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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생존경영’ 10달 SK, 강한 체질 OK!

경제위기 속 연구개발·인력채용 확대 …‘중장기 발전 토대 구축’ 평가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생존경영’ 10달 SK, 강한 체질 OK!

‘생존경영’ 10달 SK, 강한 체질 OK!

SK에너지 울산 수출 현장.

2007년 미국발(發) 경제위기는 모든 기업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은 기업마다 달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롭게 도약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그대로 주저앉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부활하느냐 침몰하느냐. 운명은 당사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올 연구개발 1조3000억, 사상 최대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은 대한민국 재계순위 3위라는 SK그룹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한동안 기세등등하게 상승곡선을 이어가던 SK에너지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부진, 정제 마진 하락 등으로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SK에너지, SK케미칼, SKC 등 SK그룹 제조 3사의 올해 상반기 수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0조3743억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은 올 초 △늘릴 것은 늘린다 △고통은 위에서부터 분담한다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세 가지 ‘생존경영 전략’을 내놓으며 돌파구를 찾았다. SK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대한 변화는 언제나 비상한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최악의 상황이 와도 생존할 수 있고, 나아가 후회 없는 도약과 성장을 향한 최선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존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국내 기업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면서 숙련된 인력을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그 결과 경기회복 후 새롭게 채용을 늘리는 과정에서 인력 간의 기술단절을 극복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R·D(연구개발) 인력이 ‘구조조정 1순위’로 희생당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SK그룹은 이런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재확보와 연구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SK그룹의 올해 연구개발 투자액은 전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2012년까지 5조7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대부분의 기업이 신규채용을 꺼리는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SK는 채용을 크게 늘렸다. 지난 4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상생인턴’ 1800여 명 채용과 신입사원 공채, 경력사원 채용 등을 포함하면 SK그룹이 올 한 해 만들어낼 일자리 수는 3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은 고통분담을 위해 ‘시범 케이스’를 자청했다. 지난 2월부터 솔선수범 차원에서 연봉의 10~20%와 성과급의 일부를 반납한 것. 노사도 4월, 그룹 단위 노사로는 처음으로 ‘고통분담과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 대화합 선언’을 결의해 이에 화답했다. SK㈜ 박세훈 사외이사는 “성숙한 노사문화와 SK그룹 고유의 경영기법인 SKMS의 실천이 어우러져 당시의 위기를 뛰어넘는 강한 기업문화 구축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회사 안팎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를 준비할 중장기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내수 중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비록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액은 감소했으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54.3%에서 3%포인트 증가한 57.1%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증가세다.

‘생존경영’ 10달 SK, 강한 체질 OK!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내 미래도시 체험관인 Tomorrow City 야경. 미래도시의 건물답게 기둥에 LED(발광다이오드)가 장착돼 다양한 화면을 구사할 수 있다.

SK 측은 “생존경영 전략의 목표는 단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살아남는 데 있지 않다. 위기 이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전략 구축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SK㈜ 권오용 브랜드관리부문장은 “SK그룹은 녹색성장 기술개발로 국가적 신성장동력의 기초를 세우는 일에 매진하는 한편, 지속적인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위기 이후에 찾아올 더 큰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계열사 ‘따로 또 같이’ 경영

우선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안정적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 이를 위해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도시(u-Eco City) 등을 중대 추진과제로 정하고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무공해 석탄 에너지는 SK에너지가 가장 공들여 개발하는 기술. 새로운 공정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석탄에서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여 값싼 저급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수송연료 및 전기, 화약제품 등의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용 2차 전지 및 수소 스테이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각 계열사가 ‘따로’ 보유한 친환경 에너지 및 정보통신 기술을 결집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첨단 그린도시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SK 관계자는 “친환경 녹색기술 개발에서도 주요 관계사가 참여하는 ‘R·D 환경위원회를 운영한다”며 “SK만의 ‘따로 또 같이’ 경영으로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SK에너지의 에너지, 환경 등 도시기반시설 구축과 운영 역량에 SK텔레콤의 국내 최대 통신 네트워크와 u-서비스 경험, SKC·C의 시스템 통합 및 구축 역량, SK건설의 도시기반시설물 구축 역량을 결합해 첨단 그린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것.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 구축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에너지는 현재 영국, 브라질, 리비아, 페루 등 17개국 34개 광구에서 확보한 5억2000만 배럴의 지분 원유 보유량을 2015년까지 10억 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한국이 50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 지난 9월 15일에는 베트남 BSR(Binh Son Refining · Petrochemical Co. Ltd.)사와 O·M(Operation · Maintenance·공장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향후 약 7800만 달러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4년까지 30조원가량의 자원을 확보해 세계 50위권의 자원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광물 중심의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5대 동(銅) 복합기업인 북방동업 지분 39%를 인수해 매장량 150만t 규모의 동을 확보하는 등 30여 개의 광물자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금까지 10여 종 광물, 3000만t의 자원을 확보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의 유연탄 광구는 조만간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K가스도 기존 LPG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러시아 캄차카, 미국 멕시코만,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등의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각 계열사가 전방위적으로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연초부터 몰아붙인 강력한 생존경영 덕분에 한숨은 돌렸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재도약의 화려한 날갯짓을 꿈꾸는 SK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9.09.29 705호 (p60~6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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