 유로2008 때 빠르고 정확한 2대 1 패스로 그리스를 4대 1로 깼다. 허정무팀이 좀더 세밀한 패스워크를 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그리스의 기계적인 축구를 깨려면 관운장의 ‘청룡언월도’처럼 상대를 일거에 무너뜨릴 묵직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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