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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이 해석한 말러 교향곡 ‘거인’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정명훈이 해석한 말러 교향곡 ‘거인’

정명훈이 해석한 말러 교향곡 ‘거인’

9월10일 내한공연을 갖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스물넷의 나이에 구스타프 말러는 어떤 거대한 환상을 보았다. 스물넷에 시작해 스물아홉에 완성한 그의 교향곡 제1번 ‘거인(The Titan)’을 통해 우리는 그가 젊은 시절 그렸던 환상을 엿볼 수 있다. 거대한 꿈과 욕망, 좌절, 공포, 맑은 날과 폭풍우, 천국과 지옥 같은 정서가 한데 녹아 있는 환상. ‘거인’이라는 부제는 거인에게 저항하고 시대를 거스르는 주인공의 삶을 그린 장 파울의 동명소설에서 따왔다.

어수선한 봄 느낌을 주는 첫 악장 도입부에선 약간의 긴장감이 조성되지만, 이내 다채로운 소리에 귀가 절로 열린다. 이어 말러가 이전에 발표한 낭만적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선율이 흘러나와 익숙한 느낌을 갖게 한다.

빠른 스케르초풍(風)의 2악장에 이어 팀파니에 맞춰 첼로, 바순이 빚어내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이끄는 3악장은 마음 깊은 바닥을 쓸어내리는 듯하다. 이어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고 해서 오래전 교회에선 연주가 금지됐던 오보에가 민요풍의 강렬한 선율을 선보인다. 무한정 이 3악장만 반복되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듯한 4악장에선 청춘, 그 폭풍우 같은 정념이 가슴을 찢을 듯 거세게 다가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명훈은 이탈리아의 대표적 오케스트라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지휘를 맡아 9월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정씨는 리카르도 무티, 카라얀, 번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몸담았던 이 오케스트라의 2008년 아시아 투어, 2009년 북유럽과 독일 투어를 이끌 예정이다.

이번 무대 전반부를 장식하는 이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피아노를 쳤던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다. 그는 라 스칼라의 반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20세기에 작곡된 최고의 피아노협주곡이라는 말을 듣는, 서정적이면서도 장중한 곡을 스물여섯의 랑랑이 어떻게 전해줄지 기대된다. (문의 ㈜CMI 02- 518-7343)



정명훈이 해석한 말러 교향곡 ‘거인’
마에스트로 게오르그 솔티 경은 “오케스트라는 인류의 위대한 문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오케스트라가 너무 진지해서 즐기기 어렵다고 느낀다. 오케스트라와 친해지려면 악기와 음악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시간을 단축해줄 만한 DVD ‘오케스트라!’(데카, 2DVD와 보너스 CD)가 나와 눈길을 끈다.

게오르그 솔티 경과 배우이자 재즈피아니스트인 더들리 무어가 오케스트라 악기와 그 역사를 되짚어가며 소개하고 있다. 18세기 초 바흐에서부터 20세기 말 루토수아프스키까지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기악이 어떻게 해서 작은 그룹의 연주자들에서 시작해 100명이 넘는 현대적인 교향악단으로까지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DVD를 보면 클래식 음악은 몇백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시간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것임을 새삼 알게 된다. 초기에 하모니만 도와주고 멜로디를 거의 연주하지 않았던 목관악기가 현악기만큼 중요해지게 된 것은 하이든이 작곡한 교향곡 제99번 때문이라든지, 20세기엔 퍼커션의 지위가 높아졌다는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주간동아 2008.09.02 651호 (p73~73)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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