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안병민의 일상경영

지금 설레는 일을 하고 있나요?

마케팅의 본질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2-13 16: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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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지원서에 붙일 사진을 찍는 그들의 얼굴이 참 앳됩니다. 메이크업을 받고 정장을 입어보면서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다며 까르르 웃는 그들은 천생 여고생이었습니다. 우리는 ‘취업준비생’ 하면 으레  대학생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입사지원서에 붙이는 사진은 주로 학교 졸업사진입니다. 경제적 부담 탓에 메이크업이나 정장 차림은커녕 사진 촬영도 엄두를 못 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력서 사진을 찍어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들 고졸 취업준비생에 주목한 사람은 바로 ‘바라봄사진관’의 나종민 대표입니다. 바라봄사진관은 이제 다섯 살입니다. 그전까지 나 대표는 한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한국지사장이었습니다. 쉰 살 이후의 삶을 고민하던 나 대표는 소외받는 이들이 마음 편하게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에 바라봄사진관을 열었습니다. 대졸 취업준비생을 위한 입사지원서 사진 촬영도 그런 봉사와 기부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학생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경력단절 여성에 이어 고졸 취업준비생을 위한 ‘꿈을 찍어드립니다’ 캠페인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다들 저더러 신기하다고 합니다. 비영리 분야에서 그 나름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어낸다고 말입니다. 비결을 물어보는데 특별한 건 없어요. 소외된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뭔지에만 집중했죠. 그랬더니 언론사, 기업, 독지가 등 여기저기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더군요.”

    쑥스러워하며 웃는 나 대표의 말에는 마케팅의 ‘핵심’이 녹아 있습니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의 지갑을 여는 얄팍한 기술이 아닌, 고객의 행복입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객 처지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죠. 나 대표가 진행 하는 ‘비영리 마케팅’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한 가족이 사진을 찍으면 다른 소외가족에게 행복한 사진 촬영을 기부할 수 있는 ‘1+1 프로그램’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떤 가족은 촬영비 외 별도 기부금까지 냈다고 합니다. 고객의 영혼을 울리는 진정성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고객이 행복해할 걸 생각하면 제 마음이 막 설레요.”

    나 대표는 회사에 다닐 때와 달리 사진관을 운영하고부터는 5년 내내 하루도 설레지 않은 날이 없었답니다. 한편 K리그 최다·최고령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축구선수 이동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기 직전 2~3초 동안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 그런 설렘이 사라지면 은퇴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재미와 가치를 찾으면 이처럼 삶은 늘 설렘의 연속입니다. 내 일과 내 삶의 마케팅, 이쯤 되면 나의 오늘은 설렘으로 가득한지 자문해볼 일입니다. 참, 혹시 궁금할까 싶어 말씀드립니다. 고졸 취업준비생을 위한 이번 캠페인은 나도펀딩(nadofunding.sbs.co.kr)에서 2월 말까지 진행됩니다. 저,지금 막 설렙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강의와 자문,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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