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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하얀전쟁’ 우유 열국지 05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천연과즙, 헛개나무, 저온발효, 비타민 등 가미 … 건강 기능과 신뢰가 승부의 열쇠

  •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최근 경제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퍼플오션(Purple Ocean)’. 유제품 시장도 그 광풍을 비켜가지 않았다. 업체 간 퍼플오션 신상품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퍼플오션이란 쉽게 말해 히트상품을 토대로 안정소비층을 확보하면서 여기에 색다른 변형을 줘 기존 상품과 차별화 효과를 노리는 전략.

‘장수(長壽)’ 콘셉트로 히트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최근 ‘떠먹는 불가리스’로 제품 형태를 바꿔 신규 시장을 공략하는 것(제품 퍼플오션)이나, 유통기한 외에 제조일자까지 표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서울우유의 신뢰 마케팅(마케팅 퍼플오션)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더욱 건강하게, 안전하게

다양해진 제품과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만하지만, 다채로워진 상품에 비해 사전정보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곧 소비자로 하여금 적절한 유제품의 선택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이 높다. 각 유제품 업체가 내놓은 퍼플오션 신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 판매 전략은 뭘까.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8월 말 퍼플오션 신상품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를 출시했다. 이는 2000년대 초 장기(臟器)보호 프로젝트로 대성공을 거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계승한 또 다른 장기보호 프로젝트다. ‘윌’이 위(胃) 보호를 위한 기능성 유제품이라면 ‘헛개나무 쿠퍼스’는 간(肝) 보호를 위한 제품이다.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한국야쿠르트의 ‘퍼플오션’ 진출작 ‘헛개나무 쿠퍼스’. 헛개나무는 간 보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헛개나무의 열매추출분말이 알코올성 간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기능성 유제품화’한 것. 헛개나무 쿠퍼스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한 헛개나무 열매추출분말 1일 섭취량 2460mg이 들어 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헛개나무의 간 보호 작용과 더불어 더욱 향상된 유산균 기술도 접목했다. 간 건강 개선은 물론 장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 홍보팀 임민욱 대리는 “우리 제품을 먹고 간 기능 개선에 효능이 없는 경우 제품구입비를 전액 환불해주는 12주 환불보장 프로그램을 9월3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품질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일우유는 지난 7월 과일 가공우유 제품에 ‘과일맛’을 내기 위해 넣던 화학 향과 색소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천연과즙으로 과일맛을 내는 ‘진짜’ 과일우유를 만들어내겠다는 것. 그동안 업계에선 과일맛을 내려고 인공 합성착향료를 넣는 것은 물론, 색깔을 내기 위한 색소도 넣어왔다. 바나나우유에는 노란색 치자황색소가, 딸기우유엔 붉은색 코치닐색소 등이 사용됐다. 이 때문에 인공적 ‘과일맛’ 가공유를 과연 ‘과일우유’라 칭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신뢰도 높이기’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조일자 표기전략을 구사하는 서울우유.

떠먹고 마시고 발효유 전쟁

이번에 매일유업에서 내놓은 과일맛 가공우유 제품은 색소와 합성착향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대신, 천연과즙의 함유량을 기존보다 높였다. 천연과즙이 2.5% 함유된 우유로 리뉴얼(renewal)했음에도, 향만 넣어 생산하던 기존 과일맛 우유 제품과 가격은 같다.

매일유업 홍보실 김현호 주임은 “과즙을 넣지 않고 과일의 향과 색소만 넣어 만든 ‘~맛 우유’를 매일유업은 더 이상 생산, 판매하지 않는다”며 “우리 회사의 바나나우유나 딸기우유가 하얀색에 가깝게 바뀐 것은 색소를 빼고 천연과즙을 첨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퍼플오션 전쟁에 동참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히트상품 ‘불가리스’를 호상발효유(떠먹는 요구르트) 형태로 바꾼 ‘떠먹는 불가리스’를 출시한 것. 떠먹는 불가리스는 각종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제품의 원료를 엄선했고 주소비층인 여성들을 위해 콜라겐, 피노틴, 히알루론산, 진주가루 등을 함유해 미용효과를 강조했다. 기능성뿐 아니라 식감(食感) 향상에도 중점을 뒀다.

남양유업 측은 “저온발효를 통해 최적의 발효조건을 찾는 STT 공법으로 부드러운 조직감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인체에 작용하는 기능성별로 3개 모델로 나뉘는데 레티놀, 항산화 성분을 포함해 피부건강을 강조한 모델, 아카시아 식이섬유 등을 사용해 장 건강에 효과가 있도록 한 모델, 체지방분해 유산균을 활용한 다이어트 모델이 그것이다. 남양유업 홍보팀 최재훈 팀장은 “떠먹는 불가리스의 일일판매량이 55만개에 육박했다. 떠먹는 불가리스는 단지 기존 불가리스의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첨단공법을 도입한 독립적인 제품이자 기존 제품의 장점을 흡수한 진보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떠먹는 발효유를 전략화한 남양유업과는 대조적으로 빙그레는 마시는 발효유 ‘바이오플레’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빙그레가 1983년 선보인 ‘요플레’는 대상그룹의 ‘미원’이 화학조미료의 일반명사처럼 사용되듯, 떠먹는 요구르트의 일반적 명칭으로 사용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빙그레는 이 같은 요플레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마시는 발효유 ‘바이오플레’를 출시, 퍼플오션 신상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건강하고 편안한 장을 위한다는 것이 주요 콘셉트. 빙그레는 “장 기능 향상을 위해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을 함유했고, 더블LT 발효공법과 유당분해효소를 첨가했다”고 주장한다.

마케팅에도 도입 신선한 바람

한편 프랑스의 다논사(社)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세계 판매 1위 요구르트 브랜드 ‘액타비아’를 9월1일 국내에 선보였다. 액타비아 요구르트에 첨가된 액티레귤라리스균은 영국 일본 등의 학술지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활한 배변활동에 도움이 큰 것으로 증명됐다는 것. 이 균은 전 세계에서 다논이 독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논은 이번에 시판한 액타비아가 최적화한 특수 제조공정을 통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됐다고 한다. 이는 외국계 유제품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기 위해 펼치는 퍼플오션 전략이라 볼 수 있다.

‘푸르밀’로 회사 이름을 바꾼 롯데우유의 퍼플오션 신상품도 눈에 띈다. 이 회사의 히트 음료이자 배우 한예슬의 광고로 유명한 ‘V12 비타민워터’의 기능성과 이미지를 일반 우유에 접목한 ‘V12 비타민우유’를 내놓은 것. 푸르밀에 따르면 V12 비타민우유는 선별된 1A등급 원유 100%에 네덜란드 DSM사(社)에서 독점 공급받은 12가지 생활비타민을 첨가했다. 우유 고유의 성분인 칼슘 등은 물론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게 푸르밀 측의 주장.

유제품에 ‘퍼플오션’ 바람 분다
퍼플오션 전략은 제품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도입돼 유제품 홍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표기전략.

현행법상 우유는 제품의 유통기한만 표기하면 된다. 그러나 서울우유는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을 강조하며 제조일자까지 병행표기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우유 홍보팀 강덕원 팀장은 “7월14일부터 제조일자 병행표기를 실시했는데 시장의 반응도 좋고 여론도 매우 호의적”이라며 “병행표기 이전보다 5% 이상 매출이 신장됐다”고 밝혔다.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표기가 호응을 얻자 파스퇴르유업도 이를 벤치마킹했다. 파스퇴르유업은 9월1일부터 저온살균우유에 유통기한 외에 제조일자까지 함께 표기하고 있다. 파스퇴르유업 측은 ‘저온살균 후레쉬우유’ 용기 상단에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표기해 기존 우유보다 유통기한이 짧은 저온살균우유의 단점을 보완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가 더 신선한 우유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앞서 말한 천연과즙 함유와 같은 제품상의 차별화 외에 안전검사 실시, 원산지 공개 등의 마케팅으로 또 다른 ‘퍼플오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부터 실시한 ‘매일 Fresh News 캠페인’을 통해 수입원료 전체의 원산지 표기를 실시한다. 현행법상으론 원유 및 주원료만 원산지 표기를 하면 별문제가 없는데도 가공유에 들어가는 모든 수입 식품 성분에 100% 원산지 표기를 하는 것. 또한 원재료뿐 아니라 완제품에 대해서도 105종류의 식품안전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GMO, 방사선, 멜라민, 중금속, 잔류 농약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 마케팅’으로 타사와의 차별화를 노린 것이다.

매일유업 정종헌 사장은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처지에서 생각하고 소비자의 기대를 반영하고자 펼치는 것”이라며 “모든 소비자가 안심하고 건강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회사 측의 다짐이자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전했다.

퍼플오션(Purple Ocean)이란?

‘히트상품’ 변형 새 시장 개척


현재 글로벌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을 중간 형태로 섞어 각 전략의 장점을 취합한 시장이다. ‘blue(파란색) + red(빨간색) = purple(보라색)’을 뜻한다. 블루오션(Blue Ocean)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개척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잘만 개척하면 경쟁자 없는 거대시장을 차지하는 대승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위험성이 크고 모험이 요구된다. 반면 레드오션(Red Ocean)은 검증된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위험부담이 적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경쟁자가 넘쳐나 ‘피(red)’ 튀기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각자의 단점을 보완한 퍼플오션은 안정성을 위해 이미 검증된 상품 또는 마케팅 기법을 선택하되(레드오션), 거기에 변형을 줌으로써 새로운 시장 개척(블루오션)을 도모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원소스 멀티유즈’ 마케팅 전략과도 흡사하다.




주간동아 2009.09.29 705호 (p32~34)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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