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존스’
최근작 ‘미이라’도 그렇지만 역시 첫손에 꼽히는 영화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다.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매력적인 고고학 박사로 등장한다. 곧 ‘인디애나 존스’ 4편이 개봉된다는 소식이 벌써 많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데, 이 영화야말로 고고학을 대중화한 주역일 것이다.
서구 역사에서 고고학은 인류학과 함께 근대의 학문으로 불린다. 지금 대영박물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많은 유물과 문화재는 근대 이후 서구 고고학계가 올린 성과다. 그러나 이 성과는 한편으로 도굴과 약탈의 역사였다. 이 점이 모험영화의 단서가 됐다. 학문적 관심과 일확천금, 그리고 강탈극의 조합이라고 할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화재와 유물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수천 년간 묻혀 있던 유물에서 옛 삶의 기록과 비밀을 찾아낸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가. 문화재와 유물이 갖는 아우라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소득향상과 함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베스트셀러가 탄생했다.
‘미이라’
‘너는 더럽혀지지 않은 그대로인 정숙의 신부. 너는 숲 속의 역사가… 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아는 것 전부이고, 알아야 할 것은 이뿐이다.’
시인 키츠는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에서 서구 예술인의 정신적 고향인 그리스 문화에 대해 이렇게 찬사를 보냈지만, 별장을 짓길 원하는 그리스인들에게 문화재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암사동, 풍납동 주민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비난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박탈감을 안겨주는 우리 사회의 개발광풍이라는 현대판 문화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