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Dongbu insurance 11 am’
따라서 그의 작업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자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여러 사선과 수직선이 규칙적으로 나열돼 캔버스가 휘어져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작품이 삐뚤게 걸려 있는 효과까지 유발해 역동적인 옵티컬 아트(optical art)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그가 선, 색, 형태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의 밸런스를 통해 회화의 매체적 특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김수영은 하늘, 땅, 나무, 길, 사람, 빌딩 등이 있는 거리의 풍경을 그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건물이 가진 독특한 리듬감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회화의 조형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새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도시 풍경, 즉 건물의 원경에서 점차 근경으로 시야를 좁히게 됐고, 그 결과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던 사물을 재현하는 측면과 건축물의 물성(物性)은 사라져갔다. 마침내 남은 것은 그림을 형성하는 조형언어뿐이었다.
회색톤에 곳곳 붓자국 … 도시 내면으로 다가가기
하지만 모든 빌딩이 우리에게 조형적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시각적으로 좋은 모양새를 가진 구조물이라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김수영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선택했다. 바우하우스 시절을 살았던 르 코르뷔지에는 형태와 색채로 건물의 이상향을 추구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런 작가의 변화가 느껴졌다. 빨강·노랑·파랑 등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던 이전과 달리 김수영은 주로 회색톤 그림을 구성했고, 본격적으로 한국의 건물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 아마도 서울이란 도시의 제한된 색깔을 통해서도 조형 감수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 듯하다.
김수영 ‘The headquarters hankook newspaper.co. 10 am’
최근 한국 미술계에는 사진과 같이 정밀하게 묘사하는 극사실주의가 유행이지만, 김수영이 의도하는 회화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사물의 외양이 아닌 회화의 내면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전시 ‘풍경’은 5월24일까지 갤러리 원앤제이에서 열린다(문의 02-745-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