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방의원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요? 1차적 책임은 잘못을 저지른 의원에게 있겠지만, 자질 없는 의원을 의회로 보낸 유권자들의 반성도 필요합니다.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5년째지만, 선거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후보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그 후보는 당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지역의 기초의원이 어떤 인물인지, 지방의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피 흘려 쟁취한 민주화지만 그 소중함을 까마득히 잊은 듯한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원들이 유권자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정당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당론’이라는 미명하에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사례가 수시로 일어나죠. 우리는 그때마다 분통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선거로 심판하기보다 극도의 정치적 불신감으로 ‘내가 투표하면 뭐 해’라며 당당히 기권하고 맙니다.

지방선거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만은 제대로 뽑아야 후회가 없겠죠?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과연 누가 우리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일꾼인지. 또다시 4년을 가슴만 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주간동아 687호 (p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