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5

2008.05.13

신비의 바닷길 사이로 추억의 발자국 남겨볼까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8-05-08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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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의 바닷길 사이로 추억의 발자국 남겨볼까

    사도와 추도(맨 왼쪽 섬) 사이에 길이 750m의 바닷길이 열린 광경.

    사도(沙島)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딸린 작은 섬이다. 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시루섬(증도), 장사도, 나끝, 연목(바위섬) 등의 7개 섬이 이웃해 있다. 하지만 사도 선착장 근처의 나끝, 사도와 증도 사이에 자리한 시루섬은 사도와 시멘트 도로로 연결돼 있어 이제는 독립된 섬이 아니다. 그리고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인데, 총 50여 명의 주민 가운데 추도에 사는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도에 거주한다.

    사도와 추도 사이의 바닷길은 1년에 여러 차례 열린다. 그중 가장 많이 열리는 때는 음력 2~4월 그믐과 보름 전후다. 올해 5월에는 4~8일의 오후 1~5시에 열리는데, 정확한 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www.nori.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 때 폭 15m, 총길이 3km의 바닷길이 열리면 사도를 비롯한 7개 섬이 ‘ㄷ’자형으로 연결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특히 사도와 추도 사이에 약 750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물 밖으로 드러난 갯벌에는 파래 미역 톳 해삼 멍게 낙지 등의 해산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바닷물이 다시 밀려드는 줄도 모르고 해산물 채취에 열중하다 온몸이 흠뻑 물에 젖기도 한다.

    사도 주변의 여러 섬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4400만~6500만년 전)의 퇴적암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데, 시루떡처럼 켜켜이 층을 이룬 퇴적암 속에서 총 3546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됐다. 발자국 화석의 종류도 조각류(두 발로 걷는 공룡), 용각류(거대한 몸집의 초식공룡), 수각류(육식공룡) 등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추도에서는 총길이가 84m에 이르는 보행렬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도마을의 뒤편에는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흡사한 ‘천년층’ 해안이 있는데, 이곳 갯바위에서도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방금 남긴 것처럼 또렷한 보행렬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 밖에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硅化木)과 식물화석, 물결 무늬가 화석화된 연흔(漣痕), 땅바닥이 말라서 갈라졌던 흔적인 건열(乾裂) 등도 다량 발견됐다. 이처럼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사도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및 퇴적층’은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근래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비의 바닷길 사이로 추억의 발자국 남겨볼까

    증도의 얼굴바위.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위엄 있는 모습이다.

    일곱 개의 섬 옹기종기 … 공룡발자국 화석 등 볼거리 풍성

    사도 주변의 여러 섬들은 규모가 매우 작은데도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예컨대 추도는 한적한 퇴적암층 갯바위에 선명한 공룡발자국 화석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사도는 아담한 모래해변과 소박한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사도의 서쪽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과 넓은 갯바위지대가 드리워져 있어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절벽 위쪽으로는 바다 전망이 시원스런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외딴섬의 낭만과 멋을 호젓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통해 사도와 연결된 중도의 갯바위 낚시터에는 커다란 공룡발자국 화석이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패어 있다.

    사도 주변의 무인도 중에서 볼거리가 가장 풍부한 섬은 증도다. 썰물 때만 물 밖으로 드러나는 모래톱을 통해 증도로 들어서면 이순신 장군이 보고 거북선을 구상했다는 거북바위, 산더미 같은 크기의 장군바위,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얼굴바위, 맑은 물이 솟아나는 젖샘바위,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동굴바위(높이 20m), 200여 명이 앉을 만한 멍석바위, 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암 등의 기암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문화재관리청은 사도마을과 추도마을의 850m가량 되는 돌담을 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했다. 이 두 섬마을의 돌담은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를 갖췄다. 돌담에 올려진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대체로 적게는 10cm에서 크게는 30~50cm 길이의 돌들이 사용됐다. 큰 돌, 작은 돌이 서로 맞물린 형태의 이 돌담은 두께가 50cm 내외다. 특히 추도마을의 돌담은 구들돌처럼 납작납작한 퇴적암으로 치밀하게 쌓여 있어 보기에도 좋고 구조적으로도 튼실해 보인다.

    사도와 주변의 부속섬들은 걸어다니기에 딱 좋다. 사실 찻길이 없어서 자동차가 필요 없고, 오토바이와 자전거조차도 드물다. 대신 아름답고 운치 좋은 산책로가 섬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어 찬찬히 걸으면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어디에 있어도 몇십 걸음만 걸어가면 금세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시야에 가득 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도에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발걸음이 느릿해진다. 사도에 머무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외딴섬 특유의 여유와 한가로움이 가득한 사도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지 않은 때도 한 번쯤 꼭 찾아볼 만하다.

    추천 일정

    신비의 바닷길 사이로 추억의 발자국 남겨볼까

    사도 모래섬민박의 해삼비빔밥.

    첫째 날 06:30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진입→06:30~10:00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장성분기점~담양분기점 등을 경유해 순천IC(서울톨게이트에서 342km.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것보다 31km가 짧음) 통과→10:00~11:30 순천IC~순천우회도로(17번 국도)~광로2-2사거리(우회전)~해룡육교(여수 방면)~월산교차로(우회전)~상봉삼거리(863번 지방도)~소라면 죽림리(우회전, 22번 국지도)~화양면 소재지~세포삼거리(77번 국도)~백야대교 등을 거쳐 백야도등대(061-685-7931) 도착→11:30~13:00 백야도등대를 관람한 뒤 화정면 소재지로 이동, 점심식사(손두부와 막걸리)→13:30~14:00 백야도 선착장에서 태평양해운(061-662-5454)의 사도행(10:25, 13:30, 16:00발) 여객선을 이용해 사도에 도착→14:00~ 사도와 추도 간 ‘신비의 바닷길’을 비롯해 사도 일대 구석구석 둘러보기

    둘째 날 14:00~14:30 사도발 백야도행 여객선을 이용해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14:30~16:00 백야도~백야대교~세포삼거리(22번 국지도)~덕양삼거리(17번 국도)~해룡육교~순천우회도로~남해고속도로 순천IC 진입
    여행정보

    숙박 사도에는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모래섬민박(061-666-0679)과 사도민박(061-666-0012)을 비롯해 사도횟집민박(061-666-9199), 고찬심씨댁(061-666-9005), 장원모씨댁(061-665-0019)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모래섬민박은 한옥과 양옥의 장점을 결합한 콘도형 민박집이어서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도 편하게 묵을 수 있다.

    맛집 사도에 상설 음식점은 없지만 사도횟집민박, 모래섬민박 등의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 손님들이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모래섬민박에서는 해삼비빔밥이나 해초비빔밥 같은 별미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고, 사도횟집민박에서는 광어 농어 등의 자연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사도행 여객선이 출발하는 백야도 선착장 부근의 옛날맛손두부집(061-685-1027)의 두부는 모양이 투박하고 단단한 편이지만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살아 있다. 두부와 함께 내놓는 간장양념장과 묵은 김치, 인근 낭도에서 만들어 온다는 막걸리도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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