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2008.03.11

700만의 축구강국 스위스 공한증 못 벗는 13억 중국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8-03-0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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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만의 축구강국 스위스 공한증 못 벗는 13억 중국

    여자축구 강국은 대부분 양성 평등과 생활체육의 기반을 갖췄다.

    인간은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용해 지구를 누빈다.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인간처럼 모든 지역에서 생존하는 무리는 바퀴벌레나 개미 정도를 빼곤 달리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맨몸의 인간은 독수리처럼 날지도 못하고 치타처럼 달리지도 못한다. 인간의 신체 능력은 유한하며, 이는 개체 종의 많고 적음으로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제3회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다시 입증된 ‘공한증(恐韓症)’이 대표적 사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박주영 곽태휘의 활약으로 중국을 물리쳤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이지만, 축구에서는 30년째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는 표현은 축구에서만큼은 늘 예외였다.

    인구와 축구 실력은 무관 … 1000만의 체코·헝가리도 우리보다 한 수 위

    이럴 때마다 13억명을 넘는 중국 인구가 언급된다. 언급하기도 벅찬 13억명이다. 그 엄청난 인구에서 뽑힌 대표들이 5000만명 중에서 뽑힌 대표들에게 30년 동안 패배해온 것이다. 앞으로 중국 사회가 더욱 개방되고 축구시장이 확대되면 13억명이라는 잠재력은 맹렬한 실력으로 실현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특정 종목의 경기력을 인구수와 비례해 검토하는 것은 흥미롭긴 해도 그리 타당한 결론에 이르진 못한다. 중국 인구가 13억명이고 한국이 5000만명이라지만 두 나라의 대표팀 실력이 인구 500만명 내외의 아일랜드나 노르웨이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으며, 1000만명 안팎인 체코 헝가리 포르투갈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 그러니까 승리를 만끽하기 위한 표현으로는 ‘13억의 비극’이 가능하지만, 인구수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일은 일종의 심리적 착시 효과만 낳을 뿐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은 겨우 700만명인 스위스에 지고 말았다.



    물론 중국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사회 전 분야의 개방에 따라 외국인 감독과 선수가 잇따라 대륙으로 몰려가고 있다. 워낙 영역이 광대해 대륙을 총괄하는 리그가 촘촘하게 이뤄지긴 어렵지만, 베이징 상하이 등 대표 도시를 거점으로 한 축구는 프로리그의 면모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 엄청난 인구가 아니라 이 같은 변화와 개방 때문에 중국의 실력과 스포츠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아시아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 여자축구를 살펴볼 수 있다. 호주 미국 브라질과 함께 중국의 여자축구가 세계 최강을 다투는 까닭은, 이 네 나라가(사회체제의 상이함에도) ‘양성 평등’과 ‘생활체육’의 안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일정한 장점 때문에 중국이 일찌감치 ‘양성 평등’ 실현에 나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위에서 생활체육의 저변이 확대됐다. 이는 여학생들이 성장과정에서 단 한 번도 공을 차보지 못하는 한국과는 아주 다른 조건이다. 성장기의 수많은 남녀 학생이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하고 그 속에서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직업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모범으로 삼는다면, 이 ‘아름다운 풍경’은 중국 여자축구팀의 것이지 결코 한국의 상황은 아니다. 무서운 것은 13억 인구가 아니라 양성 평등과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현대 중국의 꿈틀거림이다.

    * 정윤수의 종횡무진 축구미학은 이번 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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