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영화? 난 느끼고 체험한다

오감 자극 4D 영화 인기 폭발 … 테마파크 못지않은 짜릿함과 즐거움

  • 류현정 IT 칼럼니스트 dreamshot007@gmail.com

    입력2009-12-03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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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거대한 해일이 덮치자 어디선가 물이 분사된다. 관람석도 요동친다. 하늘에서는 섬광이 번뜩인다. 쓰나미 상황을 그린 영화 ‘해운대’.
    • # 2 화면에서 코앞으로 흉기가 날아들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숙인다. 섬뜩한 장면에선 생육 타는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온다. 피도 튄다. 공포 영화 ‘블러디 발렌타인’.
    • # 3 갑자기 터진 연막에 깜짝 놀란다. 매연 냄새도 매캐하게 풍겨온다. 유난히 잦은 총격 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 난 느끼고 체험한다
    서로 관련 없을 것 같은 위 영화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셋 모두 ‘4D 영화’라는 것. 최근 영화 애호가 사이에서 4D 영화가 화제다. 3D 영화는 알겠는데 4D 영화는 생소하다고? 그렇다면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테마파크의 영상관을 떠올려보시길.

    시각뿐 아니라 후각, 촉각 등 이른바 오감을 자극하는 4D 영화들이 몰려온다. 생생한 입체감이 살아나는 영화를 3차원 영화, 즉 3D 영화라고 부른다. 여기에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 추가됐다는 뜻에서 4D 영화라는 용어를 쓴다. 바람, 물기, 진동, 냄새, 연기 등 그동안 눈으로 보고 상상으로만 느끼던 각종 요소가 실체가 돼 관객을 자극한다.

    비싼 가격에도 암표까지 성행

    4D 영화로 화제를 모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4’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법칙에 따라 등장인물이 차례로 죽어가는 공포물이다. 이 영화는 4D 효과와 결합해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자동차 연쇄충돌을 묘사한 영화 초반부는 4D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부분. 세찬 바람이 나오는 팬과 의자가 뒤집어지는 듯한 진동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제압했다. 자동차 경주가 생생해질수록 레이싱 카 연쇄충돌 장면은 더욱 충격적이다. 특수의자에서 분사되는 물은 마치 얼굴에 뿌려지는 사상자의 핏물처럼 느껴진다.

    4D 영화를 본 사람들은 테마파크에서 놀다 온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 앞으로는 ‘영화를 본다’는 말보다 ‘영화를 체험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업체들은 4D 영화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우리나라 4D 영화는 CGV가 이끌고 있다. 올해 초 상암 CGV에 국내 최초로 4D 영화 전용관을 개설한 데 이어 11월 말부터 용산, 영등포, 강변 CGV에서 4D 전용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4D 영화관 건립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바람 효과를 살리기 위한 대형 팬은 물론 바람과 물이 분사되는 특수의자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수의자에는 보통 10~15가지 효과를 발휘하는 각종 장치가 내장됐다. 그 밖에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연막장치와 섬광을 연출하는 조명기구도 따로 장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관람료도 비싸다. 보통 4D 영화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2000~1만5000원. 상암 CGV의 4D 전용관 좌석 수는 88석밖에 안 된다. 좌석 수는 적은데 4D 영화를 체험하려는 영화 인구는 느니, 주말과 방학에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4D 영화에 대한 잠재 수요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4D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특수장치를 이해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기계장치의 작동을 프로그래밍하는 후반부 작업이 필요하다. 일반 영사기사가 아닌 4D 프로그래머라는 신종 직업까지 등장했다. CGV의 대표적 4D 프로그래머인 오수희 씨는 밀려드는 언론사 인터뷰로 4D 영화의 인기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영화? 난 느끼고 체험한다

    입체 영화관 ‘4D관’에서는 영화 속 장면이 마치 현실처럼 다가온다. 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을 특수안경을 끼고 볼 때 나타나는 입체영상.

    4D 프로그래머들의 첫 번째 작업은 철저한 시나리오 분석.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영화를 50~80번까지 본다. 적절한 타이밍에 최적의 4D 효과를 연출하려면 이 정도 고역은 감수해야 한단다.

    시나리오 분석이 끝나면 4D 효과를 중심으로 별도의 시나리오를 쓴다. 4D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은 바로 좌석의 움직임이다. 특수의자의 진동, 상하좌우 모션 등을 중심으로 큐시트를 짜고 조명, 향기, 연기 같은 기타 특수효과를 일일이 기계로 입력한다.

    얼마의 진동을 가할 것인지는 헤르츠(Hz) 단위로 세분화한다. 바람 세기도 조절하고 풍향과 각도도 시나리오에 따라 정밀하게 조정한다. 그 후 일주일 동안 관객 반응을 보면서 최종 수정작업을 거치면 4D 효과가 완성된다.

    4D 효과도 상당한 연출력을 필요로 한다. 특수효과는 과도하면 오히려 관객의 피로도를 높인다. 엉뚱한 효과장치는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영화 전체에서 4D 효과 비중은 10~15%로 맞춘다. 한 영화에 보통 17~20개의 효과가 들어간다.

    4D 영화의 탄생 배경에는 극장 자본의 고민이 묻어 있다. 국내 전국 스크린 수는 2100개가 넘는다. 2003년 스크린 수 1000개를 돌파한 뒤 매년 100개씩 늘어난 셈. 스크린 수의 팽창으로 스크린당 좌석 점유율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관의 변신은 무죄다. 소파형 좌석을 갖춘 VIP 영화관, 레스토랑 기능까지 있는 영화관, 공연 감상도 가능한 복합영화관 등 영화관의 차별화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영화관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감상하거나 실내악을 공연하는 일도 벌어진다.

    눈물겨운 영화관 변신은 무죄

    더 이상 영화관이 영화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케이블TV, 비디오, DVD, 홈시어터 등 안방극장의 진화가 눈부신 탓이다. 영화관의 승부처는 ‘영화+알파’여야 된다. 그 알파가 바로 ‘체험’이며, 체험 영화의 선두주자가 4D 영화다.

    따분한 주말. 장황한 계획을 짤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매번 영화 보고 밥 사먹는 코스가 지겹다면, 4D 영화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특별히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4D 영화관이 대중화하기 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누구에게든 첫 번째 경험은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주말에 4D 영화관에 가볼 계획이라면 지금이라도 예약을 서두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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