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말보다 실천하면 안 되겠니?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1-07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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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다 실천하면 안 되겠니?
    찬 바람이 휑하니 몰아친다. 하나둘 거리로 나선다. 직장과 가족을 잃고 노숙자가 된 이들, 언론노조 파업으로 국회 앞에 선 기자들, 기름 유출에 항의하려고 태안에서 상경한 사람들. 속사정은 제각각이지만 다들 남모를 사정을 품고 거리를 배회한다. 해를 넘겨 새해가 밝았지만 얼굴들이 밝을 리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한 해가 혹독한 실물경기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더구나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이런 형편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국회의원‘님’들은 해가 바뀌어도 싸움박질에 한창이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우리’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는 정말 돈을 원 없이 썼다”며 지난 한 해를 자평했다. 민초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주가 하락에 펀드는 ‘고등어’(반 토막), ‘갈치’(네 토막)를 넘어 이제는 ‘회’(깡통)가 된 상태다. 구조조정의 칼날도 매섭다. 금융권 인원 감축 바람으로 지난 연말에만 1300여 명의 은행원이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직장을 떠났다. 설상가상 30대 젊은 층에서 희망퇴직을 대거 신청한다. 높은 분께선 “힘있고 가진 사람부터 법을 지켜야 한다”며 일갈했지만 듣는 이의 냉소만 불러올 따름이다.

    민초들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머릿속은 장밋빛 미래로 가득했을 터. 하긴 달콤한 약속들이 무던히도 쏟아졌다. “주가 3000시대를 열겠다” “747을 달성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큼은 확실히 살리겠다”. 말의 향연에도 그 약속은 양파껍질처럼 하나하나 속절없이 벗겨졌다. 껍질을 다 까보고 나니 알맹이가 없다. 누군가 말한다. “한두 번 속은 거 아니잖아” 양파껍질 탓일까?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누군가 속삭인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2009년 한 해는 제발 민초들 속 뒤집는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기를. 양파가 아닌, 속이 꽉 찬 만두 같은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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