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2008.03.11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 … 가요계는 한숨

  • 이해리 CBS 노컷뉴스 기자

    입력2008-03-05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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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 … 가요계는 한숨
    2007년 가요계의 키워드는 단연 ‘텔미’와 ‘거짓말’이었다.아이돌 그룹 원더걸스(사진)와 빅뱅의 노래 제목인 이 두 곡은 오랜 침체기에 머물렀던 가요시장에 활력소가 됐다. 두 그룹의 인기는 해가 바뀌어도 멈추지 않고 여기에 현재 활동하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SS501까지 합하면 요즘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의 전성기인 듯싶다.

    한국 영화의 위기가 거론되기 훨씬 전부터 가요계는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 CD 시장 붕괴와 불법 다운로드를 넘어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온라인 음원시장을 점령한 탓에 다양한 음악 창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가요 제작자 대부분은 적은 투자로 이익을 얻기 위해 이른바 ‘되는 음악’에 치중했고, 이런 가운데 ‘소몰이 창법’에 기댄 발라드만이 인기를 얻는 획일적인 가요시장이 형성됐다. 더는 인기 가수 또는 히트곡이 없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가요계 안팎에서 피어오를 때 등장한 이들이 바로 아이돌 그룹이다.

    원더걸스와 빅뱅의 인기 덕분에 지난해 가요계는 오랜만에 활력을 얻었다.‘텔미’는 10대 팬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히트곡이 됐고 빅뱅의 ‘거짓말’ 역시 온라인과 음반 양대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들도 활기를 얻은 건 물론이다.

    올해도 아이돌 그룹들의 전성기는 이어질 태세다. 원더걸스와 빅뱅이 변함없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뜨거운 그룹 동방신기의 국내 무대 컴백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은 개인기를 갖춘 여러 명이 방송과 공연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장점이 있다. 멤버들이 나뉘어 연기나 예능에서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데다, 흩어져 그룹의 인지도를 넓히고 다시 뭉쳐 함께 노래하며 시너지 효과까지 낸다. 그룹 구성원 대부분이 10대 후반으로 쉽게 또래 팬들의 관심 대상에 오르는 점도 대중문화 코드와 부합한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장악한 가요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왜 자꾸 아이돌 그룹이 나오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뒷맛은 씁쓸하다.

    창작보다 상품 논리 우선 … 기형적 음원시장 구조

    아이돌 그룹의 잇따른 등장은 창작 논리보다 상품 논리가 만연한 가요계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수들과 제작자들이 얻는 수입 대부분은 음반 판매가 아닌 음원 수입과 행사 출연료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양질의 음악이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기획성 아이돌 그룹은 오랜 연습기간이 걸리지만 일단 데뷔하면 음악방송은 물론 버라이어티나 드라마 등 활동무대 폭이 넓다. 적어도 ‘설 무대가 없어 음악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다.

    여기에 기형적인 음원시장 구조도 아이돌 그룹의 증가를 부채질한다. 디지털 음원이 확대되면서 전체적인 음반시장의 폭이 넓어진 듯 보이지만, 이는 사실 10대 위주의 음악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아이돌 그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를 두고 가수 이승환은 “디지털 음원시장 확대가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됐다”고 꼬집었다. 10대 위주의 음원시장이 아이돌 그룹의 득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JYP(원더걸스), YG(빅뱅), SM(동방신기, 소녀시대) 엔터테인먼트처럼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대형 기획사의 작품인 현 상황은 음악방송까지도 기획사의 입맛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위축된 가요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지만 탄생 배경을 생각하면 마냥 반갑지 않은 아이돌 그룹. 그들은 오늘도 TV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의 벽을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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