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2009.09.29

엘비스 노래 타고 흐르는 사랑

뮤지컬 ‘올슉업’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09-23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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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노래 타고 흐르는 사랑
    로큰롤의 황제이며 희대의 섹스 심벌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숱하게 오마주되고 패러디된 대중문화 아이콘이다. ‘올슉업’은 이러한 엘비스의 노래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제목인 ‘All Shook Up’을 비롯해서 ‘One Night With You’ ‘Love Me Tende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The Power of My Love’ 등 히트곡을 들을 수 있다.

    보수적인 마을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주인공 채드(엘비스를 본뜬 인물)는 음악과 춤, 자유연애를 전파하고 다닌다. 딱 붙는 재킷과 바지, 블루 스웨이드 슈즈를 고수하는 그는 구레나룻을 기르고 머리를 빗어 넘긴 ‘느끼한’ 모습으로 마주치는 소녀들을 연달아 기절시킨다.

    한편 마을의 시장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듣보잡’ 채드에게 풍기문란 혐의를 덮어씌운다. 이러한 갈등은 1950년대 당시 기성세대에게 단단히 ‘찍혀’버렸던 엘비스의 처지를 연상시킨다. 특히 감옥에서의 첫 장면은 엘비스에 대한 오마주임을 알 수 있다.

    과거가 ‘복고’라는 콘셉트로 무대에서 재탕될 때면 유머를 머금게 된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되새김질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고, 어린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사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금기가 난무하던 그 시절의 단면은 자체가 코미디다. 아울러 ‘초식남’이 트렌드로 떠오른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엘비스 식의 남성미 넘치는 섹스어필과 반항적인 모습 역시 희극의 소재로서 위력을 발휘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지닌 최대 약점은 드라마의 구조에 있다. 그러나 ‘올슉업’은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바탕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기했다. 나탈리의 남장으로 오해가 거듭되는 상황과 여러 커플이 소동을 벌이다가 한 장소에서 순식간에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셰익스피어 희극 특유의 웃음 코드를 드러낸다.

    이번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무대가 보강됐고, 디테일이 좀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채드와 나탈리 역에 각각 손호영과 김진우, 윤공주와 박은미가 캐스팅됐으며 이정화 이영미 김성기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여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력, 앙상블의 짜임새 있는 안무에 박수를 보낸다. ‘샤방샤방’한 내용과 아름다운 선율이 새삼 사랑에 빠지도록 주문을 거는 듯한 감동을 줄 것이다. 9월8일~11월1일, 충무아트홀, 문의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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