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안중근 의사 애국혼 장엄한 울림

뮤지컬 ‘영웅’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1-13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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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 애국혼 장엄한 울림
    역사는 스토리텔링 면에서 소재의 무한한 보고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건 중심으로 주인공의 행적을 쫓다간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고, 너무 열심히 픽션을 넣다간 ‘역사 왜곡’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뮤지컬 ‘영웅’은 역사에 기록된 안중근의 행적을 보여주는 동시에 허구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첨가했다. 내용은 1909년 2월의 ‘단지(斷指) 동맹’부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뤼순감옥에 수감된 후 1910년 3월 사형집행될 때까지로 이뤄졌다. 그리고 이러한 줄거리에 안중근과 링링, 이토 히로부미와 설희의 이야기를 가미하면서 서정성을 부여했다.

    한편 역사극이 빠질 수 있는 또 하나의 함정은 관객들의 배경지식과 국민정서에 의존하는 것이다. ‘영웅’은 매끈한 스토리라인을 보이지만, 극적 개연성은 약한 측면이 있다. 앤태거니스트인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구축된 반면, 프로태거니스트인 안중근은 다소 평면적이고 도식적인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정치적 이유가 극 속에서 충분히 묘사되지 않는다. 안중근의 인간관계며 활동을 담은 전사(前事)가 필요해 보인다. 그는 독립군 의병대장일 뿐 아니라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정치인이며, 갈등과 고뇌를 거쳐 거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대극장 창작뮤지컬 초연으로는 완성도 있는 프로덕션이다. 특히 무대 운영과 배우들의 움직임, 장면 전환이 눈에 띈다. 벽돌 부조의 패널들로 효과적인 공간분할을 이뤘고, 패널의 이동과 영상을 활용해 속도감 있는 움직임과 장면 전환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 경찰과 의병단의 쫓고 쫓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밖에도 기차 신 등에서 업그레이드된 무대운영을 보여준다. 안무가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잘 드러냈다.



    음악은 라이브 연주가 아니라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대중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멜로디의 넘버들이 세련되게 편곡됐다. 정성화, 류정한, 김선영, 소냐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12월31일까지, LG아트센터, 문의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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