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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박연차 검찰’, 천신일 회장만 처벌하나

檢 “대선자금 수사대상 아니다” … 로비 대가성 입증도 어려워

  • 이우승 세계일보 사회부 기자 wslee@segye.com

‘박연차 검찰’, 천신일 회장만 처벌하나

‘박연차 검찰’, 천신일 회장만 처벌하나

5월7일 검찰은 서울 중구 태평로 세중나모여행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칼끝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지막으로 노 전 대통령 패밀리와 600만 달러 의혹 수사를 사실상 끝냈다. 이제 검찰의 관심은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옮겨갔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천 회장은 현 정권 실세들과 박씨의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태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씨의 부탁을 받은 천 회장이 국세청이나 여권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천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의 수사는 일단 천 회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지난해 7월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박씨는 어떤 형식으로든 천 회장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천 회장은 박씨와 ‘의형제’를 맺을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도 고려대 61학번 경영학과 동기동창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가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물밑에서 뛰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검찰은 2008년 7∼8월 천 회장과 박씨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모여 세무조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한 사실을 이미 밝혀냈다. 수사의 핵심은 그 이후 천 회장의 로비 행적이다. 천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같은 친목모임을 가질 만큼 각별한 사이며, 그 친분관계도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 윤은기) ‘4T CEO’ 과정도 함께 수료했고, 2007년에는 이 대학원에서 주는 ‘자랑스런 원우상’을 나란히 받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천 회장이 다른 인물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한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이 한 전 청장과 천 회장 간의 통화내역을 집중적으로 조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천 회장이 정치인 등을 만나 우회적으로 청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 부분도 살피는 중이다.

한상률 前 청장과 각별한 사이

‘박연차 검찰’, 천신일 회장만 처벌하나

지난해 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에서 “일부 뇌물, 탈세 외엔 모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는 극비리에 진행됐다. 착수 경위, 보고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게 전혀 없다. 지방기업 세무조사를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직접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조사 상황에 대해 일일이 체크한 뒤 이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검찰 수사가 본격 착수되자 한 전 청장이 갑작스럽게 출국한 배경을 놓고도 말이 많다.



국세청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말 국세청이 검찰에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통보할 때 일부 내용을 누락시켰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세무조사 무마와 관련해 천 회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 사정기관 관계자의 로비 정황 등에 관한 정보보고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선 천 회장 로비 행적의 전모가 거기에 들어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박씨의 세금포탈 자료 외에는 넘길 의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달리 해석하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모두 넘긴 것은 아니다’는 의미가 된다. 검찰이 5월6일 국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청장과 당시 조사담당 국장이 주고받은 메신저에서 일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들의 또 다른 관심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핵심 측근인 천 회장을 과연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다. 검찰 안팎에서는 천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세다. 검찰도 “천 회장에 대해 특정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일부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천 회장에 대한 검찰의 형사처벌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

이와 관련해 검찰은 천 회장 회사의 최근 10년간 운영자금 거래내역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박씨와의 거래 부분이 집중분석 대상인데, 천 회장은 2007년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200억원대 이상의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6000원에서 1만2000원대에 박씨 지인들에게 매각한 뒤, 지난해 장남을 통해 평균 3000원대에 다시 사들였다. 덕분에 천 회장 장남은 올해 3월 세중나모여행의 공동대표에 취임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여세 포탈 혐의와 대주주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혐의 적용이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 밖에도 검찰이 품은 의문은 많다. 박씨가 천 회장이 운영한 게임사업에 10여 억원을 투자했다가 실패했는데도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않았다는 점, 2003년 정보통신업체 나모인터렉티브 인수과정에서 차명을 이용한 지분 매입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그것이다.

천 회장이 검찰 수사 마지막 정점?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천 회장의 형사처벌과 관련해 각종 세금포탈 혐의의 입증은 무난해 보이지만 알선수재 혐의는 밝혀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모든 수사력을 ‘경제적 도움’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이의 대가성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천 회장을 알선수재로 처벌하려면 두 사람 간의 ‘경제적 거래’가 천 회장의 세무조사 관련 청탁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천 회장이 박씨의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하거나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했더라도 금품 거래가 없었다면 범죄행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대가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는 증거라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토록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다름 아닌 현 정권을 향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자금 불법지원 의혹,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특별당비 대납 의혹 등이 그것이다. 또 박씨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관련해 정치인 등 여권 인사들에게 청탁했을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의 수사행보를 보면 박씨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천 회장이 검찰 수사의 마지막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선 검찰도 “대선자금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부분, 즉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직접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추측이 사실로 밝혀지면, 현 정권의 정치인들이 로비에 개입할 여지는 더욱 없어진다. 서초 법조타운뿐 아니라 여의도 정가에서도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더 이상의 정치권 인사가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무조사가 극비리에 진행됐고, 천 회장의 움직임을 청와대가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만큼 천 회장도 ‘더 이상의 로비’를 벌이기는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게 ‘천 회장 단독 처벌론’의 근거다.



주간동아 2009.05.26 687호 (p54~55)

이우승 세계일보 사회부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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